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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사를 만드는 것과 좋은 기사를 많이 읽히게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많이 읽히는 기사가 반드시 좋은 기사도 아니고 안 읽힌다고 해서 좋지 않은 기사가 아닌 것도 아니죠. 하지만 기사는 많이 읽혀야 힘이 생깁니다. 많이 읽지 않더라도 꼭 써야 할 기사가 있지만 많이 읽으면 실제로 변화가 일어납니다. 변화를 만들려면 읽게 만들어야 합니다.

한국의 뉴스 유통 환경에서는 어떤 기사를 많이 읽게 만드느냐가 포털이 확보하고 있는 권력이고 의도하거나 의도하지 않거나 포털은 여론의 방향에 영향을 미칩니다. 플랫폼 공정성이 공적 책임의 영역에서 논의돼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미디어오늘이 여러 경로로 교차 확인한 바에 따르면 날마다 네이버에 유입되는 기사가 6만 건에 육박합니다. 이 가운데 69개 콘텐츠 제휴(CP) 언론사의 기사가 3만6000건 정도 되고 나머지 검색 제휴 언론사의 기사 링크가 2만4000건 정도 됩니다. 네이버 페이지뷰는 하루 3억 뷰, 이 가운데 뉴스가 1억 뷰 정도를 차지합니다. 전체적으로 뉴스와 연예, 스포츠 콘텐츠가 3억 뷰 가운데 70% 정도를 차지한다고 하고요. (포털 제휴평가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20년에 인링크 기사는 948만 건이었습니다.)

네이버는 지난해 9월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카카오 들어오라 하세요” 논란 이후 11월 ‘많이 본 뉴스’ 서비스를 중단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2월에는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도 중단했습니다.

(제가 지난해 대학원 논문으로 네이버 인기 검색어와 ‘많이 본 뉴스’의 상관 관계를 분석한 적 있는데요.
https://library.kaist.ac.kr/search/ctlgSearch/posesn/view.do?bibctrlno=948421 이게 거의 처음이자 마지막 연구로 남을 것 같습니다. 지금 이 글은 그 논문의 연장선에서 쓰는 글입니다.)

사실 ‘많이 본 뉴스’는 다른 사람들이 많이 읽기 때문에 더 많이 읽게 되는 바이어스를 만드는 경우가 많았죠. 실제로 ‘많이 본 뉴스’를 먼저 찾아읽는 사람들도 많았고요. 자칫 그래서 꼬리가 몸통은 흔드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네이버는 ‘많이 본 뉴스’를 중단하는 대신 언론사마다 20건씩 가장 많이 읽은 기사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전체 통계는 공개하지 않지만 각각 언론사 통계를 확인할 수는 있습니다.

그래서 69개 CP 언론사의 많이 본 기사를 모두 긁어서 더해 봤습니다. 그리고 이 데이터를 조회 수 기준으로 정렬하면 개편 이전의 데이터와 비교해 볼 수 있겠죠.

다음 그림이 그 결과입니다.

 

69개 언론사의 ‘많이 본 기사’ 20건을 모두 더했더니 하루 평균 5092만 뷰 정도가 나오고요. 토요일이나 일요일, 휴일에도 크게 등락은 없습니다.

이게 의미하는 게 뭘까요? 네이버 뉴스 트래픽이 하루 1억 뷰라면 그 가운데 절반 정도가 ‘많이 본 뉴스’ 20건에서 나온다는 거죠. 20 대 80 법칙이 아니라 20건의 기사가 50%의 트래픽을 만들고 있다는 계산이 됩니다. 69개 언론사에서 20건씩이면 1380건인데요. 물론 이 안에서도 편차가 큽니다. 대략 가장 많이 읽은 기사 30건이 1000만 뷰 정도를 만들고요. 가장 많이 읽은 기사 100건이 2000만 뷰, 300건이 3000만 뷰 정도가 됩니다.

네이버 개편 이후 2020년 11월16일부터 2021년 4월24일까지 데이터를 모두 더해 봤습니다. 기사는 모두 21만4106건이고 누적 조회 수는 81억4775만 뷰입니다. 아래 그림은 조회 수 비중을 나타낸 것입니다.

