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언론의 4·7 재·보궐 선거 보도가 전반적으로 후보자 검증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박정희 부산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은 ‘2021부산·서울시장 보궐선거 미디어 감시연대’(이하 감시연대)가 28일 주최한 ‘보궐선거 보도 평가 토론회’에서 “지역 언론은 적극적인 검증보다는 네거티브 선거라는 부정적 시각에서 정치권과 후보를 비판하는데 힘을 쏟았다”고 지적했다. 

의혹 불거지면 공방처리, 공약 분석 보도 부족

박정희 국장은 “부산시장만을 선출하는 보궐선거였던 만큼 후보의 자질과 경력, 정책에 대한 밀도 있는 보도와 검증에 유리한 환경이었지만, 보도는 검증보다는 후보 공방을 중계하고 갈등을 부각하는 방향으로 전개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정희 국장은 박형준 후보의 엘시티 의혹 등 보도에 “지역 언론은 의혹을 적극 제기하기보다는 공방으로 전했다”고 했고, 김영춘 후보 의혹에 대해서는 “지역 언론에서 발굴한 검증 이슈는 없었다”고 했다. 

일례로 박형준 후보 의혹과 관련 국제신문은 “여당, 박형준 사찰 연루의혹 문건 십자포화...朴은 법적대응 엄포” 기사를 냈고, 부산일보는 “딸 입시 의혹에 엘시티까지 여, 박형준에 연일 십자포화” “’허무맹랑한 네거티브 공세’··· 박후보, 즉각 법적대응 나서” 등 기사를 썼다.

▲ 박형준 당시 후보의 선거운동 모습. 사진=연합뉴스
▲ 박형준 당시 후보의 선거운동 모습. 사진=연합뉴스

감시연대는 모니터 보고서를 통해 “‘엘시티 특혜분양’, ‘국정원 불법사찰 문건’, ‘딸 대학 입시’ 관련 의혹을 여당이 제기하는 것에 대해 ‘십자포화를 퍼붓는다’,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고 서술하고 있었다. 반면 박 후보측의 입장에 대해서는 이러한 의혹 제기를 제목에서부터 ‘허무맹랑한 네거티브 공세’로 규정하고, ‘거짓의 성’, ‘어이없는 폭로’, ‘갑툭튀 공작’, ‘국정원 찌라시’, ‘터무니없는 공작 DNA’, ‘흑색선전’ 등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여 전했다”고 했다.

방송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부산시장 보궐선거 여야 국정원 사찰 논란 확산”(KBS부산) “김영춘 ‘사죄하라’..박형준  ‘정치공작’”(부산MBC) “부산시장 선거, ‘불법사찰’ 공방 격화”(KNN) “4.7보선, 정책선거 실종‥또 진흙탕 싸움으로?”(부산MBC) 기사가 대표적이다. 

3월 셋째주 기준 주요 지역 언론의 엘시티 특혜 의혹 관련 보도는 총 22건이었는데, 이중 검증은 2건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공방으로 보도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박정희 국장은 “팩트체크 없이 양측의 공방만을 중계했다”며 “검증 없이 따옴표로 후보자와 선거 캠프의 격한 말싸움을 중계함으로써 선거를 ‘진흙탕’으로 보이게 하는 것은 언론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한 박정희 국장은 후보자 공약을 분석하고 검증한 보도에 대해 “보도량 자체가 부족했다”며 “각 당의 후보가 확정된 3월 첫 주의 공약보도는 5개 언론(지상파 3사, 부산일보, 국제신문)을 모두 합쳐도 5건에 불과했고, 둘째 주에는 3건으로 줄었다. 넷째 주에야 20건으로 늘었다. 선거운동 마지막 주에는 마지막 유세전 등 후보 행보에 치중하느라 신문의 경우 국제신문 4건, 부산일보 5건 보도하는데 그쳤다”고 했다.

▲ 부산MBC 보도회면 갈무리
▲ 부산MBC 보도회면 갈무리

이런 가운데 박정희 국장은 주목할 만한 보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KBS부산은 ‘공약검증K’ 기획 보도를 통해 ‘부산항 미 세균실험실’ 등 군소 후보 공약 관련 사안 등을 짚었다. 부산MBC는 부산시장 공약대전 코너에서 ‘부동산해법과 양성평등 정책’ ‘4인4색 공약대결’ 등 테마로 공약을 점검했다. 국제신문은 주요 후보의 핵심 공약과 이에 필요한 재원을 짚으며 “시민은 1년 3개월짜리 고용계약을 원하는데 5년짜리 청구서를 내밀었다”고 평가했다.

기자들의 고민, 부족한 인력과 취재 한계

이날 토론회에는 정민규 KBS부산총국 기자, 정은주 부산MBC 뉴미디어팀장, 신심범 국제신문 기자가 참석했다. 이들은 문제 지적에 공감하면서도 현장의 고충을 털어놨다.

정민규 KBS 기자는 “공약은 모든 분야에서 나오는데 몇 안 되는 기자들이 모든 분야의 전문가일 수는 없었다. 세부적으로 검증을 하기에는 조금 부족할 수 있다. 정치기사를 쓰는 기자들이 부산 사회의 모든 분야를 다 알 수는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정된 인력 구조에서 오는 문제가 있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  ‘2021부산·서울시장 보궐선거 미디어 감시연대’(이하 감시연대)가 28일 주최한 ‘보궐선거 보도 평가 토론회’ 유튜브 중계
▲ ‘2021부산·서울시장 보궐선거 미디어 감시연대’가 28일 주최한 ‘보궐선거 보도 평가 토론회’ 유튜브 중계

정은주 MBC 뉴미디어팀장 역시 “욕을 안 먹겠다, 불쌍하게 봐달라는 취지는 아니지만 팀장이 라이브 운영을 하고, 기획하고, 작가 역할 하고 원고 쓰고, 섭외하고 촬영하고 있다. 취재기자 출신이라 뉴미디어와는 거리가 먼데 유튜브는 안 할 수 없으니 던져져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은주 팀장은 뉴미디어 선거 콘텐츠 제작 경험을 언급하며 “레거시 언론에 요구하는 기계적 중립성에서 다소간 자유로울 수 있고, 더 유연한 방식의 선거보도가 가능하겠지만 흥미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자칫 ‘유권자 중심의 선거 보도’라는 당위 명제에서 이탈하기 쉽다는 우려 역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신심범 국제신문 기자는 현실적으로 의혹을 규명하기 불분명한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는 “언론은 어느 정도 증언이 있으면 (기사를) 지르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박형준 후보 의혹과 관련해 어떻게 엘시티 분양권을 얻었는지 많이 물어보고 다녔는데, 문제가 있다는 정황을 찾지 못했다. 오히려 공인중개사들이 공통적으로 당시 미분양 상태라 피(가격)가 낮았다고 했다. 제가 무능했을 수 있지만 제기된 의혹에 부합하는 증거는 못 찾았고 반대되는 증언이 많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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