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가 은평시민신문을 상대로 소송·가압류 등 언론압박 움직임을 보이자, 전국언론노조는 “지역 언론 재갈 물리기를 즉각 멈추라”고 규탄했다.

언론노조는 26일 성명을 통해 은평구청이 은평시민신문에 가한 행위를 거론하며 우려를 표명했다. 은평구청은 은평시민신문을 상대로 △은평구 부구청장 관련 기사에 대한 1500만원 손해배상 청구 △신문사 통장 가압류 및 민사소송 △백신 광고 미집행 △행정안전부 선정 마을기업 미디어 지원사업 예산 집행 보류 등 조치를 단행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언론노조는 “은평구청의 비판 지역 언론에 대한 행정력 남용을 언론개혁에 거스르는 ‘위중한 사태’로 규정한다”면서 “은평시민신문은 부구청장에 대한 과잉 의전과 운전직 공무원의 과잉노동(하루 평균 18시간·주당 80시간 이상 근무) 문제를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언론노조는 “굳이 언론이 아닌 주민 눈높이에서 보더라도 합리적 의심이 가는 부조리”라며 “과잉 의전, 운전원 출장비 문제 등은 국민권익위와 서울시 옴브즈만에서 조사 중에 있다. 한데도 은평구청은 합당한 대안과 개선책 대신 무분별한 언론 중재 신청과 소송, 예산 보류로 맞섰다”고 비판했다.

이어 “은평시민신문은 외압으로부터 편집권 독립을 행동으로 구현하고, 권력·자본에 굴하지 않고 할 말은 하겠다는 풀뿌리 독립 언론의 모범이자 정론지”라며 “촛불 힘으로 태동한 문재인 정부의 여당 소속 구청장이 있는 구청이 건전하게 육성·지원해야 할 귀중한 지역 언론”이라고 강조했다.

▲ 은평시민신문 24일자 1면.
▲ 은평시민신문 24일자 1면.

언론노조는 “이런데도 구청이 되레 광고를 끊고, 올 초 선정된 마을기업 미디어 지원 예산까지 집행을 보류한 건 구청 월권이자 구청장만 바라보는 언론을 만들겠다는 오만한 처사”라며 “은평구청이 은평시민신문에 행한 부당한 조처를 즉각 철회하고, 해당 언론노동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은평시민신문은 지난해 7월 은평구 부구청장 차량 일지를 토대로 과잉 의전과 운전직 공무원 장시간 노동 실태를 보도했다. 같은 해 12월엔 은평구가 서울시 관내에서 관용차량으로 운전한 데 대해 운전직 공무원에 출장비를 지급하는 관행을 지적했다.

이에 은평구청은 ‘운전원 장시간 노동 보도’를 언론중재위에 제소했고, 양측이 반론보도문을 내기로 조정했다. 그러나 은평구는 은평시민신문이 지면 보도 말미에 ‘언론중재위에 따른 보도’란 대목을 빠뜨린 것이 조정합의 파기라며 법원 신청을 거쳐 은평시민신문 측 통장을 가압류했다. 은평구는 ‘출장비 보도’에 대해선 언론중재위 반론 보도 중재안을 수용하지 않고 지난달 서울서부지법에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은평구 관계자는 “언론 탄압이 아니라 합의를 어긴 것에 대한 대응이다. ‘언론중재위 조정에 따른 것’이라는 것을 알리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구청 취지는 기사를 내지 말라는 게 아니라 구청 입장도 듣고 내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은평시민신문은 구청에 대한 항의 차원으로 24일자(242호) 신문 1면을 백지 발행했다. 신문은 이날 2면 편집국 입장문을 통해 “은평구청은 ‘부구청장 운전원의 과잉노동’을 지적하는 기사에 1500만원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는가 하면 신문사 통장 가압류와 민사소송 등 법·경제적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언론의 고유 기능인 견제와 감시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은평구청은 행정 비판 기사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심각한 언론 탄압을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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