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언에 자신의 상상을 보탠 이야기가 북한군 개입설의 실체였다.” 2013년 채널A 방송에서 자신이 ‘1980년 광주에 침투했던 북한군’이라 주장했던 김명국씨(가명)를 JTBC가 단독 인터뷰했다. 애초 김씨는 스튜디오에 출연하려 했지만 “신변 위협”을 이유로 나타나지 않고 육성만 나갔다. 

7일 JTBC ‘뉴스룸’ 보도에 따르면 김명국씨는 ‘1980년 광주에 없었던 북한군’이다. 국가정보원은 김씨를 남파 간첩 임무를 수행하는 대남연락소의 군인 출신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씨는 2008년쯤 탈북자 이주성 씨를 통해 만난 또 다른 탈북자 임천용 씨와의 대화 도중 임 씨가 주장하는 북한군의 광주 침투설이 “엉터리”라고 반박하다 자신의 거짓말이 커졌다고 했다. 

김씨의 이야기는 1980년 당시 조장이 들려준 광주 이야기가 기반이었다. 김명국씨는 “조장이 자기가 여기(5·18) 참가했다는 걸 우리한테 숙영지에서 숙영할 때마다 얘기를 했다. 한두 번 해준 건 아니고, 구체적으로 자기 전투담에 대해” 얘기했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김씨는 들은 이야기에 살을 붙였다. 물론 조장의 이야기는 아무런 근거가 없었다. 

▲JTBC '뉴스룸' 7일자 화면 갈무리.
▲JTBC '뉴스룸' 7일자 보도 화면 갈무리.

김명국씨는 “솔직히 조장이 말하는 건 (광주의) 여자 임신부도 ○를 갈라 가지고 길바닥에 뿌려진 것도 봤다 그러던데”라고 말하며 본인도 믿기 어려웠다는 투로 말했다. 그는 1980년 5·18 당시 다리를 다쳐 전사자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고 했다. JTBC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이야기에 자신의 상상을 보탠 이야기. 그것이 ‘북한군 개입설’의 실체였다”고 보도했다.

김씨는 이날 JTBC를 통해 과거 정부 시절 자신을 이용하려는 정치 세력이 있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김씨는 “내 솔직하게 말할게. 저 ○○○이 패거리들도 나한테서 100억까지 주겠단 사람 있었다. 자기네한테만 나서 달라고”라고 말하며 해당 세력이 ‘공개 기자회견’을 원했다고 밝혔다. 

JTBC는 “2010년쯤 (김씨는) 탈북작가 이주성씨와 모처에서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 자리엔 재향군인회와 보수 정당 관계자가 있었다”고 했으며 “김 씨는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북한군 개입설을 이용하려는 세력과도 고리를 끊겠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김씨는 자신의 주장을 바탕으로 탈북자 이주성씨가 쓴 책 때문에 10여년 전 국정원에 불려갔다. 김씨는 “그것(책) 때문에 저도 국정원에 가서 내가 (사실이) 아니다, 다신 이런 거 안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JTBC는 “국정원은 10년 전에 이미 김 씨의 자백을 확보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3년 5·18 무렵 TV조선과 채널A에 연달아 ‘북한국 개입설’이 등장하며 사회적 논란이 거셌을 때, 국정원은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았다. 

▲JTBC 7일자 메인뉴스의 한 장면.
▲JTBC '뉴스룸' 7일자 보도 화면 갈무리.

김씨는 5·18 유가족을 향해 “필요 없이 던진 몇 마디 말이 광주 시민들의 맘을 후벼놓고 아프게 했다면 정말 내가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최근 5·18 진상규명위원회를 직접 찾아갔다. 진상규명위는 오는 1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김명국씨와 관련한 조사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JTBC는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한 지만원 씨를 비롯한 일부 세력은 김명국이 살아있는 증거라고 말해왔지만 정작 김 씨는 지 씨와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다고 했다. 오히려, 지만원이 만든 ‘광수설’은 엉터리라고 비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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