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창간 33주년에 맞춰 후원모델을 출범했다. 김현대 발행인은 직접 독자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후원회원 모집을 알렸다. 권력과 자본에 휘둘리지 않고 언론 신뢰 회복을 위한 길로 후원모델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건 큰 의미가 있다.

앞서 탐사보도 저널리즘을 기치로 걸고 정기적 후원모델을 안착시킨 사례로 뉴스타파가 있다. 협동조합 모델로 전환한 프레시안, ‘10만인 클럽’이라는 후원모델을 가진 오마이뉴스도 있다. 하지만 한겨레의 이번 시도는 기성 언론판을 흔드는 국내 종합일간지 차원의 도전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한겨레 후원모델이 성공한다면 기업으로서 언론과 공공재 성격의 언론이 조화를 이룬 ‘이정표’가 될 수 있기에 저널리즘 연구 사례로도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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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시도는 주요 수입원인 광고에 의존하는 것이 앞으로 생존에 도움 되지 않는 데다 한겨레 정체성을 훼손시킬 여지가 많고 독자와의 거리도 멀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국 언론이 처한 공통 문제이기도 하다. 여전히 종이 신문 전체 매출액에서 광고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60% 수준이지만 광고 수입은 해마다 줄고 있다. 한겨레가 말한대로 “포털의 공짜뉴스가 선정적으로 유통되는 세상”에서 광고와 구독은 꾸준히 줄고, 디지털 공간에서 독창적 수익 모델은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 한겨레 ‘서포터즈 벗’ 시작을 알리는 광고
▲ 한겨레 ‘서포터즈 벗’ 시작을 알리는 광고

신문에서 광고는 광고가 아닌 ‘보험’이다. 기사를 빼주고 광고를 받거나 광고를 받고 기사를 써주는 일이 벌어진다. 광고주인 기업에 유리한 논조가 공고해지고 노동자 목소리는 작아진다. 그리고 독자들은 이런 언론을 불신하게 된다. 선정적 기사를 배치하고 클릭을 유도해 온라인 광고를 따먹는다. 기업을 비판하는 기사를 찾아보기 어렵고 미스터리하고 선정성이 높은 사건 사고 기사가 도배된다.

공공재 언론이 사라지고, 장사치 언론만 난무하게 된 건 광고에 의존해왔던 언론이 독자를 기망하는 등 악순환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여러 복합적 요인이 있겠지만 크게 보면 기성 언론은 ‘살아남기 위한’ 광고를 매개로 현실 권력 및 기업과 유착관계를 맺고 이윤을 얻기 위해 독자 신뢰를 얻기 보다는 불신을 조장하는 방식(어뷰징 행위 등)을 선택해왔는데, 한겨레는 이런 악순환 꼬리를 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독자들이 지갑을 선뜻 열 만한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이거나 콘텐츠 확산 유통망을 새롭게 찾는 게 관건이다. 한겨레가 후원모델을 알리면서 새 프로젝트 의제를 발표한 것도 후원 ‘명분’을 독자에 쥐여주겠다는 자기 선언이다. 젠더와 기후위기, 다양성, 불평등 등과 같은 의제를 보면 2030세대 이슈에 적극 뛰어들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보인다.

특히 “한겨레는 언론 비판과 감시를 주요 임무 중 하나로 삼아 우리 사회 ‘좋은 저널리즘’ 경쟁을 추구해왔다. 광고주 의존도 심화, 조회수 경쟁으로 ‘저널리즘 추락’이 가속화되는 시기, ‘좋은 저널리즘’을 위한 언론 생태계 모색에 나선다”며 저널리즘 문제를 본격 다루겠다고 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나쁜 저널리즘’은 신랄하게 비평하고 독자 후원모델 성공을 통해 ‘좋은 저널리즘’은 확산시키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한겨레가 성공하려면 포털의 알고리즘 문제, 포털 뉴스 콘텐츠 배치 문제, 미디어바우처 제도 등 현재 거론되는 ‘언론개혁’의 방향성에 대해 한국 언론의 주요 구성원으로서 입장과 의견을 적극 개진할 필요가 있다. ‘포털의 공짜뉴스’에 정면으로 맞선 시도이기 때문에 포털과의 관계를 명확히 정립했을 때 한겨레 구독모델이 환영받을 수 있다.

좋은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언론에 보상하자는 자발적 운동을 뛰어넘는 것도 중요하다. 아울러 ‘독자 행동주의’와 관련해서도 적극 소통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한겨레 시도가 건강한 논쟁을 일으키며 성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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