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뇌물죄 횡령죄로 구속 수감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사면하라는 재계, 주류 언론의 주장에 “형평성과 국민공감대를 생각지 않을 수 없다”며 “국민들의 많은 의견을 들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명박 박근혜 등 전직 대통령 사면 건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법정의를 강조하는 등 다소 거리를 둔 반응을 내놓았다. 전직 대통령 사면을 두고 4개월 전 신년 기자회견에서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던 것에 비해 표현 등이 다소 완화됐으나 사면에 신중해야 한다고 내세운 근거와 논리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취임 4주년 기념 특별연설과 기자회견에서 ‘전직 대통령 사면 건의와 함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논의가 활발하다’, ‘문 대통령이 앞서 국민통합과 공감대를 강조했는데 지금도 아직 시기상조라 생각하느냐’는 조민정 연합뉴스 기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문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들에 대한 사면을 바라는 의견들이 많이 있는 반면에, 그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게 많이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 대한 사면 의견도 많이 듣고 있다. 경제계 뿐만 아니라 종교계에서도 그런(이재용) 사면을 탄원하는 의견을 많이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 두 분이 수감 중이라는 사실 자체가 국가로서 불행한 일이며 안타깝다. 고령이고 건강도 좋지 않다하니 더더욱 안타까운 마음”이라면서도 “그런 점도 생각하고, 그것이 국민 통합에 미치는 영향도 생각하고, 한편으로 사법의 정의 형평성, 국민의 공감대 생각하면서 판단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재용 부회장 사면도 그렇다면서 “지금 반도체 경쟁이 세계적으로 격화되고 있어서 우리도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더욱 높여나가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라며 “그러나 또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형평성이나 과거 선례, 국민 공감대 생각지 않을 수 없다”고 선을그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취임4주년 특별연설 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영상 갈무리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취임4주년 특별연설 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영상 갈무리

 

문 대통령은 “대통령의 권한이지만 결코 마음대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충분히 국민들의 많은 의견을 들어 판단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 1월 기자회견에서 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단호하게 선을 그은 것에 비해서는 표현 등이 다소 완곡하고 신중해진 측면이 있다. 다만 ‘국민통합과 공감대, 사법정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등 전반적인 논리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당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두 전직 대통령 사면 주장을 두고 “두 분 대통령 수감, 국가적으로 불행한 사태이며 두분 모두 연세 많고 건강 좋지 않고 있다고 해서 걱정이 많이 된다”면서도 “그래도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라고 단호하게 밝혔다. 문 대통령은 당시 “재판 절차가 이제 막 끝났다. 엄청난 국정농단, 권력형 비리가 사실로 확인됐고, 국정농단이나 권력형비리로 국가적 피해가 막심했다”며 “우리 국민들이 입은 고통과 상처도 매우 크고, 법원도 그 사안의 중대성 감안해 대단히 엄하고 무거운 형벌을 선고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그 대전제는 국민들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는 것이며, 국민들이 사면을 공감하지 않는다면 사면은 통합의 방안이 될 수 없다”며 “사면을 둘러싸고 국론분열이 있다면 통합에 도움이 되기보다 통합을 해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