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고 이건희 삼성 회장 상속세 납부와 재산 사회환원 발표에 지면 3~4면을 할애해 눈물어린 용비어천가 기사를 쏟아내자 이를 지켜본 더불어민주당의 당직자가 ‘토할 것 같다’며 분노를 터뜨렸다.

민주당이 복역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론에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고, 일부 삼성 출신 의원은 이재용 사면을 두둔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 주목된다.

국민의힘은 막말 비판 말고 문비어천가나 경계하라고 논평을 냈지만, 정작 본인들은 왜 언론이 이렇게 권력형 비리를 저지른 중범죄자를 구하려 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박진영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29일 오전 0시47분경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삼성어천가’ 때문에 토할 것 같은 하루였다”며 “법적으로 당연히 내야 할 상속세를 내겠다는 게 그렇게 훌륭한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박 부대변인은 “2008년 4조5000억원의 비자금을 관리했다(삼성특검에 따르면 차명재산-기자 주)는 이유로 유죄를 받고는 기부를 하겠다고 했는데, 죽고 나서야 지키는가”라며 “근본적으로 정경유착, 노동자와 하청기업을 쥐어짠 흑역사는 잊어버렸나”라고 지적했다. 박 부대변인은 △그 많은 미술품을 모은 이유는 뭘까 △세금이나 상속 때문은 아니었을까 △언론은 왜 이렇게 생난리를 칠까 △이재용 사면 여론조사는 갑자기 왜 등장했는가 △미국과의 반도체와 코로나 백신의 스와프 논란에 삼성이 개입되지는 않았을까 등의 질문사항을 썼다.

박 부대변인은 “박근혜의 사면과는 또 결이 다르다”며 “전형적인 유전무죄 주장이다. 개인비리와 회사의 경영은 분리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언론이 칭송하는 것을 두고 박 부대변인은 “삼성어천가와 이재용 사면을 선동하는 언론사에 광고를 몰아주기라도 한 건가”라며 “민간은 어려우니 똑똑한 국회의원 계시면 최근 공영언론의 삼성 광고량의 변화라도 질의해 봤으면 싶다”고 주장했다. 그는 “찝찝한 하루”라며 “이재용 사면, 난 완전 반대일세”라고 비유했다.

▲박진영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 사진=박진영 페이스북
▲박진영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 사진=박진영 페이스북

 

이에 국민의힘은 막말이라고 트집을 잡았다. 황규환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아예 이날 논평을 내어 “잘못한 부분은 잘못한 대로 지적하면 될 일을 굳이 막말과 궤변으로 옳은 일조차 깎아내리는 구태적 행태에 국민들의 눈살이 찌푸려진다”며 “게다가 왜 언론이 삼성의 기부와 상속세 납부에 주목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없고, 그저 자신만의 황당한 음모론에 기반한 ‘언론 탓’을 이어가고 있으니, 이 또한 자신들은 돌아보지 못한 채 ‘남 탓’만 하는 이 정권의 전형”이라고 비난했다. 황 부대변인은 “제발 막말과 궤변은 그만두고, 정제된 언어와 품격으로 맹목적인 ‘문비어천가’나 경계하시라”라고 충고했다. 그러나 황 부대변인은 언론이 왜 무리하게 아버지의 상속세 납부와 이재용 부회장 사면의 연계 주장을 펴는지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

같은 민주당도 삼성 출신 의원의 주장도 논란이다. 반도체 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일자 뉴스핌과 인터뷰에서 “이재용 부회장 사면 문제는 한 기업의 일이 아니다. 국가 대표선수 문제로 봐야 한다”며 “국가대표로 뛰어야 할 기업에 수장이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김어준 뉴스공장 진행자는 29일 아침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류밀희 기자와 대화를 나누면서 이건희 보도를 두고 “거의 예수님이 강림한 수준”이라며 “모든 문제를 이재용이 해결할 수 있는데, 왜 감옥에 가 있냐”고 반문했다. 김 진행자는 “삼성 공화국이라는 말이 있지 않느냐”며 “언론이 삼성공화국의 대변인실 소속이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그는 “그렇지 않은 언론 기자들이 있긴 있지만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했다.

김 진행자는 “최근 삼성기사들은 한마디로 포석”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석방이나 사면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삼성도 언론도 다 알면서 왜 이럴까, 바로 남아있는 재판에 영향을 미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두건의 중요한 재판, 삼성바이오로직스 건과 언론이 보도하지 않는 프로포폴 건이 있다”며 “그 재판도 우호적인 여론환경 속에서 끌고 가려는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호떡집에 불났어요. 언론이 아주 박자에 맞춰서 춤을 춘다”며 “보도자료지 이게 기사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언론이 왜 이렇게 이성을 잃을 정도로 이재용 구하기에 혈안이 돼 있는지는 검찰이 지난해 9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사건(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 공소장에 그 일단을 분석해놓은 게 있다.

검찰은 “매출액 일부를 대기업들의 광고수입에 의존하는 신문 산업의 재무구조에서, 광고수입 중 삼성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다른 기업도 삼성의 광고비를 기준으로 책정하는 현실”이라며 “기사 내용이 삼성에 우호적인지 아닌지에 따라 광고비 책정 여부 및 규모를 달리하며 신문사 소속 임직원의 인사도 좌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검찰은 언론대응 업무를 총괄하는 장충기 피고인을 두고 지난 2015년 6월 경부터 삼성미래전략실 및 삼성물산 홍보팀을 지휘해 평소 선물, 접대, 인맥 등을 통해 교분을 형성해 온 언론사 임직 원 및 기자 등에게 보도 참고자료 등을 제공해 유리한 기사를 쓰도록 했고, 최치훈 등은 같은해 7월13일부터 7월16일까지 4일 간에 걸쳐 약 36억원 상당의 의결권 위임 관련 광고를 발주하기도 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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