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훈 조선일보 주필이 13일 “김어준씨 같은 ‘진정한 언론인’ 아닌 기자의 부끄러움”이란 제목의 칼럼을 썼다. 김어준씨에 대한 비판, 정부 여당을 향한 비판은 자유다. 하지만 김씨를 비판하며 조선일보의 부수 조작 논란을 마치 언론 탄압처럼 ‘물타기’하는 것은 심각한 왜곡이다. 

양상훈 주필은 “민주당 운동권의 공격 본능이 ‘진정한 언론’이 아닌 다른 언론들을 그냥 둘 리가 없다. 그 표적에서 조선일보가 빠질 수 없을 것이다”라며 “부수를 과장해 공기관 광고를 더 받았다는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고 적었다. 올해 불거진 부수 조작 사태를 정부의 언론탄압으로 몰아가는 뉘앙스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집중적으로 문제 제기하고 경찰에 고발하면 언론탄압인가. 이 사안은 국민의힘을 비롯해 국회가 모두 동참해 문제 제기해야 할 사안이다. 연간 1조원이 넘는 정부 광고 집행에 관한 문제는 곧 세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느냐에 관한 문제다. 

양 주필은 칼럼에서 “조선일보 부수의 60%인 신문이 조선일보보다 더 많은 공기관 광고를 받았고, 조선일보 부수의 16%인 친정권 신문은 공기관 광고를 조선일보의 66% 넘게 받았다”고 적었다. 앞 사례는 동아일보 또는 중앙일보, 뒤 사례는 한겨레로 추정된다. 

▲5월13일자 조선일보 양상훈 칼럼.
▲5월13일자 조선일보 양상훈 칼럼.

양 주필이 드러내지 않은 사실을 찾아보자.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2019년 9개 종합일간지 정부광고 집행액 1위는 동아일보로 87억7500만원, 2위는 중앙일보로 76억2000만원, 3위는 조선일보로 70억6600만원이다. TOP3는 여전히 조중동이다. 

조선일보가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보다 실적이 나쁜 것은 양 주필 주장대로 정부가 ‘진정하지 않은 언론’에 등급을 정한 결과일까, 아님 조선일보 광고영업라인의 능력 부족 때문일까. 더욱이 동아일보는 박근혜정부 첫해였던 2013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정부광고 집행액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양 주필 논리라면 박근혜정부는 동아일보를 조선일보보다 ‘진정한 언론’이라 판단한 셈이다. 

한겨레의 사례는 어떨까. 2019년 한겨레는 1002건의 정부광고를 받았다. 조선일보는 723건의 정부광고를 받았다. 하지만 집행액에서는 광고단가 차이에 의해 조선일보가 더 많이 받았다. 같은 해 한겨레는 56억3700만원의 정부광고를 받았다. 14억2900만원 차이다. 박근혜정부 3년 차였던 2015년 조선과 한겨레의 정부 광고 집행액 격차가 42억3300만원이었던 것에 비춰보면 격차가 꽤 줄어들었지만, 당시 정부광고가 유력 보수신문에 과도하게 집행된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조중동의 정부광고비가 현 정부 들어 추락세인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2019년 기준 조선일보는 9개 종합일간지 가운데 정부광고 집행 건수 최하위(723건)를 기록했다. 아마 ABC협회가 인증한 ‘유료부수 116만부’를 근거로 억울해할 것이다. 하지만 광고업계부터 당장 이 수치를 믿지 않는 게 현실이다. 때문에 조선일보는 ‘1등 신문’의 명예회복을 하려거든 문화체육관광부의 신문지국 추가 조사에 응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조선일보 신문지국들이 문을 걸어 잠갔다고 한다. 자신 있으면 문 좀 열어라.

▲조선일보.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아무리 ‘그림’이 안 그려져도 무조건 조선일보만 괴롭힐 태세다”라고 적었다. 과연 그럴까. 지난 3월 문화체육관광부 조사로 조선일보만큼 타격을 입은 신문사가 한겨레다. 한겨레는 지면에 사과문까지 냈다. ABC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조선일보와 한겨레는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95.94%와 93.73%의 유가율을 나타냈다. 

조선일보가 이번 ‘부수 조작’사태에서 두드러지는 이유는 조선일보 스스로의 문제 때문이다. 문체부가 올해 초 12개 신문지국 현장조사에 나선 결과 조선일보 성실률은 평균 55.36%로 나타났다. 12개 지국 가운데 ABC협회 표본지국이었던 조선일보 ㄱ지국 성실율은 98.07%, ㄴ지국 성실율은 98.12%였다. 문체부 조사에서 두 지국의 성실률은 50%대였다. 더욱이 조선일보는 지난해 표본지국 선정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던 사실마저 드러났다. ‘언론 탄압’이라는 음모론을 주장하기 앞서 해명이 먼저다. 

아무리 원하는 대로 ‘그림’을 그리고 싶어도 전체를 봐야 한다. 신문업계 전체의 치부를 드러낸 사건을 두고 ‘조선일보 공격’을 위해 짜인 ‘그림’이라 사고하는 것은 온 세상이 조선일보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더욱이 부수 조작 사태와 ABC협회 문제는 중앙일보도 지면을 통해 비중있게 보도한 바 있다. 양 주필은 중앙일보도 정부·여당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생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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