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초보자를 지칭하는 언어로 ‘○린이’라는 말이 유행하자, “‘○린이’라는 말을 쓰지 말자”는 흐름도 함께 나오고 있다. ‘○린이’라는 용어의 예시로는 주식을 처음 입문하는 사람을 두고 ‘주린이’라고 부르는 것 등이다. 그러나 ‘○린이’ 용어를 쓰는 사람들은, ‘○린이’ 용어를 지적하는 이들에게 “어린이가 미숙한 것은 맞지 않느냐”고 반박하기도 한다.

지난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청소년 단체인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는 “미숙해도 괜찮은 세상이 필요하다”며 ‘○린이’ 신조어 유행을 다시 생각해보자는 논평을 냈다. 

위티는 “특히 어떠한 분야에 있어서 미숙하고 부족한 이를 ‘어린이’와의 합성어로 부르는 주린이, 요린이의 유행은 주목할 만하다”며 “이는 어린이는 부족하고 불완전하다는 사회의 보편적 인식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실 이러한 지적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4월23일 서울문화재단에서 “첫 도전과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는 ‘○린이’ 인증 사진을 올려달라”며 어린이날 온라인 캠페인을 진행했다가 부적절한 언어 사용에 대해 여론의 문제 제기를 받은 바 있으며, 많은 커뮤니티 등에서도 관련 논란이 진행 중이다. 

‘○린이’라는 말이 문제가 없다는 이들의 주장은 “어린이가 미숙한 것은 맞지 않느냐, 그것은 혐오와는 관련 없다”고 한다. 

▲사진출처=위티.
▲사진출처=위티.

위티는 논평에서 이러한 인식을 다시 한번 지적했다.

위티는 “인터넷 커뮤니티엔 ‘잼민이’, ‘○린이’ 등의 언어 사용에 대한 갑론을박이 흔하게 펼쳐진다”라며 “해당 용어의 사용자들은 인터넷 내 실제 어린이들의 말투를 따라하는 것일 뿐 ‘잼민이를 잼민이라고 부르는데 뭐가 문제냐’고 말한다”고 전했다.

위티는 “어린이는 무조건 미숙하고 부족하다는 편견도 문제지만, ‘미성숙함’, ‘부족함’, ‘불완전함’, ‘감정적’ 등 흔히 소수자의 특성으로 설명되는 속성들이 사회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 역시 필요하다”고 짚었다. 

위티는 “어른, 남성, 백인, 비장애인, 비성소수자는 미성숙함과 불완전함에서 자유로운가”라고 묻고 “이들은 완전하고 성숙하기만 한 존재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세상에 항상 성숙하고 완벽한 선택과 결과만을 행하며 사는 이는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모두 불완전하고 감정적이며, 때로는 부족하다. 하지만 ‘완벽과 성숙’만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이러한 ‘우리’는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고, 도태되고는 한다. 이러한 사회에서 ‘잼민이’, ‘○린이’ 등의 신조어는 우리 모두의 불완전함을 타자화하고자 하는 시도일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위티는 “‘○린이’와 같은 신조어는 나이와 관계없이 누구나 미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나이를 기준으로 능력을 판가름하고 나이 어린 이를 무시하는 사회가 아니라, 더 많은 불완전함이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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