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륏(Brut)’이라는 매체가 있다. 2016년 11월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기욤 라크롸(Guillaume Lacroix)와 프랑스 민영 방송 꺄날플뤼스(Canal+)의 PD였던 르노 르 반킴(Renaud Le Van Kim)을 비롯, 몇 명의 방송 PD와 기자 출신들에 의해 창간된 브륏은 SNS 기반의 동영상 전문 신생매체다. 

전통미디어로부터 멀어진 세대를 위해 SNS에서 뉴스 진입점이 되는 매체를 만들고 싶었던 이들의 야망은 그리 길지 않은 기간 내에 실현되었다. 기욤 라크롸에 따르면 런칭 당시 이 매체 목표는 1년 안에 2000만 동영상 뷰를 달성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를 달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겨우 6주에 불과했다. 이처럼 급성장을 하면서 브륏은 2019년부터 SNS뿐 아니라 자체 웹사이트 및 앱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전 세계 60개국에서 접근 가능한 브륏이 보유한 오디언스 규모는 2억5000만 명(70%가 35세 이하), 동영상 조회수는 연 200억 뷰 이상, 연수익은 5000만 유로(약 678억원)가량이다. 프랑스를 비롯, 인도, 중국, 영국, 멕시코, 미국 지부 등에 170여 명의 종사자를 두고 있는데 특히 인도에서는 지역 매체를 제치고 오디언스 규모 측면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SNS 기반 동영상 전문 신생 매체로는 전무후무한 성공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브륏이 입소문을 타게 된 계기는 창간 초기인 2017년 1월 페이스북에 게시한 “트럼프 행정부가 버니 샌더스로 인해 아주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 제목의 동영상을 들 수 있다. 당시 이 동영상은 페이스북에서만 13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버니 샌더스의 날카로운 질문에 새로운 미국행정부 구성원들이 당황해하는 모습을 브륏 특유의 위트있는 자막과 함께 편집한 동영상이었다. 

브륏의 성공 비결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존재하지만, 그중 몇 가지를 꼽아본다면 다음과 같다.

▲브륏(Brut)의 한 장면.
▲브륏(Brut)의 한 장면.

 

▲브륏(Brut)의 한 장면.
▲브륏(Brut)의 한 장면.

①공익적인 주제: 다양성, 환경, 여성의 권리 등 전 세계 밀레니얼 세대에 소구할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한다. 당시 전통 매체들은 중시하지 않았던 주제들이지만 밀레니얼 세대 특성을 간파하고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지 않은 것이다. 

②언제 어디서나 접근 가능하도록 설계된, 짧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담은 동영상 콘텐츠: 이를 통해 브륏은 세계 시장을 공략할 수 있었다. SNS에서 동영상은 대부분 무음 상태로 시청되므로 자막만 다양한 언어로 변경하면 되기 때문이다. 

③솔루션 지향적인 콘텐츠: 전통 매체들처럼 네거티브 기사에 기대기보다는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 집중한다. 

④오디언스 보다는 ‘공동체’ 지향: 즉 보이지 않는 ‘오디언스’ 보다는 마치 친구에게 말을 거는 듯한 콘텐츠 등을 들 수 있다. 브륏은 이를 통해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대화를 자극하고, 동시에 이 대화 속에서 미래의 스토리를 개발하고 있다. 그리고 그 궁극적 목표는 ‘전 세계 젊은이들의 연대와 행동을 통한 보다 나은 사회의 건설’에 있다.

브륏의 성공 이후, 룹사이더, 콘비비를 비롯해 브륏과 유사한 수많은 동영상 전문 신생 매체들이 등장했고, 나아가 광고업체들까지도 브륏의 동영상 편집 방식을 따라하는 추세다. 또한 이 매체들은 그 주력 분야는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젠더, 환경, 과학, 인권, 사회, 정치 등의 분야를 다루고 있다. 

한국에서도 독자와 시청자들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으로 떠난 지 오래다. 이로 인해 모바일에 적합한 포맷, 미래 세대에게 소구할 수 있는 콘텐츠 필요성에 관한 주장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이에 대한 진지한 접근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제는 언론이 생존을 위해서라도 달라진 플랫폼에 맞게 새로운 방식으로 밀레니얼이 관심을 가질 만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어떤 정보인지 명확하진 않지만 적어도 상업주의에 찌든 정파성 보도는 아닐 것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