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바우처 도입을 위한 논의가 점점 구체화 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17일 프레스센터에서  ‘좋은 뉴스는 국민이 후원한다 : 미디어바우처 도입의 필요성’ 란 주제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약칭 ‘미디어바우처’법의 얼개를 공개했고, 언론재단은 미디어바우처와 관련한 시민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미디어바우처의 취지에는 대부분 공감했지만 재원과 구체적 모델 등에서는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우선 시민들은 미디어바우처에 긍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4월30일부터 5월4일까지 언론재단이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국민이 참여하면 언론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주장에 86.9%가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바우처에 대해서는 28%가 “들어본 적 있다”고 답했다. 미디어바우처에 대한 설명 이후 미디어바우처 제도 실시에 대해 의견을 물은 결과에선 76%가 “찬성한다”고 밝혔다. 

응답자의 72%는 “미디어바우처가 언론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디어바우처 지급방식은 ‘신청한 국민에 한정해 지급’ 48% ‘전 국민 일괄 지급’ 31% ‘잘 모르겠다’ 21% 순이었다. 미디어바우처로 후원하고 싶은 뉴스 기사 유형을 물은 결과(복수 응답)에선 ‘허위정보 사실 검증’이 86.8%로 1위를 나타냈다. 뒤를 이어 ‘정치인 및 기업 비리 고발’이 86.4%, ‘기후위기 등 전문적 보도’ 76.1% 순이었다.

▲디자인=안혜나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시민 76% “미디어바우처 찬성”…앞으로 필요한 논의는  

미디어바우처를 국내에 본격 소개한 김선호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은 “미디어바우처는 공적 자원을 언론사에 효과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 방안으로, 국민이 참여한다는 독창성이 있다”고 강조하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는 “언론 신뢰도는 저널리즘 품질이 높을수록, 수용자의 편향성이 적을수록 높아진다”고 전제한 뒤 “한국 언론은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뉴스 댓글 등 부정적 피드백으로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바우처라는 경제적 인센티브 형태의 긍정적 피드백으로 언론의 (신뢰도) 변화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수용자는 심판자 역할을 통해 언론을 비교 평가하며 숙의하게 될 것”이라 전망했다. 

언론사 후원모델을 연구해 온 양정애 언론재단 책임연구위원은 “(세계적으로) 급감한 광고수익의 대안으로 독자수익 모델이 떠올랐다”며 “유료구독 모델은 정보 불평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지만 후원모델은 모두에게 뉴스를 공개할 수 있어 뉴스의 공적 기능을 해지지 않는다”며 후원 개념의 바우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한국은 포털 중심 뉴스 소비로 ‘뉴스는 공짜’라는 인식” 때문에 유료구독 모델 확산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우려점도 있다. 양정애 연구위원은 “영국 언론에서 소액후원 상당 부분(42%)이 가디언에 쏠렸다”며 “소수의 신뢰받는 언론에 후원(바우처)이 편중될 수 있다”고 했다. 또 “이용자의 정치적 성향에 언론사가 조응하는 정도에 따라 후원을 결정 또는 철회함으로써 언론사 편집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언론사들이 ‘사이다 발언’의 주창(advocacy)저널리즘에 과도하게 치우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밖에도 “독자가 고품질 뉴스를 알아볼 수 있도록, 미디어교육과 연계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선호 연구위원은 “바우처를 신청자에게만 지급하면 특정 집단이 과대 참여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 신청자 가운데 성별 연령별 지역별 무작위 할당을 통해 편향성을 극복해야 한다”고 제안했으며 “특정 언론사에 바우처가 과도하게 집중되도록 하지 않기 위해 상한선이나 상한비율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힌 뒤 “바우처가 미디어 스타트업이나 중소언론, 독립언론에도 균형있게 배분될 수 있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선호 연구위원은 “가장 중요한 숙제는 지속 가능한 재원 마련이다. 국고 출연의 경우 매년 미디어바우처 예산을 별도 책정하는 방식과 언론에 대한 자발적 기부금에 세액공제를 하는 방식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밝혔으며 “미디어 바우처 기금 조성의 경우 방송통신발전기금과 정부광고 수익으로 조성되는 언론진흥기금 일부를 투입하거나, 포털과 같은 신문법상 온라인뉴스서비스사업자로부터 (기금을) 징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 같은 주장은 기존 정부광고비를 미디어 바우처 예산으로 쓰자는 제안과는 명확히 다르다. 

