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정치권을 망라한 ‘차별금지법 제정’ 목소리가 높다. 24일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기점으로 21대 국회가 더 이상 직무유기를 해선 안 된다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오는 31일엔 2008년 17대 국회에서 2021년 21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차별금지법’(평등법)을 발의한 역대 국회의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국회의 법안 처리를 촉구한다. 지난해 21대 국회의 첫 차별금지법을 대표발의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과 이를 공동발의한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관련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인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기자회견을 공동 주최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150여개 인권·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연대체다.

17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대표발의했던 고 노회찬 의원을 대신해 공동발의자인 최순영 전 민주노동당 의원이 참석할 예정인 가운데 18대 국회 대표발의자인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의원, 19대 국회 대표발의자인 김재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국회 앞 기자회견에 선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경우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27일 당대표 및 최고위원·청년최고위원 후보들에게 ‘한국사회 차별의 심각성과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에 관한 의견’을 묻는 질의서를 보낸 상태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홍보 이미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홍보 이미지

권인숙 민주당 의원은 30일 페이스북에 기자회견 소식을 공유하며 “차별금지법이 처음 발의된 지 14년이 흘렀다. 21대 국회가 시작된 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더는 늦어져선 안 된다”며 “이번 기자회견이 21대 국회 내에서 평등법·차별금지법의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국민동의청원은 지난해 동아제약 성차별 채용 피해사실을 고발한 A씨가 지난 24일 제기했다. A씨는 “‘평범’을 빼앗김으로써 다른 의미로 ‘비범’한 인간이 된 사람들이 있다.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져보지조차 못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회적 약자인 이주민, 성소수자, 비정규직, 장애인, 저학력, 청소년, 여성들”이라며 “역사와 연구와 현실이 차별과 혐오의 제거가 국가 발전의 필수 조건임을 보여줌에도, 국회는 자신들의 나태함을 사회적 합의라는 핑계로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동의청원은 청원서가 공개된 날로부터 30일 안에 10만명 동의를 얻으면 국회의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논의될 수 있다. 지난해 7월에도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 촉구에 관한 청원’이 제기됐으나 2만5123명 동의를 얻는 데 그쳐 청원이 성립되지 않았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이번 청원에 10만 동의를 모아 21대 국회의 법안 처리에 힘을 싣겠다고 나섰다. 청원을 전후로 각계 시민사회단체의 입법 요구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 중인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 중인 기독교 단체들. 사진=천주교인권위원회 페이스북

흔히 ‘차별금지법 반대 세력’으로 인식되는 종교 단체들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천주교인권위원회, NCCK인권센터, 대한성공회 나눔의집협의회·정의평화사제단 등의 기독교 단체들은 지난 20일 국회 앞 기자회견을 비롯해 ‘혐오세력 주장이 과대표되고 있다’고 알리는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23개 불교단체로 구성된 ‘차별금지법 제정 불교네트워크’도 27일 국회 앞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금지법 제정 10만 국민동의청원에 불자 1만명의 서명을 목표로 서명운동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24일 성명을 내어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 등이 일터와 사회에서 부당하게 겪는 차별을 철폐하는 데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이튿날인 25일엔 전국 180개 여성·인권단체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26일 문화연대, 28일 인권연대가 유관 단체들에게 차별금지법 청원 동참을 당부한 가운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도 29일 정기총회를 열어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 결의문’을 채택했다. 앞으로도 여러 시민사회단체·기구들이 차별금지법 입법청원 및 제정을 촉구하는 활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코로나19로 더욱 심화되는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핵심 과제 중 하나는 차별금지법 제정”이라며 “24일 시작된 차별금지법 제정 국민동의청원에 5만 명 넘는 시민이 참여하고 있다. 21대 국회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평등을 약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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