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예비경선 후보자가 개혁과 변화의 상징이 됐다. 현재 당대표 후보자들 중 여론조사 1·2위를 달리는 이준석·나경원 후보는 각각 신보수·구보수 구도로 자리잡고 있다. 

언론에선 이준석 후보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조선일보 27일 양상훈 칼럼 “난생처음 흥미롭게 지켜보는 야당 대표 경선”, 25일 사설 “野 당대표 경선에서 처음 보는 젊은 바람”, 24일 이동훈 논설위원 칼럼 “서른여섯 이준석이 보수야당 대표가 되면?” 등을 보면 기존 정치권에 대한 염증, 특히 여당 주류인 586세력에 대한 반감으로 젊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해석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세대교체 의미가 과대평가 되고 있다’, ‘젠더이슈로 인한 노이즈마케팅이다’ 등 이 후보의 한계를 언급하면서도 새 인물과 정치쇄신의 표상이 된 정치인 이준석에 초점을 뒀다. 27일 경향신문은 “이준석 돌풍은 정책대선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고 국민의힘이 꼰대정당, 수구보수정당 이미지를 탈색하는 효과를 낳는다”고 보도했다. 길게 보면 과거 ‘안철수현상’, 정치경험이 없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지지 등 국회의원 0선의 이준석 돌풍도 일종의 새 바람이다.

한달 전만 해도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는 나경원·주호영 후보의 양강구도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여전히 ‘당심은 이 둘의 경쟁구도’라는 분석도 없진 않다. 다만 선거는 바람이다. 이미 다수 언론에서 말하는 ‘이준석 돌풍’이란 표현처럼 이 후보는 바람을 탄 것으로 보인다. 바람을 타지 못한 후보가 이를 잠재우긴 쉽지 않다. 

▲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제1차 국민의힘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서 발언하는 이준석 후보. 사진=국민의힘
▲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제1차 국민의힘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서 발언하는 이준석 후보. 사진=국민의힘

예상치 못한 이준석 부상에 나경원 후보가 공격에 나섰다. “특정 계파 당 대표가 뽑히면, 윤석열·안철수가 과연 오겠습니까. 특정 계파에 속해 있거나, 특정 주자를 두둔하는 것으로 오해받는 당 대표라면 국민의힘은 모든 대선주자에게 신뢰를 주기 어렵다” 이준석·김웅 등 이른바 새 바람을 불러온 후보들이 유승민계인데 특정 계파가 당대표가 되면 윤석열 전 총장을 데려오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이날 MBC라디오에서 이 후보가 당대표 되는 것은 야권통합에 부정적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관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고, 안 대표에게 ‘국민의힘에 들어와 대선경선을 하라’는 게 이 후보의 입장이다. 얼핏 나 후보의 주장은 타당한 지적으로 보인다. 특정계파에서 당대표가 나오면 윤석열·안철수 등의 주자와 화학적으로 결합하기 힘들다. 

하지만 나 후보의 말은 나 후보에게 유리할까. 나 후보 주장에 대해 김웅 후보는 “존재하지도 않는 계파를 꺼내 후배들을 공격하고서 용광로 정치가 가능하겠냐”고 반박했고 이 후보는 “구 친박계의 전폭 지원을 받는 나 후보가 대표가 되면 윤 전 총장이 상당히 주저할 것 같다”고 받아쳤다. 

▲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제1차 국민의힘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서 발언하는 주호영 후보. 사진=국민의힘
▲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제1차 국민의힘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서 발언하는 주호영 후보. 사진=국민의힘

이 후보가 신보수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면서 나경원·주호영 등의 정치인은 구시대 인물로 자리잡았다. 이런 가운데 친이명박·비박근혜계가 모인 ‘국민통합연대’가 ‘지역조직에 주호영 후보를 당대표로, 조해진·배현진·정미경 후보를 최고위원으로 지원하기로 했다’는 공문을 내려보낸 사실이 공개됐다. 이른바 ‘계파정치’가 전당대회 새 논쟁점으로 부상했다. 

계파정치는 수십년간 한국정치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받는 구태의 전형이다. 다급한 마음에 나 후보가 계파 이슈를 던졌을지 모르지만 신구대결로 치닫는 현재 국면에서 오히려 나 후보에게 유리할 것 없는 공격이 됐다. 

나 후보가 이 후보를 향해 ‘유승민계’라는 걸 부각한 건 국민의힘 당원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영남민심을 자극하겠다는 전략이다. 박근혜씨 비서실장이었다가 배신한 유승민, 박근혜 키즈였지만 탄핵이 정당했다고 말한 이준석, 전통적 지지층에게 이 사실을 어필하고 싶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두 전직 대통령 구속에 사과했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에 대한 비토정서도 이러한 강경보수, 전통적 지지층에게서 나온 의견이기 때문이다. 

나 후보가 당대표 출마를 앞두고 대구를 방문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준석과 유승민의 연결고리를 부각하는 게 도움이 될지는 다시 의문이다. 

▲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제1차 국민의힘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서 발언하는 나경원 후보. 사진=국민의힘
▲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제1차 국민의힘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서 발언하는 나경원 후보. 사진=국민의힘

결국 유승민계를 부각하는 건 TK와 친박계에게 어필하는 전략인데 이는 윤 전 총장을 데려오겠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나 후보(+주 후보)의 주장과 충돌지점이 발생한다. 친박성향 당원의 지지를 받은 당대표가 전직 대통령을 수사했던 윤 전 총장과 얼마나 연대할 수 있을까. 스스로 족쇄가 될 수 있는 카드를 던진 것이다. 탄핵은 꺼내지 말았어야 할 이슈였다. 그만큼 이 후보에 대한 마땅한 견제수단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이 후보는 재보선 이후 각종 인터뷰에서 “서울·부산시장 등 재보궐선거에서 우리 당이 압승하면서 탄핵의 강을 완전히 넘었다”며 “탄핵의 강을 건너면서 당심과 민심의 괴리도 줄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근혜씨 덕분에 정치에 입문한 건 맞지만 “탄핵은 정당했다고”도 말했다. 

여전히 전직 대통령 사면문제, 형량이 과하다는 의견, 탄핵마저 부당했다는 의견그룹이 있는 가운데 실제 국민의힘이 탄핵의 강을 넘었다고 보는 이는 없다. ‘탄핵의 강을 건넜다’고 말하는 이 후보만 탄핵의 강을 건넜다. 결과적으로 계파갈등과 탄핵반대라는 구태의 이미지가 전당대회 이슈로 부각됐고, 그 부정적 효과는 이 후보가 아닌 나 후보와 주 후보에게 덧씌워졌다. 

이 후보에 대해서도 ‘젊은 꼰대’라거나 ‘근본적 문제해결이나 제도개선보다는 젊은 남성들의 감정과 이해를 대변하는 발언한 것 외의 실적이 있느냐’는 등의 비판이 따라붙는다. 다만 점점 전당대회 분위기는 이 후보에게 신선한 이미지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단순히 ‘젊은세대vs기성세대’의 대립구도를 넘어섰다. 계파정치와 탄핵에 대한 태도 등 내용면에서도 개혁세력과 구태세력의 구도로 전환하고 있다. 

누구도 의도치 않았겠지만 이번 당대표 선거가 탄핵에 대한 평가, 국민의힘 정체성에 대한 중대한 기점이 됐다. 이는 향후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 관계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대표 선거는 오는 6월11일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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