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윤리가 흔들리고 있다.
새삼 되뇌이기에 쑥쓰러울 만큼 다반사로 지적돼온 사안이지만 재론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IMF시대에 모든 이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형국에 언론계에서 때아닌 골프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집권여당인 국민회의를 출입하는 기자들중 일부가 국민회의의 지원 아래 골프대회를 열었다는 이야기이다. 심지어 어떤 기자는 영수증을 취재원에게 갖다주면서 자신의 골프비용을 해결해 달라고 요구했으며, 또 어떤 기자들은 골프 부킹을 요구하며 취재원을 닥달한다는 낯뜨거운 소식마저 전해온다.

전남의 여수·순천에선 일부 주재기자들과 언론사 간부가 대한항공의 지원으로 태국에 놀러가면서 여수시청으로부터 경비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액수다. 여수시청의 공무원들로부터 제공받은 외유경비가 수백만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국민의 혈세로 외유를 다녀온 셈이다.

우리는 언론인들에게 도덕군자가 될 것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기자 개인이, 또는 언론사 간부가 자신의 돈으로 골프를 즐기고 외유를 다니는 것을 탓할 마음은 없다. 그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신상과 더 넓게는 ‘자유’의 문제라고도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론인들이 자신의 직무와 직위와 관련해 향응을 접대받고 촌지 아닌 촌지를 챙기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기자윤리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한국기자협회는 ‘윤리강령’을 제정하면서 “기자에게는 다른 어떤 직종의 종사자들보다도 투철한 직업윤리가 요구된다”고 선포했다. 그리고 이런 요강을 지키기 위해 “취재보도의 과정에서 기자의 신분을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하지 않으며 취재원으로부터 제공되는 사적인 특혜나 편의를 거절한다”고 구체적으로 못박고 있다.

이같은 윤리강령에 굳이 주석을 달 이유는 없다고 본다. 너무도 당연하고, 그러기에 지켜야만 하는 최소한의 ‘지침’이라 할 것이다.

더욱이 지금은 6.25이후 최대의 국난이라는 IMF 관리시대이다. 일부 특권계층을 제외한 전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시기이다. 이런 시대사회적 분위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외유를 즐기는 일부 졸부들을 신문과 방송이 ‘국민 여론’을 빌어 질타할 때 대다수가 박수를 보낸 건 그 보도에 녹아있는 보편적 정서에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일부 몰지각한 공무원이 국민의 혈세를 개인금고 속의 돈마냥 쓴 사실을 폭로할 때도 국민 반응은 마찬가지였다.

상황이 이런 판에 비록 일부이기는 하지만 언론인이 자신이 내보낸 보도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것을 어느 국민이 곱게 보아 넘기겠는가.

사실 언론의 신뢰 회복이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보도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고 행여 사실과 다른 보도가 나갔을 경우 겸허하게 이를 바로잡는 태도가 신뢰 회복의 최우선 방안일 것이나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지면과 화면을 제작하는 언론인 스스로가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그럴 때만이 국민들은 지면과 화면을 비틀어보는 정신적 노력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이며, 언론에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을 보낼 수 있게 될 것이다. 최근 언론계의 최대 화두는 ‘개혁’이요, 이를 이루기 위해 법적 제도적 장치의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굴절된 언론사를 바로잡기 위해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과제임에 틀림없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이것은 언론개혁의 필요조건을 조성할 뿐인 것이다. 언론개혁의 마침표는 누가 뭐래도 언론인 스스로 찍어야 한다.

좀더 자신있고 떳떳한 모습으로 개혁을 일궈내고 작지만 소중하게 일궈낸 개혁의 성과를 지키기 위해선 그에 걸맞는 윤리를 가다듬는 것이 선행돼야 하는 것이다. 언론인의 윤리성 회복은 상황과 여건과는 무관한 일상적 과제요 기초적인 언론개혁임을 재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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