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캐릭터 ‘펭수’가 일부 콘텐츠에서 폭력적인 장면을 묘사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EBS는 지적을 받아들여 보다 신중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국제 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은 지난 3일 EBS에 ‘EBS 콘텐츠 내 폭력 묘사에 관한 질의서’를 보냈다. 어린이를 주 시청자로 삼는 ‘자이언트펭TV’ 캐릭터로 출발한 펭수가 EBS 및 외부 콘텐츠에서 폭력을 웃음거리나 문제해결 방식으로 삼는 방식은 적절치 않다는 취지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질의서를 통해 카카오TV·유튜브 ‘김계란의 찐서유기’에서 김계란이 펭수를 가격하는 듯한 행동을 취하고, 타 출연자의 뺨을 치는 장면을 지적했다. 또한 ‘자이언트펭TV’ 채널에서 펭수가 상대를 때리는 행위를 놀이나 유머로 묘사한 장면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이 단체는 “미디어에서 폭력의 사용을 웃음을 유발하는 형태로 묘사하는 것에 대해 많은 연구들은 시청자로 하여금 공격성을 촉진하고, 폭력적인 묘사를 더 선호하게 만들며, 폭력 피해자들에게 냉소적인 태도를 취하는 ‘둔감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한다”고 했다. 이어 2013년 한국방송대상을 수상한 EBS 다큐프라임 ‘아이의 사생활’에서 아동이 사전에 시청한 영상을 모방해 인형과 상호작용하는 모습이 확인된 사례를 함께 언급했다.

세이브더칠드런·유니세프·글로벌임팩트는 ‘아동권리와 경영원칙’으로 ‘아동을 위한 것이거나 아동에게 노출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가 안전하고, 정신적·도덕적·육체적 해가 없음’을 보장해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EBS 콘텐츠 내 폭력 묘사에 관한 질의서' 발췌
▲세이브더칠드런 'EBS 콘텐츠 내 폭력 묘사에 관한 질의서' 발췌

영국 BBC 제작 가이드라인의 경우 “상당수 어린이가 좋아할 가능성이 있는 온라인 콘텐츠에서 어린이가 유해하거나 위험한 방식으로 쉽게 모방할 수 있는 언어적 또는 신체적 폭력을 방송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어린이는 보고 듣고 읽은 것의 영향을 받기에, 폭력 등을 모방하도록 부추기는 자료를 묵인하거나 미화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EBS도 ‘방송강령 프로그램 준칙’에 “폭력은 결코 긍정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세이브칠드런은 EBS에 △EBS가 참여하는 모든 콘텐츠에서 폭력을 희화화하거나 폭력을 용인하는 묘사가 등장하지 않도록 아동보호 정책을 마련 △EBS의 ‘방송강령 프로그램 준칙’ 세부 내용 보완 △EBS가 직접 제작·배포하거나 어떤 형태로든 참여하는 모든 콘텐츠에 관련 준칙을 적용하는 체계 운영 및 모니터링 등을 촉구했다.

이에 EBS는 13일 세이브칠드런에 보낸 답변에서 펭수의 타 채널 콘텐츠 출연과 관련해 “편집 및 방송에 대한 재량권이 EBS 제작진에게 없어 폭력묘사로 보여질 수 있는 장면이 노출되었다”며 “펭수가 20~30대 성인뿐만 아니라 어린이에게 사랑받는 캐릭터라는 점을 감안하여 콘텐츠 제작 및 타방송 출연에 임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자이언트펭TV’ 콘텐츠에 대해서는 “낮은 수위이기는 하나 어린이가 미디어를 통해 폭력을 수용하고 모방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표현에 있어 조금 더 신중을 기하겠다”며 “특히 ‘자이언트펭TV’의 경우 인지도와 영향력이 큰 만큼 더욱 세심히 제작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EBS 제작가이드라인’에는 ‘유아, 어린이들에게 정서적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폭력적 내용 등은 유아, 어린이를 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과 청소년 시청 보호시간대의 프로그램에서는 다루어서는 안 된다’는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가장 우선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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