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그룹 지주회사인 ‘TY홀딩스’가 SBS의 최대주주 법인이자 자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를 흡수합병하겠다고 지난달 30일 공시했다. SBS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태영그룹이 소유·경영 분리를 명분으로 2008년 설립한 지주회사 SBS미디어홀딩스가 13년 만에 해산하는 것이다.

TY홀딩스가 밝힌 합병기일은 오는 12월28일이다. TY홀딩스와 SBS미디어홀딩스 합병 비율은 1대 0.07. 합병을 위한 주주총회는 11월12일로 예정됐다.

TY홀딩스는 SBS미디어홀딩스 지분 61.2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SBS미디어홀딩스는 SBS 지분 36.92%를 보유하고 있다. 합병이 이뤄지면 옥상옥 지주회사 구조(‘TY홀딩스→SBS미디어홀딩스→SBS’)는 ‘TY홀딩스→SBS’로 재편된다. 지난해 태영그룹은 투자 사업 부문의 ‘TY홀딩스’와 건설 전문 사업회사 ‘태영건설’로 인적 분할을 단행하며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SBS에 대한 태영그룹 장악력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과 우려가 나온다. 윤창현 전 언론노조 SBS본부장(현 언론노조위원장) 집행부 시절인 지난해 11월 언론노조 SBS본부는 “SBS미디어홀딩스는 태영그룹이 별도 투자해 만든 회사가 아니다. 2008년 설립 당시 SBS 자산을 7대3으로 분할해 1227억원의 SBS 자본을 뽑아내 만든 회사”라며 “이 자본을 기반으로 SBS와의 각종 불공정 거래를 통해 이후 약 4000억원대에 육박하는 수익이 추가로 유출됐다”고 지적한 뒤 “SBS미디어홀딩스 체제를 해체한다면 그 자산과 기능을 SBS로 환원하는 게 너무나도 당연하다. 그것은 원래 SBS의 것”이라고 지적한 적 있다.

이어 “TY홀딩스가 SBS미디어홀딩스를 흡수합병하겠다는 것은 2008년 소유 경영 분리하겠다는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고 떼어간 SBS 자산, 그리고 이후 이익 터널링으로 빼돌린 자산을 방송지주회사도 아닌 태영그룹의 본진 TY홀딩스로 영구히 이전해 SBS는 사실상 자산과 기능을 원상 회복할 기회와 가능성을 완전히 상실하게 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 태영그룹 지주회사인 ‘TY홀딩스’가 SBS의 최대주주 법인이자 자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를 흡수합병하겠다고 지난달 30일 공시했다. SBS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태영그룹이 소유·경영 분리를 명분으로 2008년 설립한 지주회사 SBS미디어홀딩스가 13년 만에 해산하는 것이다. 사진=언론노조 SBS본부
▲ 태영그룹 지주회사인 ‘TY홀딩스’가 SBS의 최대주주 법인이자 자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를 흡수합병하겠다고 지난달 30일 공시했다. SBS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태영그룹이 소유·경영 분리를 명분으로 2008년 설립한 지주회사 SBS미디어홀딩스가 13년 만에 해산하는 것이다. 사진=언론노조 SBS본부

TY홀딩스가 밝힌 이번 합병 사유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정을 준수하기 위함”이다. 현행 공정거래법 지주회사 행위제한 조항을 보면, 지주회사 체제(TY홀딩스)에서 손자회사(SBS)는 증손회사(SBS 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

일례로 SBS는 자사 광고 판매를 대행하는 자회사 SBS 엠앤씨(M&C) 지분 40%를 갖고 있는데 ‘지분 40% 초과 소유 제한’은 방송광고판매대행법 규정이다. ‘지분 40%를 초과 소유하면 안 된다’는 법률(방송광고판매대행법)과 ‘100% 소유해야 한다’는 법률(공정거래법)이 충돌하는 것.

TY홀딩스는 이번 합병으로 “SBS미디어홀딩스 역할과 기능을 TY홀딩스가 온전히 흡수·유지함으로써 향후 미디어 사업의 미래 지향적 발전 전략을 새롭게 모색하는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며 “미디어 사업뿐 아니라 건설, 환경, 레저, 물류 등 태영그룹의 다른 사업 부문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각 사업 부문이 시장으로부터 적정한 기업 가치를 평가받아 궁극적으로는 주주 가치가 극대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번 합병은 SBS 노사와 TY홀딩스가 협의를 거친 결과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12월 SBS와 SBS의 지주회사에 대해 “SBS의 재무 건전성 부실을 초래하거나 미래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종사자 대표와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성실히 협의하고 그 결과를 4월 말까지 제출하라”고 재허가 조건을 부과한 바 있다.

▲ 서울 목동 SBS본사 사옥. ⓒ 연합뉴스
▲ 서울 목동 SBS본사 사옥. ⓒ 연합뉴스

이에 언론노조 SBS본부와 사측은 지난 1월 ‘SBS 미래발전을 위한 노사공동협의체’를 구성해 협의를 이어왔다. 언론노조 SBS본부에 따르면, SBS 노사는 TY홀딩스와 ‘TY홀딩스와 SBS미디어홀딩스를 합병하는 안’, ‘SBS미디어홀딩스와 SBS를 합병하는 안’을 놓고 토론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TY홀딩스와 사측이 제공한 자료와 정보에 오류가 없고 기타 내외부 환경 변화가 없다는 전제 하에 ‘TY홀딩스와 SBS미디어홀딩스를 합병하는 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3일 “TY홀딩스 체제는 방송 지주회사가 아닌 건설과 방송이 융합된 지주회사가 SBS를 직접 지배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소유 경영 분리와 공정 방송 원칙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제도가 필요하다”며 “두 지주 회사 합병을 서둘러 결의한 점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힌다”고 전했다. 최근 사측이 단체협약에 명시된 경영진 임명동의제 조항 삭제를 요구하며 노사 갈등이 불거진 상황에서 이에 대한 입장 표명 없이 지주회사 합병을 결정한 것에 유감이라는 것. 

다만 언론노조 SBS본부는 “노동조합은 SBS 지주회사의 합병 방식에 대한 논쟁보다 지주회사의 콘텐츠 투자 기여 방안 논의를 통해 SBS의 지속가능한 발전상을 담보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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