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한국 진출을 앞두고, 국내 OTT 산업 진흥과 관련한 부처간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현재 국내 구독형 OTT 시장은 ‘넷플릭스’가 주도하고 있다. 올해 2월 기준 월 사용자 수는 1000만명을 넘어선 넷플릭스에 이어 국내 사업자인 웨이브(395만명), 티빙(265만명), U+모바일tv(213만명), 시즌(168만명), 왓챠(139만명) 순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기준으로는 넷플릭스가 4155억원 수준으로 2위인 웨이브(1802억원) 두배를 상회한다.

지난해 6월 정부는 국내 방송, OTT, 1인미디어 산업의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며 ‘디지털미디어 생태계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내년(2022년)까지 플랫폼에 대한 규제 완화 및 M&A 지원, 미디어 콘텐츠 투자·제작 및 해외진출 지원, 미디어 시장 공정성 강화를 추진하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OTT 콘텐츠 제작을 위한 펀드 조성 및 해외유통지원을,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16억원 수준의 OTT 자체콘텐츠 간접광고 지원 및 19억여원 규모의 해외진출지원 사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OTT 월 사용자 수
▲국내 OTT 월 사용자 수. 왼쪽부터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U+모바일tv, 시즌, 왓챠 순. 출처=국회입법조사처 ‘이슈와 논점-글로벌 OTT의 진입에 대응한 국내 미디어산업 발전 과제’(최진응 입법조사관)

동시에 세 부처는 OTT 산업을 진흥하기 위해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면서, 부처별 소관 법률을 제·개정하겠다고 나섰다. 과기부는 OTT를 ‘특수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로 규정해 세액공제 등을 시행하겠다며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문체부는 OTT를 ‘온라인영상콘텐츠제공업자’로 분류해 진흥 지원체계를 수립(영상미디어콘텐츠산업진흥법)하는 한편 온라인비디오물의 자체등급분류 제도를 추진한다. 방통위는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하에 방송과 OTT를 ‘시청각미디어서비스’로 포섭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이를 두고 “종합적인 산업진흥이라는 공동 목표보다 각 부처의 예산과 조직을 확대하는 차원의 정책이 추진되어버리는 관료정치의 문제”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27일 발간한 ‘이슈와 논점-글로벌 OTT의 진입에 대응한 국내 미디어산업 발전 과제’(최진응 입법조사관) 보고서를 통해서다. 보고서는 OTT 콘텐츠 제작·유통, 펀드 조성 등에 대한 부처간 사업이 유사하거나 중복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각 부처가 개별 법률로 OTT의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방향에 대해서도 “부처간 조율이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새로운 법적 지위의 부여가 향후 개별 부처의 규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 법률 제개정에 있어 의회에서 신중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봤다.

글로벌 OTT 진출에 따른 영향을 이해당사자별로 접근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국내 사업자 중에서도 플랫폼 업계는 콘텐츠 수급과 이용자 확보를 우려하지만, 콘텐츠 업계는 글로벌 OTT 플랫폼을 통해 투자를 유치하고 해외로 진출할 수단을 얻을 수 있다. 소비자의 경우 국내외 업체간 경쟁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위에서부터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홈페이지 갈무리
▲위에서부터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홈페이지 갈무리

보고서는 “개별 부처는 특정 이해당사자의 선호를 소관 정책에 반영하는 ‘이익집단정치’에서 벗어나 글로벌 OTT 진입에 따른 국가 전체의 경제 후생을 극대화하는 목표를 갖고 공동 대응해야 할 것”이라며 “국내 콘텐츠 산업에 대한 글로벌 OTT의 투자 유치 및 글로벌 OTT를 통한 경쟁력 있는 한류 콘텐츠의 해외진출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정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글로벌 OTT가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국내 OTT를 차별하는 경우에는 공정거래위원회, 방통위 등의 적극적 대응도 필요하다고 봤다.

나아가 국제통상규범을 고려한 대응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넷플릭스가 기반을 두고 있는 미국은 우리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다. 향후 체결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DEPA) 등도 ‘개방적 통상질서’를 추구한다. OTT와 같은 디지털서비스 관련 제도가 미비하지만, 무분별한 국내 업계 우대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미국 국적의 글로벌 OTT를 실질적으로 겨냥한 국내 사업자와의 차별적 규제, 국내 상주 의무 및 국산콘텐츠의 제공 의무 등 조치는 미국과의 통상 마찰 및 보복조치를 불러올 우려가 있다”고 했다. 다만 “글로벌 OTT의 시장지배강화로 국내 문화주권이 크게 위협받을 경우 한미FTA에서는 협정상 의무 조항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두고 있어, 이러한 조건이 객관적으로 충족된다면 해외 OTT 사업자에 대한 규제입법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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