 

중앙일보가 7억727만 뷰로 8.7%를 차지하고요. 조선일보가 4억8698만 뷰로 6.0%를 차지합니다. 연합뉴스와 한국경제, 매일경제 순입니다.

아래 그림은 날마다 조회 수 상위 50건씩 기사를 뽑아서 각각 언론사마다 몇 건씩인지 계산한 것입니다. 실제로 네이버에서 가장 많이 읽은 기사 50건의 데이터고 이게 한국에서 가장 많이 읽힌 기사라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중앙일보가 1775건으로 1위, 조선일보가 970건으로 2위, 그리고 한국경제와 연합뉴스, 매일경제 순입니다.

아래 그림은 같은 방식으로 다음에서 가장 많이 읽은 기사 50건씩을 뽑아 본 것입니다. 역시 2020년 11월16일부터 2021년 4월24일까지 160일 동안의 데이터입니다.

다음에서는 연합뉴스가 1126건으로 1위, 뉴스1이 972건으로 2위, 그리고 머니투데이와 중앙일보, 뉴시스 순입니다.

 

네이버와 다음의 많이 읽은 기사를 비교해 보면 두 가지 포인트를 읽을 수 있습니다.

첫째, 네이버에서 뉴스를 읽는 사람과 다음에서 뉴스를 읽는 사람이 전혀 다른 뉴스를 보고 있을 수 있다,

둘째, 우리에게는 선택지가 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네이버를 선택하거나 다음을 선택할 수 있지만 이게 세상의 전부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음 그림은 2019년 1월부터 2020년 8월까지 20개월 동안 네이버 ‘많이 본 뉴스’를 집계해서 언론사마다 추이를 비교한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2020년 11월에 ‘많이 본 뉴스’는 중단됐습니다.)

 

놀랍게도 어느 시점부터 중앙일보와 조선일보가 ‘많이 본 뉴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습니다. 연합뉴스는 상대적으로 크게 줄어들었고요.

중앙일보와 조선일보가 일정 시점 이전의 기사를 네이버에서 삭제하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2019년에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게 보이는 걸 수도 있습니다. 이 데이터를 집계한 건 2020년 9월입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의 비중이 크게 뛰어오른 것은 사실입니다.

다음 그림은 같은 기간 동안 다음의 데이터입니다. 전체적으로 별다른 순위 변동이 없군요.

아래 그림에서 맨 왼쪽은 2015년에 미디어오늘이 유에프오팩토리와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입니다. 2014년 1월부터 2015년 5월까지 네이버에서 ‘가장 많이 읽은 기사’ 10만3084건을 분석한 결과입니다. 연합뉴스와 뉴스1, 뉴시스 순이었습니다.

 

가운데 그래프는 2018년 10월부터 2020년 8월까지 네이버 ‘많이 본 뉴스’ 14만4900건을 분석한 결과입니다. 이때는 이미 중앙일보, 조선일보, 연합뉴스 순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그래프가 네이버 개편 이후 2020년 11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조회 수 상위 50건의 기사를 집계한 결과입니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도 사라지고 ‘많이 본 뉴스’ 전체 통계도 사라졌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음 그림은 같은 기간 동안 다음에서 ‘많이 본 뉴스’를 같은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입니다.

다음은 여전히 연합뉴스가 조회 수 1위를 기록하고 있고요. 뉴스엔이 빠지고 그 자리를 뉴스1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는 연합뉴스와 뉴스1, 뉴시스, 세 언론사가 52.5%를 차지했는데 올해 들어서는 비중이 줄어든 게 눈길을 끕니다. 머니투데이의 비중이 늘어났고요. 상위 3개 언론사의 비중이 27.1%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와 다음의 차이는 지난해 조국 보도에서 두드러졌습니다. 메인에 뜨는 기사도 다르고 독자들의 반응도 달랐죠.

