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순천지역 일부 기자들과 간부들이 대한항공 제공으로 외유를 다녀오면서 여수시청으로부터 수백만원대의 경비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여수·순천 시청 출입기자들을 중심으로 한 이 지역 기자 15명은 지난 12월 1일부터 4박 5일 동안 대한항공으로부터 항공료·숙박비 등 경비일체를 제공받아 방콕·파타야 등 태국의 관광지로 외유를 다녀왔다.

이번 외유에는 전남일보, 광주매일, 전남매일, 호남신문(구 광남일보), 광주일보, 무등일보 등의 여수 주재 기자들과 여수 MBC 간부 2명을 비롯 순천지역 기자 7명 등 모두 15명이 참가했다.

여수시청은 이에 앞서 11월말 간부회의에서 기자들의 외유계획에 대해 논의한 뒤 김재철 공보실장 명의로 각 국실별로 ‘기자들의 외유 기간, 목적’ 등을 담은 회람을 돌리고 시장을 비롯 일부 국실장들로부터 외유경비를 거뒀다. 여수시청에서 제공한 외유경비는 수백만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지역의 한 기자는 “여수시청 공보담당관이 주축이 되어 간부회의에 보고한 뒤 회람을 돌려 시장을 비롯 일부 국실장들이 갹출해 여비를 마련해 주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도 “일부 국실장들은 판공비에서 갹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규모는 수백만원대에 이른다”고 말했다.

여수시청 공보실의 관계자는 그러나 “기자들이 대한항공 제공으로 태국에 다녀온 것은 사실이나 시청에서 회람을 돌린 사실도 없으며 돈을 거둬 경비로 사용했다는 얘기도 금시초문”이라며 전면부인했다. 대한항공 순천지점의 관계자는 “대한항공 취항지 홍보차원에서 기자들에게 제공한 것이지 다른 뜻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외유를 다녀온 MBC의 한 간부는 “IMF상황이라 망설여지기도 했으나 회사차원에서 결정돼 다녀왔다”며 “시청으로부터 경비를 제공받은 바 없었다”고 말했다.

여수지역의 한 기자는 “대한항공이 최근 잦은 사고로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고 특히 여수공항의 경우 활주로가 짧고 안전시설이 미흡해 사고가능성이 높은 지역이어서 사전예방하는 차원에서 이같은 외유를 제공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기자들이 특정업체의 돈으로 외유를 다녀온 것은 비판정신을 스스로 갉아먹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또다른 기자는 “시청 공무원들이 갹출한 돈이 어디서 나왔겠느냐”며 “국민들의 혈세를 공무원 스스로가 낭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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