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의 ABC협회 사무검사 이후 국가수사본부가 신문 부수 조작사태를 수사 중인 가운데 ABC협회의 신문측 이사들이 현 상황을 “언론자유침해”로 보고 문체부를 비난한 것으로 드러났다. 

ABC협회는 지난 16일 이사회를 예고했으나 광고 측 이사들의 불참에 따른 성원미달로 무산되자 신문 측 이사들을 중심으로 간담회를 진행했다. ABC협회는 전자우편을 통해 간담회 발언을 요약해 이사들에게 보고하며 “신문 측 이사들은 ‘신문부수공사 조작문제’를 집중거론하며 심각한 언론자유침해를 우려했다”고 밝혔다. 

관련 보고에 따르면 조선일보 최아무개 이사는 “문체부 조사는 1시간~1시간30분 정도 인터뷰에 불과했다. 기본 장부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문체부 조사결과 발표도 자체조사가 부실했다고 인정했다”며 “조사가 부실하면 발표를 하지 않는 게 옳다. 문체부 조사는 언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데 불과하다”고 정부를 비난했다. 

신문협회 산하 판매협의회(판협) 회장인 동아일보 전아무개 이사 역시 “조작문제는 언론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면서 “ABC협회 신뢰성 회복은 ‘내부자 폭로’라는 잘못된 관행과의 단절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 김아무개 이사는 “부수 조작문제가 불거져 매체사가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당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매일신문 김아무개 이사는 “문체부가 개인사업자인 지국을 조사하는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신문사들이 부수 조작사태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개선 노력에 나서기는커녕 이 사안을 ‘정부의 언론탄압’으로 바라보고 있는 대목이다. 주무 부처인 문체부의 조사 자체를 부정하는 현 상황에선 정확한 진상규명 말고는 답이 없는 상황이다. 앞서 문체부는 ‘문체부-ABC협회-전문가-유관기관’ 등으로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6월까지 추가 현장조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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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8일자 MBC '뉴스데스크'.
▲4월8일자 MBC '뉴스데스크'.
▲4월8일자 MBC '뉴스데스크'.

ABC협회 보고에 따르면 신문 측 이사들은 “ABC협회는 문체부 조사의 부당함에 강력하게 맞서주기 바란다. 문체부는 추가조사가 의도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모든 책임을 ABC협회와 매체사에 돌릴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전하며 정부부처에 대한 불신을 여과 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비춰보면 협회가 문체부의 개선 요구나 각종 요청에 비협조적일 가능성도 높다. 

이 같은 신문 측 이사들의 입장에 대해 문체부 고위 관계자는 “권고에 대해 이행 의지가 없는 게 아닌가 생각이 될 정도다. 조사가 잘못됐다고 하면 오히려 추가조사에 협조를 해줘야 하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다”며 답답한 상황을 전했다. 이어 “공정한 언론환경 조성도 우리의 몫이다. 잘못된 통계로 광고가 이뤄지면 문제다. 이번 사안은 언론의 자유와 전혀 관계없는 사안이다”라고 강조하며 “신문협회가 올바른 제도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지난 3월 ABC협회 사무검사 결과 및 조치 권고사항을 발표하고 “신문사의 부수 보고→협회의 표본지국 선정·통보 및 공사원 배치→표본지국 공사(실사)→보정자료 인정 및 인증위원회 운영’으로 이어지는 부수 공사과정 전반에서의 불투명한 업무 처리를 확인했다”고 밝혔으며 ABC협회가 “신문사 중심의 임원 구성과 회비 수입 비중으로 인해 매체사 영향력이 과도하게 작용해왔다”고 진단하며 “합리적·객관적 의사결정을 위해 부수공사 대상인 신문업계가 주도하는 현행 이사회 구조를 전문가(제3자) 중심으로 개선할 것” 등을 권고했다.

문체부 고위 관계자는 “6월30일까지 권고사항이 이행되지 않으면 약속대로 부수공사결과에 대한 정책적 활용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BC협회.
▲ABC협회.

한편 한국광고주협회는 지난 12일 ABC협회에 보낸 공문에서 “현재 ABC협회는 문체부로부터 회장이 기관장 경고를 받은 초유의 상황”이라면서 “4월16일 이사회 안건으로 ①임기가 종료된 후임 회장 선출문제 ②문체부 사무검사 권고사항에 대한 검토 및 신속한 이행 방안 ③ABC협회 신뢰성 회복을 위한 제도 개선 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ABC협회는 14일 광고주협회에 보낸 공문에서 “후임 회장 선출문제, 문체부 사무검사 권고사항, ABC협회 신뢰성회복을 위한 제도개선은 2021년 4월16일 이사회 주요의제”라고 답했으며 “부수 공사 신뢰성 문제는 부수공사를 시작한 이래 제기되어온 과제다. 어떠한 통계조사도 현실을 100% 반영하지 못한다. 현실에 가까워지도록 노력할 뿐”이라고 밝혔다. 이성준 회장과 관련해선 “(현 회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안정적인 협회운영이다. 노사문제도 단 한 차례 없었다”고 밝혔다. 

양측은 ‘옵티머스 투자’ 안건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ABC협회는 “직원급여를 회장 몰래 펀드에 투자한 사건”이라며 이사회 주요보고사항일 수밖에 없다고 한 반면 광고주협회는 “새 집행부가 구성된 이후 차기 이사회에서 논의할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신문 측 이사들은 신문부수 조작사태가 “옵티머스펀드 투자사건 관련자들이 자신들의 범죄행위를 감추기 위한 위장 폭로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앞서 내부고발자인 박용학 전 사무국장의 주요 해고 사유인 옵티머스 투자 건의 경우 지난 6일 금융당국에서 투자원금 100% 반환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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