다음 그림은 ‘많이 본 뉴스’ 가운데 제목에 조국이 들어간 기사들의 비중입니다. 역시 네이버에서는 중앙일보와 조선일보 비중이 크고 다음에서는 연합뉴스와 뉴스1 비중이 큽니다. 네이버 독자들은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의 기사로 조국 이슈를 이해하고 다음 독자들은 연합뉴스와 뉴스1의 기사로 이슈를 따라잡았을 것입니다. 여기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겠습니다.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두 포털의 논조가 확연하게 달랐을 거라는 겁니다.

 

다음 그림은 ‘많이 본 뉴스’에 포함된 주요 키워드의 비중을 비교해 본 것입니다. ‘많이 본 뉴스’를 네이버에서는 하루 210건씩, 다음에서는 하루 50건씩 집계했기 때문에 네이버의 기사가 더 많을 수 있습니다만 항목에 따른 차이를 눈여겨 보시기 바랍니다. (네이버에서는 정치, 사회, 경제, 문화, TV, IT, 국제 섹션에서 각각 30건씩 집계했습니다.)

보시다시피 네이버에서 상대적으로 조국 기사의 비중이 높았고 다음에서는 윤석열 기사가 많이 본 뉴스가 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더 많았습니다. 금태섭과 안철수가 제목에 들어가는 기사도 상대적으로 네이버에서 더 많이 소비됐습니다.

 

‘윤석열’과 ‘압박’이라는 단어가 동시에 제목에 들어가는 기사는 다음에서 많이 읽혔고요. ‘조국’과 ‘진중권’이라는 단어가 동시에 들어가는 기사는 상대적으로 네이버에서 더 많이 읽혔습니다. ‘임은정’과 ‘검언유착’ 이슈도 다음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이 읽혔습니다. 네이버 독자들은 관심이 없었고요.

이런 차이가 네이버 독자들과 다음 독자들의 성향 차이일 수도 있고 애초에 네이버와 다음의 뉴스 추천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둘 다 서로 영향을 미치는 것일 수도 있고요.

네이버에서 중앙일보와 조선일보 기사가 유독 더 많이 읽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한 가지 가능한 설명은(실제로 네이버도 이렇게 강조하고 있고요.) 중앙일보와 조선일보가 채널 구독자가 많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다음 그림은 4월29일 기준으로 네이버 채널 구독자를 집계한 건데요. 중앙일보가 500만 명이 넘었고 그 뒤로 JTBC, YTN, 연합뉴스, SBS, KBS, 매일경제, 조선일보 순입니다.

 

구독자 수를 전체 공개한 곳도 있고 100만 단위로만 공개한 곳도 있어서 약간의 오차가 있을 수 있는데요. 그러니까 조선일보가 400만 명이라고 된 건 400만 명에서 500만 명 사이라는 의미입니다.

다음 그림은 방송사를 제외하고 구독자 수와 ‘많이 본 뉴스’ 조회 수의 상관 관계를 비교하기 위한 것입니다. (방송사들은 전체적으로 구독자 수는 많은 편이지만 조회 수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납니다.)

 

구독자 수가 비슷한 언론사들끼리도 격차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채널 구독자가 많을수록 조회 수도 많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구독자가 많으니 많이 읽히는 거라는 네이버의 설명도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실제로 중앙일보의 경우 채널 구독자가 늘어나면서 ‘많이 본 뉴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조회 수가 크게 늘어난 것처럼 보이기도 하죠.

하지만 다음 그림을 보세요.

 

중앙일보가 한겨레 보다 구독자 수는 30% 정도 많은데 ‘많이 본 뉴스’의 조회 수는 거의 네 배(376%) 가까이 됩니다. 단순히 구독자 수가 많으면 많이 읽힌다고 보기도 어렵죠.

한겨레도 구독자는 많은 편이지만 상대적으로 열독률이 떨어진다고 건조하게 해석할 수도 있을 거고요. 제목이 눈길을 끌지 않거나 이슈를 치고 나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도 있을 겁니다. 애초에 네이버 독자들에게는 중앙일보 기사가 더 어필하기 때문일 수도 있겠죠.

