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제안한 이른바 ‘공영포털’ 또는 ‘열린 편집’과 ‘바우처 후원’ 제도에 언론계의 반론이 심상치 않다. 조중동 등 주류 기득권 매체에서만이 나오는 비판이 아니다. 현실성 자체도 떨어지고 이용자 집단에 의한 바우처 양극화, 언론사 줄세우기 등의 근본적인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은 한겨레에서 28년 가까이 기자생활을 했고, 최순실 특종으로 박근혜 정부의 종말에 신호탄을 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언론현실을 바꿔보겠다고 아이디어를 내놓자 마자 곳곳의 비판에 직면했다.

김 의원이 설명하고 있는 이른바 공영포털(열린뉴스포털) 안의 주요 내용을 정리하면, △편집위원회가 기사 선정 기준 설정 △정부가 예산(정부광고 총액 중 일부)으로 전국민에 지급한 바우처(예:연간 1인당 5만원)로 국민들이 기사에 후원을 하면 후원받은 양에 따라 실시간 뉴스 편집 △언론사가 취득한 바우처 량에 따라 남은 정부광고액 집행 등이다.

이를 두고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은 12일 지디넷코리아에 쓴 칼럼에서 “나는 김의겸의 ‘선한 제안’이 갖고 있는 더 큰 문제는 ‘현상에 대한 무지’”라며 “포털 뉴스의 부작용은 포털 보다 그 공유지를 마구 황폐화시킨 언론사 쪽이 더 크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디어 바우처를 결합한 열린 포털이 나오면 언론사들이 갑자기 개과천선할까”라며 “온갖 꼼수가 난무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 동안 해 온 행태들을 통해 익히 짐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준일 뉴스톱 대표도 기자협회보 기고에서 △기사 편집을 누가 어떻게 할지의 문제 △포털 참여 언론사에 정부광고 배분 기준 설정 문제 △미디어 바우처제 도입시 저널리즘의 정치적 양극화 심화 등을 지적했다.

이에 김 의원은 1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 같은 내용의 법안을 다른 의원들과 함께 발의할지 논의중이라며 대체로 큰 골격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공영포털에서는 알고리즘이 아닌 사람이 편집하는 것이냐’는 질의에 김 의원은 “편집위원회에서는 기준을 정하는 것이고, 거기에도 일정한 기준에 충족된 기사가 자동적으로 올라가는데엔 기계적 도움, 알고리즘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구글처럼 뉴욕타임스와 폭스뉴스처럼 성향이 다른 기사가 번갈아가면서 실리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 기준은 편집위원회가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우처를 받은 국민이 후원을 받은 좋은 기사가 메인에 실린다고 하지만 결국 특정 매체 몰아주기나 또다른 양극화된 클릭 행태로 나타날 우려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김 의원은 “그래서 바우처를 받을 수 있는 언론사의 상한선을 정하려고 한다”며 “한 언론사당 1% 또는 3%까지로 제한하는 식”이라고 답했다. 바우처 총액이 1조원이라면 한 언론사당 최대 300억원이며, 총액이 5000억원이면 150억원 이상은 얻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다양한 기사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며 “3%라면 아무리 몰아줘봐야 33분의 1로 분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광고비 총액인 1조1000억원 중 전국민에게 1인당 연간 5만원씩의 바우처를 나눠주면 약 5000억원의 바우처가 지원된다. 정부 예산을 갖고 국민에게 언론사 후원을 하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결국 세금으로 또다른 언론사 줄세우기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김 의원은 “정부가 1조1000억원을 광고비로 쓰고 있는데, 신문을 폐지로 팔아먹는 신문사들에 보험성이거나 보조금처럼 관성적으로 들어가는 돈을 국민에게 직접 나눠주고 국민이 선택하고 싶은 언론사를 선택하게 하자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지않느냐”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5000억원을 바우처로 나눠주고 남은 6000억원은 정상적으로 광고를 하되 과거 ABC협회를 통해 하던 책정기준을 바우처를 얼마나 많이 받았느냐에 따라 배분하도록 준거로 삼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되면 정부광고가 비합리적이거나 왜곡된 형태로 배분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질의에 “합리적이지 않더라도 일종의 국민들의 투표행위의 의미가 있다”며 “자본이나 족벌언론, 사주들의 자본력, 금권력, 권력과 유착관계에 의해 하던 집행보다 차라리 국민이 선택하게 하는 게 더 민주적”이라고 답했다.

김의겸 의원은 “내가 정답을 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며 “포털의 문제에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현장의 기자들 고충도 크고, 관련 업계 종사자, 학계 등 모두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도 고칠 방안에 대한 논의는 모아지지 않아, 내가 시작단계에서 발제를 했다는 정도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알고리즘 공개와 검증이나 포털의 뉴스기능 배제 주장은 근본적 대안이 아니라고 생각해 이 같은 제안을 했다고 했다.

김 의원의 제안대로 공영포털을 운영했는데,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질의에 김 의원은 “지금 읽는 것은 독자들이 신중하지 않고 무심결에 선정적이고, 자극적 기사에 손이 가고, 진중권이 말하는 내용에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관련기사에 클릭을 한다”면서도 “하지만 읽어보고 단 돈 만원이라도 돈(바우처 후원)을 지불하는 기사라면 전혀 달라진다”고 했다.

그러나 시의성과 가독성, 즉 잘 읽히는 기사를 ‘선정적 기사’, ‘말초적 기사’라고 백안시할 수 있느냐는 반론도 있다. 이에 김 의원은 “그건 조정이 가능하다”며 “총 점수가 100점이라면 바우처 점수 50%, 클릭수 20%, 완성도 얼마 등으로 알고리즘을 짤 수 있다”고 답했다.

포털에서 읽히는 기사 보다 ‘좋은 기사, 선한 기사 중심으로 포털을 운영한다는 발상 자체가 ‘종이신문 중심적 사고’에 빠져 있다’는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의 지적을 두고 김 의원은 “포털에 종이신문 뿐 아니라 다른 인터넷뉴스도 다 들어있다”면서도 “(김 소장의 주장이) 무슨 의미인지 더 보고 얘기하겠다”고 답했다.

‘미디어 바우처를 나눠준 뒤 후원하게 한다면 언론사들에게서 온갖 꼼수가 난무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우려에 대해 김 의원은 “지금 포털은 상업적 이득 호객행위 하는 것이 지상목표”라며 “언론계, 학계, 시민사회에서 모이면 언론이 갖춰야 할 모양새, 도덕적 기준에 대해 최소한의 공약수는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기사의 하향 평준화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의 주장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많다는 지적에 김 의원은 “나도 이게 답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현업에 있는 기자 90% 이상 현 포털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내가 발제한다는 심정으로 제안한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과거 선정성과 어뷰징 낚시 기사에 대한 비판이나 뉴스기능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은 이명박 정권 때 친여 매체였던 조중동이 가장 앞장서 했다. 그러나 이 매체는 지금 포털에서 뉴스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포털의 문제점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중동 등 주류매체와 소수매체들이 극과 극일 수 있지 않느냐’는 질의에 김 의원은 “입장에 따라 다를 것”이라며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해봤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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