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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 의제 사라진 부산시장 보궐선거 보도
성평등 의제 사라진 부산시장 보궐선거 보도
[부산시장 보궐선거 모니터]

2020년 4월23일, 부산시장이 사퇴했다. ‘집무실에서 직원 성추행’이 사퇴 사유였다. 그로 인해 치러진 4·7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약 253억의 세금이 쓰였다. 전임 시장의 개인 일탈이라 치부하기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었다. 무엇보다 시정 집무실이라는 공적 공간에서, 고위공직자인 시장에 의한 성추행은 개인 일탈이 될 수 없었다. 구조 점검과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정치권의 책임 있는 대책이 필요했다.

2021년 3월25일, 부산 거리 곳곳에 4·7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벽보가 붙었다. ‘부산 살릴 경제시장’, ‘내게 힘이 되는 시장’…. 그 어디에서도 이번 보궐선거가 왜 치러지는지 알 수 없었다. 당헌까지 바꾸며 출마한 여당은 물론이고 야당에서도 ‘여성 대표성’ 확대를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았고, ‘성평등 공약’을 전면에 내세운 후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같은 날, 같은 사유로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선 후보 12명 중 5명이 성평등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오거돈 전 시장의 사퇴 앞에서 느꼈던 부산시민과 지역언론의 ‘부끄러움’은 정치권의 뻔뻔함 앞에 다시 한번 무색해졌다.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은 4·7부산시장 보궐선거 보도를 성평등 관점에서 모니터했다. 전임 시장의 성폭력으로 인해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에서 과거와는 달라야 했다. 선거의 주요 쟁점, 공약, 후보 덕목 등을 성평등 관점에서 다시 한번 들여다봤다.

선거는 끝났다. 과연 우리 부산은 선거를 통해 성평등에 한 걸음 더 다가갔을까?

성평등 선거에서 가덕신공항 선거로

국제신문은 <젠더 이슈, 신인 돌풍, 부산진갑 리턴매치…120일 열전 관전 포인트>(12월9일, 5면)에서 이번 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현직 시장의 성비위라는 초유의 사태로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에서 주요 관전 포인트도 과거와 다르다.”며 젠더 이슈를 4·7부산시장 보선의 주요 쟁점 중 하나로 꼽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 분석 프로그램 <빅카인즈>를 통해 1월1일부터 4월7일까지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검색한 결과 국제신문 369건, 부산일보 569건으로 총 938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요 키워드 대부분 정당과 후보자 이름, 이력이었다. 그런 가운데 ‘가덕신공항(87번)’과 ‘오거돈(33번)’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성평등 이슈와 관련한 키워드는 없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오거돈’을 동시에 포함한 기사는 122건이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비위로 촉발된 이번 선거’는 이라며 이번 선거의 원인으로 지목하거나, 역대 시장선거 득표율을 제시하면서 ‘오거돈’을 언급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가덕신공항’을 동시에 포함한 기사는 293건이었다. ‘가덕신공항’은 키워드로 등장한 유일한 공약이었다. 부산의 주요 현안인 탓에 다른 공약보다도 빈번하게 언론에 등장한 결과였다.

선거의 원인이 가부장적 조직 문화가 아닌 ‘오거돈 성폭력’으로 축소되면서, 결과적으로 이번 선거는 가덕신공항에 대한 여당과 제1야당의 의지를 재확인하는 장이 되었다.

성평등 이슈 놓고 경쟁하지 않은 정치인, 이를 손 놓고 보기만한 지역언론

성평등 선거가 가덕신공항 선거가 된데 대한 가장 큰 책임은 정치권에 있다. 그 어느 선거보다도 이번 4·7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여성 대상 공약이, 성평등한 부산시를 위한 정책이 두드러질 수 있는 명분이 있었음에도 가장 앞서 제시된 공약은 가덕신공항과 어반루프였다.