물론 조금 삐딱하게 보면 네이버 알고리즘이 중앙일보에 가중치를 높게 주고 한겨레에 낮게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의심할 수도 있을 겁니다. 실제로 그런 의혹을 갖는 분들도 많이 있고요.

중앙일보가 아이24팀을 3교대로 운영하면서 이슈 대응을 하기 시작하면서 네이버에서 존재감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점유율이 높을수록 노출이 늘어나는 네이버 알고리즘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거죠.

 

또 하나 눈여겨 볼 부분은 네이버에서 채널 구독 설정을 하는 네이버 이용자가 전체 네이버 이용자의 24% 정도 밖에 안 된다는 겁니다. 76%는 그냥 보는 거죠. 그런 기능이 있는 줄도 모르는 분들도 많고요.

그래서 중앙일보와 조선일보 채널을 구독하는 사람이 많으니 아무 채널도 구독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중앙일보와 조선일보 기사를 더 많이 노출해 준다는 논리일 텐데요. 그래서 이런 편중이 생기는 거고요.

네이버 알고리즘이 편향됐다고 지적한 MBC 스트레이트 보도가 논란이 됐던 건 언론을 진보와 보수로 구분하고 보수 성향 언론의 노출이 많다고 규정했기 때문인데요. 어디까지 진보고 어디까지 보수냐, 이런 구분이 쉽지 않기도 하고 설령 구분을 한다고 해서 진보와 보수를 50 대 50으로 맞춰야 하는 것도 아니고요. 조선일보 기사를 보여줬으니 한겨레 기사도 보여줘야 한다, 이런 기계적인 편집도 대안이 될 수는 없습니다. 정말 쉽지 않은 문제죠.

데이터를 정리하면서 흥미로운 대목을 또 발견했습니다. 당초 네이버와 동등한 비교를 위해 다음에서도 2020년 8월까지 데이터를 집계했는데 확인할 게 있어서 2017년 8월부터 2021년 4월까지 데이터를 모두 뽑아봤습니다. 그랬더니 무슨 이유에서인지 2020년 9월부터 다음에서 연합뉴스의 비중이 크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때가 윤영찬 의원의 “카카오 들어오라 하세요” 논란이 있던 때군요. 다른 무슨 이유가 있는지는 좀 더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 그림은 3월1일부터 4월8일까지 ‘많이 본 뉴스 가운데’ 보궐 선거 관련 기사들을 집계해 본 것입니다. 하루 단위로 조회 수 상위 50건을 뽑아서 언론사 별로 비중을 나타낸 결과입니다.

선거 관련 이슈는 제목에 다음 단어가 들어간 기사를 뽑은 것입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김동원 연구위원이 만든 프레임워크를 가져다 썼습니다.) 서울시, 나경원, 금태섭, 김어준, 박영선, 우상호, TBS, 강성현, 김선동, 배영규, 오세훈, 이승현, 안철수, 신지혜, 허경영, 정동희, 송명숙, 황철운, 박원순, 선거, 시장, 부산시, 박형준, 김영춘, 노정현, 가덕도, 신공항.

앞서 살펴봤던 것과 순위는 대략 비슷해 보이지만 네이버에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비중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위 5개 언론사 기사의 비중이 67.2%나 됩니다. 다음과 비교하면 다음이 좀 더 고르게 분산된 모습인데요. 그리고 다음에서는 뉴스1이 연합뉴스를 따라잡았군요.

지난 선거 국면에서 네이버를 주로 이용하는 독자들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기사로 주요 쟁점을 이해했을 것입니다. 다음을 이용하는 독자들은 뉴스1의 기사를 아마 가장 많이 읽었을 거고요.

전체적으로 선거 관련 이슈가 다음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이 읽혔고 네이버에서는 비중이 더 낮았습니다. 다음 그림은 선거 기간에 조회 수 상위 50위 기사 가운데 선거 관련 기사의 숫자입니다.

