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노동자들이 사회보험과 퇴직금, 연차휴가 등을 보장 받을 법적인 길이 열렸다. 노동절 전날인 30일, 신문들은 이 소식을 주요하게 보도했고 일부 언론은 환영 입장을 표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9일 전체회의에서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일정한 요건을 갖춘 법인을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으로 인증할 수 있고, 인증 받은 기관은 노동자를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것이 법안의 골자다.

가사노동 제공업체는 가사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사람과 가사 노동의 종류와 노동시간, 휴게시간 등을 담은 서면 계약을 맺어야 한다. 업체는 가사 노동자에게 유급 휴일과 연차 유급휴가, 퇴직금, 4대 보험 등을 제공해야 한다.

▲30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30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그간 ‘파출부’ ‘가정부’ 등으로 불려온 가사노동자들은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때부터 ‘가사사용인’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한 조항(11조) 탓에 노동권 보호를 받지 못했다. 통과된 가사노동자법은 근로기준법의 11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다.

노동부는 2019년 기준 가사노동자 규모를 15만6000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가사노동자협회는 2020년 기준 최소 30만명으로 추산한다.

▲30일 경향신문 1면
▲30일 경향신문 1면

경향신문은 1면 머리기사에서 “가사노동에 대한 정의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근로기준법 제정 당시에는 가사노동이 사적 영역으로 간주됐지만, 저출산·고령화 추세로 점차 가사노동시장이 발전해왔다. 하지만 가사 노동 시장은 대부분 직업소개소나 휴대전화 어플리케이션으로 알선되는 형식이어서, 가사서비스의 품질보증과 가사노동자에 대한 보호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일어왔다”고 했다.

그러나 신문들은 이 법안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인증기관이 노동자를 고용하는 경우에만 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사각지대가 여전하다. 한국일보는 “법안은 가사노동자의 최소 근로시간은 1주일에 15시간 이상으로 규정하면서도 ‘가사근로자의 명시적 의사가 있거나 서비스 제공기관의 불가피한 경영상 이유가 있을 때’ 예외를 두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1주일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노동자는 주휴수당과 퇴직금, 연차 유급휴가 등을 보장 받을 수 없다.

▲30일 한국일보 5면
▲30일 한국일보 5면

조선일보는 1면에 이 소식을 전하면서도 “다만 가사 근로자들의 권익 신장만큼 소비자들의 비용 부담이 따르게 됐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비용 상승이 아니라 가사노동 ‘이용 비용의 정상화’라는 반론도 있다”고 했다.

▲30일 조선일보 1면
▲30일 조선일보 1면

경향신문은 관련 사설을 내고 “늦게나마 가사노동자들이 제대로 대접받을 법적인 장치가 마련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정치권과 당국은 향후 법안 논의 및 시행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촘촘히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30일 경향신문 사설
▲30일 경향신문 사설

8년만의 이해충돌방지법 통과, 동아·조선 미보도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이 발의 8년 만에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가 직무 관련 정보를 활용해 사익 추구를 하지 못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공직자가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활용해 재산상 이익을 얻을 경우 7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7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30일 중앙일보 6면
▲30일 중앙일보 6면

규제 대상은 입법·사법·행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공공기관 임직원 등이 190만명이다. 이들은 사적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인허가·공사용역·재판·수사 등의 직무를 수행하게 된 사실을 알게 되면 14일 안에 기관장에게 신고하고 이를 회피해야 한다.

이해충돌방지법은 2013년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금지법)’과 함께 정부안으로 제출됐으나 8년 간 발의와 폐기를 거듭해왔다. 지난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한겨레는 사설을 내 엄격한 시행을 강조했다. 한겨레는 “만시지탄이지만, 두 법의 입법 절차가 마무리된 것은 공정하고 투명한 공직사회를 향해 중요한 발걸음을 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도 “모든 공직자의 재산 등록을 의무화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의 경우 발의조차 감감무소식인 상태다. 국회와 정부는 입법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했다.

9개 주요 아침 종합일간지 가운데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관련 보도를 내지 않았다.

▲30일 한겨레 사설
▲30일 한겨레 사설

이건희 찬가 이어간 신문들

일부 언론은 30일에도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상속세 납부 및 기부 계획에 ‘이건희’ 찬가를 이어갔다. 동아일보는 1면에 ‘단독’으로 “생일선물 대신 ‘기부내역’ 달라고 한 이건희 회장”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는 이건희 회장이 1991년부터 “1987년 회장 취임 이후 관례처럼 이 회장의 생일인 1월 9일마다 선물을 보내자 (삼성 사장단에) 선물 대신 기부 활동을 적어 달라고 했다”며 “실제로 이 회장은 생전에 매번 특별한 ‘생일 선물’을 손꼽아 기다렸고, 이 선물을 받은 뒤에는 어김없이 활짝 웃으며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는 게 유족과 주변 지인들의 전언”이라고 전했다.

▲30일 동아일보 1면
▲30일 동아일보 1면
▲30일 동아일보 3면
▲30일 동아일보 3면

동아일보는 3면 기사에선 “재계에 따르면 삼성 일가는 상속세 납부 및 신고 기한인 30일을 앞두고 기부의 형식과 내용을 일찍부터 고민해 왔다고 한다”며 “이 회장의 유산 가운데 부산 해운대구 장산산림욕장과 장산계곡이 위치한 임야 3만8000㎡를 부산 해운대구에 기부하기로 한 것도 이날 해운대구가 밝히면서 알려졌다”고 했다. “이 회장이 남이 모르게 ‘음덕’을 쌓듯 어려운 이웃을 찾아 도우라고 당부해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세기의 기증’ 이건희 컬렉션 옮기는 데만 한 달 걸릴 듯”이란 제목의 기사를 3면에 냈다. 중앙일보는 ‘이건희 컬렉션’이란 이름의 ‘분수대’ 칼럼의 대부분 내용을 삼성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의 자서전 인용으로 채웠다.

▲30일 한국일보 10면
▲30일 한국일보 10면
▲30일 중앙일보 오피니언
▲30일 중앙일보 오피니언

한편 한국일보는 16면에 이 회장 유가족들이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담보로 한 것이 아니라 신용으로 시중은행 대출을 진행하고 있다며 그 배경에 주목했다. 한국일보는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이 0.7%로 미미한 상황에서 상속받은 주식을 담보로 내놓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며 “다만 일반인은 신용대출 한도가 수억 원에 불과한 상황에서, 삼성 일가에 신용대출 명목으로 수천억 원이 나가는 것에 대해서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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