좋은 선거보도는 좋은 정치와 어느 정도 궤를 공유한다. 후보가 네거티브 전략을 가지고 선거에 임하면, 이를 전달하는 선거보도 또한 공방과 정쟁으로 얼룩지게 되는 경우를 빈번하게 확인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번 선거보도에서 성평등 이슈가 실종된데 대한 가장 큰 책임은 부실한 성평등 공약·정책으로 선거에 임한 정당·후보에 있다.

다음 책임은 언론이다. 성평등 공약에 무심한 정치권을 검증하고 비판해 성평등 가치를 이번 선거의 주요 이슈로 견인해야 했음에도 지역언론은 이 역할을 하지 못했다. KBS부산은 ‘공약검증K', 부산MBC는 ’공약대전‘ 선거기획에서 한 차례 후보 간 성평등 공약을 비교하는데 그쳤다.

▲ 3월29일 KBS부산 보도, 3월30일 부산MBC 보도(오른쪽)
▲ 3월29일 KBS부산 보도, 3월30일 부산MBC 보도(오른쪽)

후보의 성평등 관련 공약도 보도하지 않거나, ‘오거돈 처벌’을 부각하기도 했다. 이언주 예비후보는 지난해 12월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의 생애주기에 따른 맞춤형 여성공약이라며 ‘2호 공약’을 발표했다. 부산시 직속 성폭력 대책위원회 설치, 핫라인 구축, 피해자 지원 신속성 강화, 오거돈 전 시장 엄정 대처 등의 내용을 포함했다. 국제신문과 부산일보 모두 온라인으로 기사를 냈고, 부산일보는 <이언주 부산시장 후보 “오거돈 전 시장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이라는 제목으로 ‘오거돈’을 강조했다. 공약의 내용보다는 정쟁에 치우친 제목이었다.

그런 가운데 이언주 예비후보의 2호 공약과 다른 정치인의 성평등 관련 공약을 점검한 보도가 있었다. 국제신문 <성비위로 치르는 보선인데… 남성 후보 성평등 공약 안 보인다>(1월27일, 3면)는 차기 시장이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으로 ‘성인지 감수성’을 꼽으며 남성 후보들의 소극적인 성평등 공약을 비판했다. 공직자 성범죄에 대한 침묵, ‘성평등’ 이슈를 정쟁 도구로 사용, 성범죄 근절 대책 부재 등을 비판 근거로 제시했다. 부산시장 후보들이 ‘돌봄’, ‘육아’, ‘출산’, ‘교육’ 등 성 역할 고정관념을 견고히 한 공약을 발표하면 이를 ‘여성 대상 공약’이라 전달한 다른 기사에 반해, 성평등의 가치에 주목해 눈에 띄었다.

▲ 1월27일 국제신문 3면
▲ 1월27일 국제신문 3면

언론이 외면한 최초, 양당 여성정치인 시장 후보 경선 동시 참여

4·7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12명 중 여성후보는 5명이었고 그중에서도 당선가능성이 높은 주요 정당의 후보로 여성이 출마했다. 지난 95년 민선단체장 선거가 실시된 이후, 부산의 여성후보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정의당 박주미 후보가 유일하다. 후보의 모든 면면을 성별로만 환원시킬 순 없겠으나, 부산 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여성이 과소대표 돼 왔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여당과 제1야당의 경선 후보로 여성이 동시에 출사표를 던진 경우는 이번 보궐선거가 최초였다. 시장 집무실에서 버젓이 자행된 전임 시장의 성추행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로 여성 지도자의 필요성이 대두되기도 했다.

박인영, 이언주 두 후보 모두 이번 보궐선거의 배경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제신문 유튜브 콘텐츠 ‘독한청문회’에서 박인영 후보는 “권력관계에서 여성은 늘 약자라며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고, 이언주 후보는 “부산의 가부장적 문화를 느낀다며 토목과 건설 중심의 시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오거돈 씨 ‘사고’ 때문에 치러지는 선거이기에 여성 후보와 경쟁하는 게 껄끄럽다.” 혹은 “오거돈 씨 측근이 아니다.”라며 여성 후보를 기피하거나, 책임을 회피한 발언들과는 분명 차이가 있었다.