 

선거 막판으로 가면서 다음에서는 ‘많이 본 뉴스’ 50건 가운데 선거 관련 이슈가 18건까지 차지하기도 했지만 네이버는 10건을 넘는 날이 딱 하루 뿐이었습니다. 41일 동안 ‘많이 본 뉴스’ 2050건 가운데 선거 관련 이슈는 네이버가 119건, 다음이 235건이었고요. 하루 평균 네이버는 3.8건, 다음은 6.7건이었습니다. 오늘 하루의 가장 핫한 뉴스 50건 가운데 선거 이슈는 3~7건 정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는 이야기죠. 정치 이슈는 애초에 뉴스 트래픽의 일부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일부 이슈가 대중적인 이슈로 부각되죠.

▲ 뜨거웠던 생태탕. 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 뜨거웠던 생태탕. 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대표적으로 ‘생태탕’이란 단어가 제목에 들어간 기사만 뽑아보면 네이버는 9건 밖에 안 됐지만 다음에서는 25건(4월8일까지만 집계하면 23건)이나 됐습니다. 내용을 들여다 보면 오세훈 후보에게 유리한 기사도 있고 불리한 기사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다음에서 ‘생태탕’ 이슈가 훨씬 더 핫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선거를 이틀 앞둔 4월5일, 다음의 ‘많이 본 뉴스’ 50건 가운데 8건이 생태탕 관련 기사였습니다.

생태탕이 그렇게 중요한 이슈였느냐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네이버 독자들과 다음 독자들이 생태탕 이슈를 인식하는 정도는 크게 달랐을 것 같습니다. 네이버도 다음도 의도했던 바는 아닐 것입니다.

윤여정님이 아카데미상을 받던 날 조영남의 인터뷰를 온 국민이 읽어야 하는 이런 상황 역시 포털 저널리즘의 참담한 현실입니다. 서예지의 가스라이팅 논란은 여러 번 읽고도 이게 왜 이렇게 중요한 뉴스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딸인줄 알았는데 동생이더라”는 유전자 미스터리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뉴스입니다. 전체적으로 우리 사회가 소비하는 뉴스 소비의 총량이 어느 정도 일정하다고 보면 뉴스의 다양성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얼마 전에 한 토론회에서 누군가가 이런 이야기를 하던데요. 네이버에서 뉴스를 없애면 오히려 네이버 이용자들이 불편해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많은 언론인들이 네이버가 뉴스를 중단해야 한다고 외치지만 구글 검색으로는 불가능한 실시간 뉴스 아카이브의 화제성과 휘발성, 이른바 한국형 포털 서비스의 장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뭔가 떴다 싶으면 모두가 같은 뉴스를 다 읽게 됩니다. “너 그 기사 봤어?” 하면 “아, 그거 말이지”라고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죠. 확 떠올랐다가 꺼지고 다른 이슈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다함께 분노하고 열광하죠. 포털이 만든 담론 공동체라고 할까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역동적인 뉴스 소비 구조라고 할 수 있겠지만 뉴스의 맥락이 사라지고 바이럴 이슈가 뜨면 다른 이슈를 잡아먹게 됩니다.

한국 언론에게 포털 저널리즘은 원인이면서 결과입니다. 스스로 머리를 깎을 수 없을뿐더러 모두가 ‘공유지의 비극’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이죠.

 

한국 언론사들이 포털에 뉴스를 공급하기 시작한 게 2000년부터고 네이버가 ‘뉴스캐스트’라는 이름으로 뉴스 콘텐츠를 구입해서 서비스한 게 2009년부터입니다. 세계 어디에도 비슷한 사례가 없는 뉴스 콘텐츠의 ‘가두리 양식장’이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많은 언론사들이 뉴스 콘텐츠의 유료 판매라는 개념으로 접근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포털의 ‘공짜 뉴스’가 뉴스 생태계를 황폐화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포털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가 쉽지 않죠. 2004년에는 일간스포츠 등 스포츠 신문들이 한꺼번에 포털 전재 계약을 중단하고 파란닷컴으로 옮겨갔다가 실패한 경험도 있었습니다. 그 빈 자리를 스타뉴스와 팝뉴스, 조이뉴스, 리뷰스타, 고뉴스 등등 온갖 새로운 매체들이 채웠고 ‘충격’과 ‘경악’의 뉴스가 범람하면서 공유지의 비극이 가속화됐습니다.

