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한강 실종 대학생 손정민씨와 산업재해로 사망한 이선호씨, 두 청년 죽음을 “선택적으로 조명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비단 중앙일보뿐 아니라 언론 전반이 성찰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비판이 의미가 있다.

중앙일보는 28일자 18면에 중앙일보 독자위원회 5월 회의 내용을 실었다. 김준영(성균관대 이사장) 위원장 주재로 지난 2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사옥에서 열렸다. 독자위원들은 지난 한 달 동안의 중앙일보 보도를 비평했다.

▲ 박해리 중앙일보 정치국제기획팀 기자는 지난 11일 칼럼 ‘죽음의 무게’를 썼다.
▲ 박해리 중앙일보 정치국제기획팀 기자는 지난 11일 칼럼 ‘죽음의 무게’를 썼다.

독자위원인 민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죽음에 대한 선택적 조명을 언급하고 싶다”며 “5월11일자 ‘죽음의 무게’란 제목의 분수대 칼럼에서 자성하기도 했지만, 한강 실종 대학생의 죽음과 산업재해로 사망한 고(故) 이선호씨 죽음에 대해 중앙일보는 다른 무게로 접근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박해리 중앙일보 정치국제기획팀 기자는 지난 11일자 칼럼 ‘죽음의 무게’에서 “최근 인터넷상에서 23살 동갑내기 두 청년의 슬픈 소식을 두고 죽음의 무게 논쟁이 한창”이라며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고 손정민씨와 평택항에서 300㎏의 컨테이너에 깔려 목숨을 잃은 노동자 고 이선호씨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박 기자는 “손씨 관련 뉴스가 2주째 포털을 차지한 것에 비해 이씨의 죽음은 조명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어디에서인지 모르게 죽어갔던 수많은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죽음도 함께 말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물론 손씨의 사건에는 특징점이 있다. 실종으로 시작한 사건이란 점, 하나씩 나오는 의아한 의혹들이 그것이다. 사건 장소가 서울시민의 일상과 밀접한 공간인 한강공원이라는 점과 경찰·공권력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도 한몫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디어가 이 기사를 다룰 때 얼마만큼 심도 있는 고민을 했었는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여전히 포털 뉴스 섹션에 온갖 추측성 기사가 도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평택항에서 일하다 사고로 숨진 20대 청년노동자 고 이선호씨의 부친 이재훈씨가 5월1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청 앞에서 열린 추모문화제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 평택항에서 일하다 사고로 숨진 20대 청년노동자 고 이선호씨의 부친 이재훈씨가 5월1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청 앞에서 열린 추모문화제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독자위원인 민 교수는 이 칼럼을 언급하면서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를 검색하니 최근 한 달 간 한강 대학생 죽음 관련 중앙일보의 온·오프라인 기사는 110건을 넘는 반면, 이선호씨 관련 보도는 7~8건에 그쳤다. 산업 현장의 어이없는 죽음이 반복되는 데는 의제로 설정하지 않는 언론의 1회성 보도 탓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독자위원인 우정엽 세종연구소 기획본부장은 “작업 현장에서 숨진 청년이 환경감독관이나 근로감독관 없이 일했다는 사연은 더 조명했어야 했다”면서 “많은 현장이 돈을 아끼겠다는 기업의 무관심으로 방치돼 있다”고 밝혔다.

언론의 ‘선택적 조명’은 중앙일보만의 문제는 아니다. 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를 이용해 지난 한 달(4월24일~5월24일)간 53개 매체 보도 건수를 집계한 결과 손씨 관련 보도는 1708건이었지만 이씨 관련 보도는 460건에 불과했다. 김수지 월간 신문과방송 기자는 미디어오늘 기고에서 “언론은 시신이 발견되자마자 손정민씨 보도를 연이어 쏟아냈지만, 이선호씨 죽음은 4월24일 단신 보도 이후 거의 2주가 지나서야 언론 관심을 받았다”고 했다.

▲ 중앙일보는 28일자 18면에 중앙일보 독자위원회 5월 회의 내용을 실었다.
▲ 중앙일보는 28일자 18면에 중앙일보 독자위원회 5월 회의 내용을 실었다.

[관련기사 : 손정민 ‘1708’, 이선호 ‘460’이 말하는 것]

한편, 한원횡 서울청 형사과장은 지난 27일 손씨 사망 사건 중간 수사 브리핑에서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에 다시 한 번 명복을 빈다”면서 “현재까지 손씨 사망이 범죄와 관련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씨 사망에 억측과 의혹 제기가 거듭되자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이다. 

지난달 경기 평택항 작업 중 개방형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사망한 이선호씨 사고와 관련, 고용노동부는 지난 24일부터 내달 8일까지 원청회사 ‘동방’에 대한 특별감독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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