보궐선거 배경에 대한 이해는 주요한 후보 자질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주목한 기사는 없었다. 성평등 이슈에 대한 목소리를 여성정치인의 몫으로만 할당하는 것은 지양해야 하지만, 여성유권자와 비교적 동질한 경험을 갖고 있는 여성정치인의 입장을 이번 선거의 의미와 연결하는 시도가 미미해 아쉬웠다.

국민의힘은 3월 4일, 더불어민주당은 3월 6일 부산시장 후보가 결정됐다. 지역언론의 관심은 경선 2위를 기록한 남성후보, 박성훈과 변성완에 쏠렸다. 두 여성후보의 성과에 주목한 기사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번 국민의힘 경선 최대 승자는 박성훈이라는 평가”, “경선이 진행될수록 그(변성완)의 저력이 두드러져”라며 남성정치인의 성과를 강조함과 동시에 “차세대 정치인으로서 차기 행보를 도모할 동력을 얻게 됐다.”, “부산 발전을 이끌 새 리더를 얻은 것”이라 전망함으로써 새롭게 정치권에 등장한 두 남성정치인의 정치 생명에 활력을 더했다.

3월 8일 여성의 날에 국제신문은 <‘유리 천장’ 못 깬 여야 경선 여성 후보>(4면)를 게재했다. 해당 기사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여성 예비후보의 도전이 모두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해당기사는 이언주 후보의 ‘여성시장론’과 엄마와 가족이 행복한 도시·성폭력 제로도시에 대한 내용을 담은 ‘제2공약’을 언급하며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언주 후보의 여타 공약, 선거 전략 중 성평등 이슈만을 콕 짚어 제시했다. 전임 시장의 성비위로 인해 치러지는 보궐선거에서 후보의 ‘패배요인’으로 뚜렷한 근거 없이 성평등 이슈를 지목한 것은 심히 유감스러웠다.

기사의 마지막 단락은 다음과 같다.

70년대생 젊은 여성 후보인 이언주 박인영 두 예비후보의 도전은 신선한 활력을 주었지만 여전히 보수적인 정서가 강한 부산에서 중량감과 안정감을 주기에는 부족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각각 박형준 김영춘 대세론을 뛰어넘기 위해 1위 후보에 대한 비판에 집중하면서 자기만의 정책 역량과 콘텐츠를 어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선거 이슈가 초반 ‘오거돈 성비위’에서 가덕신공항과 불법 사찰 등으로 전환된 것도 여성 후보들에는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재차 반복하지만, 여당과 제1야당의 경선 후보로 ‘여성’이 동시에 참여한 선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기사는 이런 의미에 주목하기 보다는, 여성 정치인의 도전을 ‘신선한 활력’ 쯤으로 평가절하 했다. 더구나 중량감과 안정감을 주기에 젊은 여성 후보는 ‘부족’했다는 평가를 전하면서 편견을 강화했다. 정치권의 남성중심 문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데 대한 분석 없이, 이번 경선 결과의 책임을 여성후보의 역랑부족으로만 분석하는 안일함을 보였다.

‘여심’, ‘구애’, ‘후끈’, 여성유권자에 대한 혐오를 멈춰라

성평등 이슈를 선거 의제로 견인하기 위한 시민사회, 여성단체에 대한 언론의 주목도 부족했다. 후보들이 하나둘 출사표를 내던 지난 1월 21일 부산지역여성단체 협의체 총연대는 <오거돈 성비위 부산시장 보궐선거 벌써 잊었나?>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 정책, 성평등 부산을 위한 비전이 실종된 것을 지적했다. 이를 저녁 뉴스에서 전달한 건 부산MBC가 유일했고 KBS부산은 뉴스광장에서만 보도했다.