2013년에는 광고주협회가 주도한 ‘나쁜 언론’ 퇴출 프로젝트가 있었지만 변죽만 울리다 그쳤죠. 2015년에는 5인 미만 언론사를 퇴출해야 한다는 신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가 위헌 결정을 받기도 했습니다. 군소 언론사들 중에 나쁜 언론도 있겠지만 문제는 신문사의 사이즈가 아니었죠. 군소 언론사들을 퇴출시킨다고 해서 남아있는 언론사들의 파이가 커질 것도 아니었고요.

2016년에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출범했지만 결국 ‘가두리 양식장’의 ‘이너 써클’을 강화하는 데 그쳤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포털 입장에서는 이미 콘텐츠가 넘쳐나는 상황에 추가로 비용을 지불하면서 콘텐츠를 늘릴 이유가 없고 적당히 철벽을 치고 거절할 명분으로 위원회를 내세웠던 것이죠. 콘텐츠 제휴를 걸어 잠그면서 검색 제휴를 늘리긴 했지만 애초에 “제휴를 맺어야 검색해준다”는 것도 근본적으로 포털의 개방성과 중립성에 위배되는 원칙입니다.

네이버의 ‘이너 써클’은 한국 언론의 파괴적 혁신을 지연시켜 왔습니다. 많은 언론사들이 전재료에 목을 맸고 네이버 첫 화면이 개편될 때마다 트래픽이 요동을 쳤고 여론의 지형과 흐름도 뒤틀렸습니다. 네이버의 실수라기 보다는 애초에 네이버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왕관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가두리 양식장’을 벗어나기 위한 대안으로 아웃링크가 거론된 건 2017년부터였습니다. 구글처럼 검색 결과를 직접 언론사 사이트로 넘어가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죠. 신문협회는 네이버와 다음이 뉴스 서비스로 얻는 매출이 3500억 원이 넘는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포털 사이트가 지금까지 성장한 게 결국 공짜 뉴스 덕분 아니냐는 논리였죠.

한국 언론은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이 모바일에서만큼은 포털에 주도권을 내줄 수 없다고 버티다가 들어온 게 2015년입니다. 한때 연합뉴스가 포털 제휴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지만 연합뉴스 역시 연간 수백억 원에 이르는 제휴 매출을 포기할 이유가 없죠. 연합뉴스가 뉴스 도매상의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기 어렵고 연합뉴스가 네이버에 빠진다고 해서 그 영향력이 다른 언론사에게 옮겨갈 거라고 기대하는 것도 무망합니다.

애초에 한국 언론이 한꺼번에 포털에서 빠져나온다는 것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포털 저널리즘을 비판하면서 ‘가두리 양식장’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적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나가는 놈만 손해’인 국면입니다. 일부 언론사들이 우리는 빠질 수 있으니 다같이 빠지자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모두 이해관계가 다르죠. 법으로 포털에 뉴스 서비스를 금지시킬 수 있을까요? 역시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제휴평가위원회에는 아직도 뉴스 제휴를 해달라는 언론사들이 줄을 서 있죠. 천하의 조선일보도 네이버와 인연을 끊을 수 없는 게 현실이고 독립 언론 뉴스타파도 재수와 삼수 끝에 그 어렵다는 콘텐츠 제휴 계약을 맺었습니다. 네이버에 뜨면 읽히고 안 뜨면 안 읽히는 게 한국 언론이 당면한 참담한 현실입니다.

