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협회가 최근 서면 이사회를 열고 ABC협회 5기 인증위원회 임기연장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지난 18일 정족수 미달로 안건이 부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수의 ABC협회 이사들이 현 이성준 회장 체제에서 의결을 거부하며 표결에 회신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주요 신문사 부수 인증이 절차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ABC협회는 부수 최종확정을 위한 인증위원회를 별도로 설치·운영하고 있다. 인증위원회 심의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인증절차다. ABC협회는 이사들에 보낸 공문에서 “상반기 부수 공사가 5월 말 종료예정”이라며 “제5기 인증위원회 임기를 2021년도 총회 때까지 연장하고자 한다. 6기 인증위원회는 2021년 총회 이후 새로 구성될 이사회와 회장께서 구성하게 된다”며 해당 안건을 표결에 부쳤다. 인증위원회 임기는 2년으로, 지난 16일 종료됐다. 

▲ABC협회 부수인증과정. ⓒABC협회
▲ABC협회 부수인증과정. ⓒABC협회

ABC협회 인증위원회는 한국신문협회 3인, 전경련·광고주협회·광고산업협회가 3명, ABC협회가 3명씩 모두 9명을 추천해 구성한다. 하지만 적지 않은 이사들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 이성준 회장에 비판적인 ABC협회 내부 관계자는 “최근 이사회가 세 번이나 무산됐다. 이성준 회장 전에는 이사회 무산 사례가 없다”며 “이 정도면 탄핵 수준이다. 이사들이 새 지도부가 오면 그쪽과 업무를 하겠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ABC협회는 조선·동아·중앙일보를 비롯해 종합편성채널·케이블 참여 신문사 25곳을 대상으로 매해 상반기 부수 공사를 진행해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하고 있다. 종편 등장에 따른 신문+방송 여론 독과점을 막기 위해 통합시청점유율 지표가 등장했고, 해당 지표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신문의 환산 시청점유율을 내야 하는데, 이때 유료부수가 필요하다. ABC협회는 지난 2월 말부터 전년도와 동일한 방식으로 부수 공사를 진행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표결에 회신하지 않은 ABC협회 한 이사는 “이성준 회장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 다음에 총회를 열어 조직을 재정비해야 한다”면서 “ABC협회 공사의 신뢰성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회장은 당면한 과제를 안건으로 올리지 않고 최대한 임기를 끌어보려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 협회가 문화체육관광부의 권고안에 대해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도 알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ABC협회는 지난해 5월 이후에 총회가 열리지 않고 있다. 

▲한국ABC협회.
▲한국ABC협회.

ABC협회 내부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인증위원회 없이 인증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늦어도 다음 주에는 공사가 마무리돼야 하는데 인증절차를 무시하고 (공사결과를) 방통위에 전달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현재 ABC협회 상반기 부수공사는 평소보다 늦어지고 있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미디어오늘은 ABC협회가 인증위원회가 없는 현 상황을 어떻게 풀어낼 계획인지 신현길 ABC협회 사무국장에게 문의했으나 “다음에 통화하자”는 답을 들은 뒤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성준 회장 역시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앞서 문체부는 지난 3월 ABC협회 사무검사에서 인증위원회를 두고 “2015년부터 현재까지 재인증이나 인증보류 결정 사례가 한 건도 없는 등 형식적으로 운영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형식적으로 운영하던 인증위원회마저 부재한 상황에 놓이며, ABC협회는 부수 인증을 못 하는 초유의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편 문체부 미디어정책과 관계자는 20일 통화에서 “지난 3월 문체부 권고안에 대해 ABC협회측의 조치 사항이 들어왔지만 명확하지 않거나 부족한 부분이 있어 추가적으로 요청할 계획”이라 밝혔으며 “신문지국을 상대로 한 추가 현장조사는 신문지국이나 신문사 측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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