조선일보가 1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르면 7월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정진석·권성동·윤희숙 등 국민의힘 의원들을 만났고 시민들과도 스스럼없이 사진을 찍으며 공개활동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해당 기사에서 전하고자 하는 팩트는 ‘7월’이라는 시점과 ‘입당’이다. 윤 전 총장의 정계입문이 6월말 또는 7월로 예측되던 가운데 이를 특정했고, 제3지대냐 국민의힘 입당이냐의 두 개의 길 중 입당을 택한 것이다.

보도의 사실여부와 무관하게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한창인 지금 이 시점에 기사가 나온 이유가 더 중요하다. 현재 야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두 인물은 이준석 당대표 후보와 윤 전 총장이다. 그리고 현재로선 이 둘은 서로 연대하기엔 거리감이 있는 사이다. 부정적으로 해석해보면 이준석 후보가 대표가 될 경우 대권주자로서 윤 전 총장이 화학적 결합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조선일보의 그동안 보도 흐름을 보면 이 후보의 당대표 당선과 윤 전 총장의 대선후보 선출은 함께 갈 과제다.

▲ 1일 조선일보 1면 기사
▲ 1일 조선일보 1면 기사

 

최근 다수 언론에선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를 세대교체 프레임으로 보고 있다. 이준석이라는 신진세력 내지 젊은 정치인과 나경원·주호영 등 이른바 ‘구세력’의 대결이다. 이 틀에선 이 후보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반면 나경원 등 후보들은 이번 당대표 선거를 내년에 있을 대선승리를 준비할 리더 선출, 즉 정권교체 프레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경우 윤 전 총장이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까지 포함하는 범야권통합을 주장하는 중진과 자강론을 말하는 이 후보의 대립구도다. 

자강론은 이론상으로 국민의힘이 야권통합의 중심인 만큼 먼저 깨끗하고 튼튼해져야 한다는 당위적 주장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자강론은 윤 전 총장이나 안 대표를 비판 혹은 격하하는 맥락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이 후보는 지난달 31일 MBC 100분토론에서 “공당으로서 책임있는 선거를 치르려면 특정인을 기다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 등을 고려해 당내 경선을 기획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안 대표 측에서도 이미 이 후보가 야권통합에 적절치 않다고 비판한 바 있다. 

▲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사진=국민의힘
▲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사진=국민의힘

 

이 후보는 다소 강경한 입장에서 윤 전 총장을 평가해왔다. 

이 후보는 지난달 29일 매일신문 유튜브에서 “윤 전 총장이 당에 들어온 뒤 부인이나 장모에 대한 공격이 들어오면, 윤 전 총장에 비단 주머니 세 개를 드리겠다”고 했다. 삼국지에서 제갈량이 유비에게 건넸다는 비밀계책을 뜻하는 말로 국민의힘 당대표가 당밖 야권주자인 윤석열을 마치 보호하거나 전략을 세워준다는 전제에서 나온 발언이다. 윤 전 총장 입장에서는 소위 ‘한 수 접고’ 국민의힘에 의지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 후보는 지난 4월7일 재보선 직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도 “윤 전 총장도 재산이 적은 편은 아니지만 100억, 200억원 들어가는 대선판에서 버틸 수 있는 정도의 재산은 없다”며 국민의힘에 입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역시 듣는 윤 전 총장에겐 자존심 상하는 얘기일 수 있다. 

나경원 후보 등이 이 후보를 유승민계로 분류하는 이유는 이러한 모습과 연결돼있다. 이 후보의 과거 ‘유승민 대통령 만들기’ 발언을 문제 삼으며 결국 윤 전 총장이라는 정치적 자산을 국민의힘이 제대로 담아내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나 후보가 10일 남은 전당대회에서 이 주장을 효과적으로 설득해내는가에 따라 ‘이준석 돌풍’을 잠재울 가능성이 커진다. 

이 후보의 발언들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도 비슷한 맥락의 화법이다. 안 대표에 대해선 김 전 위원장도 부정적인 평가를 쏟아냈다. 

윤 전 총장에 대해서는 ‘별의 순간’ 등을 언급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메시지를 뜯어보면 역시 윤 전 총장을 충분히 존중한다고 해석하긴 어렵다. 김 전 위원장은 재보선 직후인 지난 4월8일 채널A에 출연해 “윤 전 총장이 만나자고 하면 만나보겠다”, “만나보고 대통령 후보감으로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그때가서 도와줄 건지 안 도울 건지 판단하겠다” 등의 발언을 했는데 이후 인터뷰에서도 발언 취지는 비슷하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17일 서울대 반도체 공동연구소를 방문해 반도체 물리학자인 고(故) 강대원 박사 흉상 앞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최근 윤 전 총장 측은 사소한 일정도 언론에 공개하며 관심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17일 서울대 반도체 공동연구소를 방문해 반도체 물리학자인 고(故) 강대원 박사 흉상 앞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최근 윤 전 총장 측은 사소한 일정도 언론에 공개하며 관심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자신은 기획자 내지 보호자의 위치에서 윤 전 총장의 행보를 설계할 수 있다는 식의 발언이다. 윤 전 총장이 끝내 만남을 거부했는데, 이는 김 전 위원장의 이러한 태도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최고 지도자에 도전해야 하는 상황에서 김 전 위원장에게 밑지고 들어가는 태도를 취하는 게 정치적으로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만약 이준석 대표체제가 들어설 경우 국민의힘과 대권주자 윤석열의 관계 역시 비슷한 이유로 낙관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자강론과 윤석열·안철수 등을 포함하는 야권통합론은 전당대회를 넘어 당분간 당내에서 계속될 전망이다. 이준석으로 대표되는 국민의힘 쇄신이미지와 현 대권지지율 1위라는 윤석열이라는 자산의 공통점은 ‘변화’다. 양당구도에 찌든 기성 정치권 개혁을 이준석과 윤석열의 연대로 가능하게 할지, 아니면 당내 중진들이 윤석열 영입을 무기로 이준석으로 대표되는 개혁세력을 흔들지, 보수매체들이 이 과정을 어떻게 보도할지, 향후 주요 관전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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