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위원장 송선태, 이하 진상조사위)가 박근혜정부 첫해였던 2013년 5·18 북한군 개입설을 여과 없이 방송했던 채널A와 TV조선을 상대로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12일 오후 조사개시 1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북한 특수군으로 자신이 직접 광주에 침투했다고 최초 발설한 북한군 출신 북한이탈주민 김명국(가명)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의미 있는 진술을 확보했다”고도 밝혔다. 

송선태 진상조사위원장은 북한군 침투설을 여과없이 방송한 두 방송사에 대해 방송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 있는지 묻는 본지 기자의 질문에 “왜곡 관련 조사를 할 때 방송 경위도 당연히 조사를 할 예정이다”라고 답했다. 앞서 진상조사위는 5·18진상규명특별법에 명시된 11개 법정과제에 대해 7개 법정과제는 직권조사를 결정했고 나머지 4개 법정과제에 대해서도 직권조사 개시 결정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이 법정과제 중 ‘5·18 민주화운동의 은폐, 왜곡, 조작사건’이 포함되어 있다. 채널A와 TV조선을 상대로 한 조사 근거가 되는 대목이다. 

박진언 진상조사위 대외협력담당관은 이날 “김명국씨 관련 사안은 스스로 1980년 5월 당시 평양에 있었다는 진술 이외에는 자세하게 말씀드릴 수 없는 상황이다. 양해해달라”고 말했으며 “김씨가 채널A 방송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본인이 원하지 않게, 방송에서 몰래 촬영해서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5월12일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8층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는 모습. ⓒ 연합뉴스
▲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5월12일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8층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는 모습. ⓒ 연합뉴스
▲ 2013년 5월15일자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의 한 장면.
▲ 2013년 5월15일자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의 한 장면.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을 3일 앞둔 2013년 5월15일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은 ‘5·18 북한군 개입의 진실’편을 내보내며 남파 특수군 최초 인터뷰라는 타이틀을 걸고 자신을 1980년 광주에 있던 북한군이라 주장한 김명국씨의 주장을 여과 없이 내보냈다. 이날 김명국씨를 직접 만났다고 밝힌 프로그램 진행자 김광현 동아일보 기자는 “(김명국씨) 증언이 제대로 전파를 타지 못하고 있었다”며 방송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김명국씨 주장에 따르면 당시 채널A 방송은 김씨에게 사전 양해도 구하지 않은 ‘몰래카메라’ 수준이었다고 볼 수 있어 ‘취재 윤리 위반’ 비판을 넘어 채널A가 무리하게 방송을 밀어붙였다는 추정도 가능해 보인다. 채널A 방송 이틀 전이던 5월13일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에서도 자신을 북한 특수부대 대위 출신이라고 밝힌 탈북자 임천용씨가 출연해 “광주민주화운동은 북한의 특수군 개입에 의해 움직여진 폭동”이라는 주장이 여과없이 나갔다. 

진상조사위는 “김명국의 (최근) 진술은 그동안 위원회가 국가정보원과 국방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자료들과 연계해 북한 특수군 침투 가능성을 검증하는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5·18 민주화운동 관련 구속·송치된 616명의 구속자들 중 단 한 명도 북한과 연계되어 있다는 공소사실이나 판결내용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덧붙이며 2013년 채널A 방송으로 확산되었던 북한군 개입설은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송선태 위원장은 채널A 방송에 등장했던 김명국씨와, 김씨의 주장을 확대재생산했던 또 다른 탈북자 이주성씨의 처벌 여부와 관련해 “처벌 문제는 위원회 소관이 아니다. 전체 위원회 조사 종료 이후 처벌을 요구하는 건의안을 넣을지 판단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이어 “현재 국가정보원과 긴밀한 협조 속에 가능한 자료 제공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 위원장은 “김명국씨가 증인보호 요청을 해왔다. 현재 김씨 가족은 심대한 위협을 호소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앞서 김명국씨는 최근 JTBC와 인터뷰에서 2008년쯤 탈북자 이주성 씨를 통해 만난 또 다른 탈북자 임천용씨와의 대화 도중 임 씨가 주장하는 북한군의 광주 침투설이 “엉터리”라고 반박하다 자신의 거짓말이 커졌다고 밝혔으며 “필요 없이 던진 몇 마디 말이 광주 시민들의 맘을 후벼놓고 아프게 했다면 정말 내가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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