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가 때아닌 ‘골프 열기’에 휩싸여 있다.
일선 기자는 물론 간부진 등 연조나 대상 가릴 것 없다. 각 언론사마다 골프매니아가 넘친다.

특히 심각한 곳이 정당기자실. 아예 골프대회가 열리는가하면 일부 기자들은 각 의원 보좌진에게 주말 부킹 주선을 경쟁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국민회의는 지난 11월 14·15일 양일간 태능 CC에서 출입기자 대상으로 초청 대회를 열었다. 이날 골프대회는 14일 신문사 기자 16명이 4개팀을 이뤄 참석했으며 15일에는 방송사 기자들이 그 대상이었다. 방송사 기자들은 4명씩 3개팀이 참가했다.

각 팀은 기자들이 자체적으로 편성했고 이날 골프비와 식비는 전액 국민회의에서 부담했다. 국민회의에선 정동영 대변인을 비롯 전국구 예비후보인 이모씨 등이 참여했다. 한 방송사 기자는 “시간이 나면 골프장으로 나오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고 한 신문사 기자는 “관례적으로 해 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민회의 대변인실의 한 관계자는 “과거 여당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접대에 불과했다”며 “이해해달라”고 주문했다. 국민회의는 이번 행사와 관련 500여만원의 금액을 지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당 출입기자들에 따르면 필드에 나서는 기자들은 한정돼 있지만 그 수가 만만치 않다. 국민회의 기자실의 경우 30여명 안팎의 기자들이 골프를 즐긴다고 한다. 문화관광위 소속 한 의원 보좌관은 “일주일 평균 3-4차례 부킹 청탁을 받는다”며 “자기가 사용하기 보단 사내 간부용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심지어 일부 기자는 당 대변인실에 영수증을 제출하고 골프 비용 정산을 요구해 물의를 빚은 적도 있다. 기업체 단위의 골프 접대도 만만치 않다. 지난 9월 LG그룹이 모 일간지 차장급 간부 10여명을 초청하는 등 출입처, 개별적 차원의 골프 접대가 수시로 이루어지고 있다.

한 경제부처 출입기자는 “홍보실 담당자들이 과거에 비해 술자리를 기피하는 대신 운동이나 하자는 제안이 많다”며 “촌지나 향응은 사라진 대신 골프 접대가 부쩍 늘었다”고 진단했다.

이같은 언론계의 골프열기는 각 신문이 매주 일요일 휴간 체제로 전환, 상대적으로 주말 시간이 여유로워진데다 박세리 열기 등 골프 대중화 추세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일보 정치부의 한 기자는 “기자란 직업이 기본적으로 권력을 비판하고 해당 출입처의 잘못을 감시하는 것인데, 요즘에는 취재원과 ‘같이 노는 존재’로 전락한 것 같다”며 “자기 돈 내고 골프 치는 것이야 뭐라 할수 없지만 취재원 제공의 골프 접대에 ‘무임승차’하는 풍토는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