김선호 연구위원은 “미디어 바우처와 정부 광고는 별개 문제다. 만약 정부 광고가 언론사 지원을 위해 사용되었다면 잘못 집행된 것이다. 정부 광고는 정책 홍보의 효율성을 위해 존재한다”고 강조했으며 “정부 광고는 언론지원예산이 아니다. 정부 광고는 tvN과 같은 예능과 유튜브, 포털에도 집행되고 있다”고 설명하며 “언론매체를 중심으로 정부 광고 집행을 생각하는 것은 현실과 괴리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17일 프레스센터에서  ‘좋은 뉴스는 국민이 후원한다 : 미디어바우처 도입의 필요성’ 란 주제의 토론회를 개최한 모습. ⓒ정철운 기자
▲한국언론진흥재단이 17일 프레스센터에서  ‘좋은 뉴스는 국민이 후원한다 : 미디어바우처 도입의 필요성’ 란 주제의 토론회를 개최한 모습. ⓒ정철운 기자

 

김승원 의원 ‘미디어바우처법’, 수령 상한제부터 ‘마이너스 바우처’까지 

국회에서 미디어바우처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가칭 ‘국민 참여를 통한 언론 영향력 평가제도의 운영에 관한 법률’(약칭 미디어바우처법)을 제안하며 주목을 받았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국민들의 바우처 사용결과를 집계해 다음년도 광고비 집행기준으로 활용하게 되며, 재원은 1조800억원 규모의 기존 정부광고비 또는 2450억원 규모의 인쇄매체 정부광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법안에 따르면 ‘마이너스 바우처’도 등장하는데, 언론사에 대한 ‘불호의 의사표시’로, 미디어 바우처와 별도로 사용할 수 있다. 김 의원은 “기사에 국민 검증을 받기 위한 취지”라고 했다. 바우처를 많이 받아도, 왜곡보도 등에 따라 마이너스 바우처를 많이 받으면 바우처 총액이 차감될 수 있다. 

미디어 바우처를 받기 위해서는 언론사가 △편집위원회를 두고 편집규약을 제정해 보도 독립성을 보장해야 하며 △정규직 언론인 1명 이상을 채용해야 하며 △공적 관심의 주제를 다루고 △경영공시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며 △언론윤리강령을 준수하는 의무를 갖게 된다. 정정보도한 뉴스의 경우 바우처를 환수한다. 한도 초과 바우처는 환수한다.

한 언론사에 내가 받은 미디어바우처의 최대 절반까지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이용 상한제, 한 언론사가 전체 미디어바우처의 1% 이상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수령 상한제도 명시했다. 거대 언론사의 경우 한도를 0.5%로 낮췄다. 김 의원은 이 같은 미디어바우처 상한제를 “정부광고비 상한제”라고 설명했다. 만약 지난해 인쇄 매체 정부광고비 2452억 원을 향후 미디어바우처 예산으로 전제했을 때 중소 언론사는 24억 원, 거대언론은 12억 원이 ‘최대치’가 된다. 2019년 기준 조선일보 정부 광고 집행액은 70억6600만 원이었다. 

김승원 의원은 “법이 시행된다면 거대언론이 독식하는 언론생태계가 아니라 중소·지역·전문언론사가 상생하는 구조가 될 것이다. 최소한 신문 부수에 의해 정부광고비가 집행되는 모순된, 낭비적인, 불법적인 구도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응원해달라”고 밝혔다. 

“정부광고 실체는 정부가 언론사에 주는 지원금”이라 밝힌 바 있는 송현주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는 이날 “(미디어바우처로) 평가와 수익이 연계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 예산으로는 안 된다. 별도 기금 등 과감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2450억원은 미미하다. 규모가 큰 바우처 제도를 실현해야 실질적인 (언론계의) 변화와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한 사람당 10만 원씩 주고 특정 언론에 몰아주든 나눠주든 신경 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다만 지역 언론에 대해 몇 퍼센트 이상 부과한다는 정도의 사회적 합의를 빼고 나머지 조건은 열어두는 게 실행의 편의성 면에서 좋다고 본다”고 했으며 “바우처 후원 페이지는 포털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라 덧붙였다. 표완수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은 “유료부수 조작 논란이 불거지며 언론 불신이 증폭되고 미디어 바우처가 하나의 대안으로 관심받고 있다”며 “제도의 궁극적 목적은 저널리즘 가치 실현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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