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에서 방송계 ‘위장 비정규직’ 문제가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며 시정하라는 판단이 연이어 나오면서 노동계의 환영 목소리가 높다. 이들은 “특정 사업장이 아닌 방송사 전체의 문제”라며 근로감독을 전국으로 확대실시하라고 요구했다. 

CJB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6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청주방송 근로감독 결과에 대해 “청주방송 내 열악한 노동 실태를 드러냈다는 점에 의의가 있지만, 수십 년간 방송사와 외주 제작사의 이해관계로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무늬만 프리랜서’의 악습이 계속 됐다”며 “이런 구태를 뿌리 뽑기 위해선 모든 방송사에 특별근로감독 실시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청주방송을 근로감독한 결과 프리랜서·간접고용 노동자 총 12명의 노동자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프리랜서 방송작가 5명 및 PD 3명, 용역업체 소속 MD 4명이다. 모두 청주방송의 직접 지휘·감독을 받으며 직원처럼 종속돼 일한다는 이유다. 고용노동부가 시정지시를 내리면 청주방송은 이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발생한다.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으로 방송사 ‘무늬만 프리랜서’의 노동자성을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방송작가지부
▲ⓒ방송작가지부

 

최근 방송계 비정규직 남용에 대한 노동부의 전향적인 판단이 연이어 나왔다. 지난달엔 중앙노동위원회가 방송계 대표적 ‘무늬만 프리랜서’인 방송작가 2명이 MBC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에서 작가의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을 인정했다. 이들의 실질적인 노동 환경·실태에 비춰 MBC와의 사용·종속관계가 인정된다는 요지다. 노동부는 오는 27일부터 KBS, MBC, SBS 등 3개 지상파 방송사의 보도·시사교양 분야 작가에 대한 근로감독도 실시한다. 

대책위는 고용노동부에 “방송 노동 환경에 대한 온전한 실태 파악과 해결은 일부 방송사에 머무르는 특별근로감독이 아니라 모든 방송사에 대한 근로감독 실시로서만 달성할 수 있다”며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케이블 등 모든 방송사와 ‘유튜브’,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를 대상으로 뉴미디어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업계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환경노동위·비례) 의원도 이날 성명을 내 “‘무늬만 프리랜서’인 방송노동자들의 구체적인 업무 형태 등을 전면 조사한 고용노동부의 이번 근로감독 결과를 크게 환영한다”면서도 “고 이재학 PD가 입사했던 2004년 이래 단 한 번도 청주방송에 근로감독이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고 꼬집었다. 

이수진 의원은 “방송 제작 시장이 양적으로 크게 팽창한 만큼, 이면에서 고통 받는 ‘무늬만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이 지금이라도 이뤄지도록 노동부가 모든 방송국에 대한 전면적인 근로감독과 이에 따른 제재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박화진 고용노동부 차관은 이날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하며 “다른 방송사에도 ‘프리랜서’라는 이름으로 노동법 보호를 받지 못하는 문제가 예상되기에, 청주방송 근로감독 결과를 분석해 다른 방송사에 대해서도 실태조사를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 “방송업계가 스스로 노동 관계법을 지키고 방송 노동자의 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함께 간담회, 설명회 등도 개최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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