네이버에서 뉴스를 없앤다면 그 트래픽의 상당 부분이 다음 뉴스로 옮겨가겠죠. 네이버가 그런 선택을 할 이유가 없고, 애초에 모든 언론사가 네이버에서 탈퇴한다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네이버와 다음의 전재료(지금은 광고 수익 배분으로 바뀌었습니다)는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고 상당수 언론사들이 그 과도기를 견뎌내지 못할 것입니다. 네이버와 다음은 아웃링크를 한다면 뉴스에 비용을 지불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고요. (구글 쇼케이스가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전재료나 광고 수익 배분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그렇다고 강제로 포털이 뉴스 서비스를 중단하게 만드는 것도 가능하지 않습니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정부 주도의 대안 포털을 만들겠다고 해서 요 며칠 논란이 있었죠. 일단 정부 주도의 포털이란 건 가능하지도 않고 잘 될 수도 없습니다. 근본적으로 네이버가 사악해서 뉴스를 저렇게 편집하는 게 아니라고 한다면 정부가 손을 댄다고 해서 갑자기 공정하고 균형 있는 포털이 탄생할 거라고 보기도 어렵고요.

미디어 바우처를 활용한다는 아이디어는 그럴 듯해 보이지만 정부 광고를 줄여 1조 원을 언론사들에게 나눠준다는 김승원 의원 등의 주장은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대안 포털은 논의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김의겸 의원이 말하는 방식은 절대 아닙니다. 정말 순진무구한 발상이라고 밖에 할 수 없겠군요.

네이버에 송고할 수 있는 기사 수를 줄이자는 아이디어도 있었죠. 언론사들이 하루 20건의 기사를 송고한다면 네이버가 지금처럼 언론사들에게 광고 수익을 배분할까요? 네이버의 결단과 언론사들의 합의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아마 그 20건의 기사도 온갖 낚시질 기사로 도배하는 언론사들이 나타나고 공유지의 비극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웃링크 역시 여전히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네이버가 의지만 있다면 콘텐츠 제휴의 문턱을 낮추고 구글 AMP와 비슷한 방식으로 인링크와 아웃링크를 결합한 방식을 실험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금 네이버가 알고리즘에 반영하고 있는 NG(Not Good) 팩터의 비중을 높여서 저널리즘 원칙에 충실한 언론사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역시 알고리즘 설계에 적극적인 판단과 의지가 개입돼야 가능한 일일 거고요. 단계적으로 AB 테스트를 거쳐가면서 알고리즘을 개선해 나가되 어느 정도 투명성 확보가 필요하겠죠.

근본적으로 저는 네이버와 다음이 알고리즘 핑계를 대지 말고, 적극적으로 좋은 기사를 선별하고 토론을 활성화하고 편집에 따른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계가 대신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돌아보면, 네이버와 다음에서 사람 편집자가 뉴스를 편집하던 시절, 온갖 편향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지만 뉴스 섹션은 지금보다 훨씬 더 읽을 거리가 많았습니다. 네이버와 다음이 인정하든 하지 않든 포털은 저널리즘 플랫폼으로 작동하고 있고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그 힘을 제대로 쓰지 않고 지금처럼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 수 없는 알고리즘에 내맡기고 나라 전체를 에코 체임버에 밀어넣는 방식은 정말 위험천만합니다.

 

위의 그림은 200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진보 성향 블로그와 보수 성향 블로그가 어떻게 링크를 주고받는지 나타낸 것입니다. (http://dx.doi.org/10.1145/1134271.1134277) 불편한 논쟁을 회피할 때 공론장이 어떻게 양극화할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하는 그림입니다.

알고리즘은 기밀이고 공개될 경우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게 네이버와 다음의 설명이지만 지금 같은 상황을 방치할 수는 없습니다. 핵심은 어떤 알고리즘도 완벽하지 않으며 알고리즘에 공정성과 객관성을 기대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네이버와 다음처럼 지배적인 포털 사업자는 이들이 이슈의 흐름과 편향, 의제 설정에 미치는 영향을 끊임없이 감시 받고 검증 받아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알고리즘은 끊임없이 개선돼야 하며 아무리 영업 비밀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원칙이 공개돼야 하며 외부의 감시와 비판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답을 찾기 어려운 논의입니다. 하지만 방향은 명확하다고 생각합니다. 뉴스의 가치를 높이는 인센티브가 작동해야 합니다. 건강한 공론장을 만들고 토론을 활성화하고 민주주의를 확장하는 방향이 돼야 합니다. 얼마든지 발전적인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합의의 지점이 있을 거라고 믿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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