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첫 방역기획관에 발탁된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기 기획관이 지난해 11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백신 구매’ 등에 “전 세계적으로 한국인 환자 발생 수준을 봤을 때 그렇게 급하지 않다”고 발언한 사실이 회자되며 논란이 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6일 기 기획관 임명에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과 드라이브 스루 방식 등 방역 대책 마련과 국민의 코로나19 이해에 크게 기여했다”며 “첫 비서관으로서 그 역할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18일 논평을 통해 “청와대는 중국인 입국 금지를 반대하고, 백신을 조속 접종할 필요가 없다는 등 정치 방역 여론을 주도한 기모란 교수를 방역기획관에 기용했다”며 “왜 방역을 교란했던 인사를 오히려 방역 핵심에 세우느냐. 정은경 질병청장 힘을 빼며 대놓고 ‘정치방역’하겠다는 선언인지 의료계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배 대변인은 기 기획관 임명 철회를 요구하며 “앞으로 어떻게 백신을 확보할 수 있을 지도 불투명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 하순 미국 방문에서 모더나와 화이자의 남은 백신을 가져와야 할 처지”라고 질타했다.

▲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 사진=TBS 유튜브 화면 갈무리
▲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 사진=TBS 유튜브 화면 갈무리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도 기 기획관을 겨냥해 “이분은 백신 확보가 중요하지 않다는 발언을 여러 번 함으로써 백신 확보 전쟁이 한창일 때 일반 국민을 혹세무민했다. 바로 그 백신 문제 때문에 전문가들로부터 ‘자기 분야 학문을 배신하면서까지 정권을 대변한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정권 말기이니 국민들 울화를 가라앉히고 신뢰를 회복하는 것보다 그간 정권에 봉사하며 욕 먹었던 분들에 대한 보은이 더 중요하다 판단했다고 밖에는 안 보인다”며 “이런 분이 지금이라고 과거 자기 발언을 뒤집으면서까지 올바른 결정을 할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무엇보다 화병을 견디고 있는 국민을 위해서라도 백신 확보 시급성을 주장해온, 정부에 쓴 소리할망정 상황을 정확히 판단해왔다는 근거가 조금이라도 있는 전문가를 찾아 이 자리에 앉히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지난해 11월20일자 TBS 인터뷰에서 기 기획관은 ‘우리는 그렇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태도여서 백신 회사들이 먼저 (대한민국과) 계약하자는 그런 태도를 취한다는 보도가 있다. 우리가 일단 이렇게 여유 있게 구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진행자 김어준씨 질문에 “한국은 지금 환자 발생 수준으로 봤을 때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그렇게 급하지 않다”면서 “화이자 같은 경우 사실 미국에만 6억회분, 그 다음 EU나 일본에 각각 1.2억회분을 납품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내년 말까지 납품하기로 한 것만 해도 벌써 9억회분 가까이 돼서 우리가 약속하고 구매한다고 해도 내년 안에 받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어준씨가 “화이자라는 회사의 마케팅에 우리가 넘어갈 이유는 없다”고 하자 기 기획관은 “그렇다. 특히 화이자 것을 하게 되면 1년 동안 영하 70도씨 콜드체인을 만드는 데 우리가 돈을 쓰고 준비해야 된다”고 동조했다. 미디어오늘은 18일 지난해 인터뷰와 이번 인사 논란에 관한 기 기획관 입장을 들으려 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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