3월8일 부산여성단체연합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성평등 의제가 실종됐음을 지적했다. 이를 전달한 건 부산일보 <“절박한 성평등 의제, 정작 부산시장 보궐선거선 실종”>(10면)가 유일했다. 또 3월26일 ‘오거돈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의 주관으로 진행된 김영춘·박형준 두 후보의 서약식 역시 KBS부산 뉴스7에서만 단신소식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선거가 전임 시장의 성추행으로 인해 치러지는 만큼, 성평등 공약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주목했어야 했다. 하지만 지역언론은 1월21일, 3월8일, 3월26일 기자회견 모두 단신으로 전달하거나 주요면이 아닌 면에 배치했다. 성평등 선거가 되길 바라는 시민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언론이 주목한 성평등 공약 중 하나는 ‘여성 부시장’이었다. 부산일보 <부산시장 보선 이후 ‘여성 부시장 시대’ 열리나>(2월10일), KNN <보선 이후 ‘여성 부시장’ 시대 열리나>(3월21일)는 김영춘·박형준 후보의 여성 부시장 임명 공약을 언급하며 ‘실현 가능성’을 점검했다. 다른 공약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 가운데, 성평등 공약 중에서도 ‘여성 부시장’ 실현 여부에 주목해 눈에 띄었다.

한편 여성유권자에 대한 부적절한 표현도 있었다. 부산일보 <“여심 놓치면 승리도 놓쳐” 후보들 여심 구애전 후끈>(2월10일 5면)은 여야 후보의 여성 유권자 타겟 공약을 정리한 기사다. 여성 유권자의 표심은 ‘여심’, 후보의 공약은 ‘구애’, 후보 간 공약 경쟁은 ‘후끈’으로 정리한 헤드라인이 눈에 띄었다. 여성유권자를 연애의 대상으로 성애화한 제목 짓기는 지양해야 한다.

선거는 끝났지만, 공약 이행은 이제부터가 시작

선거는 끝났다. 이제부터는 공약 이행의 시간이다. 박형준 시장의 5대 공약에는 이번 보궐선거의 원인에 대한 대책으로 ‘고위공직자 성폭력처리센터 설치’가 포함됐다. 또 박 시장은 2월2일 여섯 번째 공약 중 하나로 ‘여성정책 총괄 여성 부시장직제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선거 이후 보름이 지났다. 박형준 시장은 인수위를 대신해 부산의 비전을 구상하고, 시정철학을 구체화할 외곽 조직으로 ‘부산미래혁신위원회’를 출범했다. 핵심 과제는 그린스마트 도시 육성, 인공지능 집중 개발,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 등이었다. 성평등 의제는 포함하지 않았고, 부산미래혁신위원회 성비에서조차 새로운 변화를 감지할 수 없었다.

▲ 4월13일 부산일보 3면
▲ 4월13일 부산일보 3면

성평등 이슈가 실종된 선거가 성평등 이슈가 실종된 부산시정으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지난 4월20일, 박형준 부산시장과 부산시 고위공무원은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을 근절하겠다는데 서약하고 피해자의 빠른 일상 회복 지원을 약속했다. ‘오거돈 성추행’으로 드러난 부산시정의 문제는 분명 개인의 서약과 약속만으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박형준 시장이 후보시절 약속한 성평등 관련 공약이행에서부터 성평등한 부산시정을 만들어 나갈 수 있게, 이를 지역언론이 잘 견인해 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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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phie Ideas 2021-04-30 16:13:24
사람들은 성평등에 관심이 없거든.
성평등에 '깊은' 관심이 있는 사람은 그것으로 밥을 벌어먹는 사람들이지.
보통사람들은 말이야, 부산에서 보궐이 치러진 이유를 '남성 단체장의 성 비위'가 아닌 '단체장의 비위'로 받아들였을 거고, 오거돈의 성추행을 단죄한 것이 아니라 그의 무능을 단죄한 것일 거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