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오늘. 언론의 “전원구조” 오보로 유가족은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휴대전화를 쥐고 자녀에게 소식이 오길 기다렸을 유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오보의 원인은 아직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언론보도·감사원 조사 등으로 드러난 사실관계로 당시를 다시 돌아본다.

2014년 4월16일 10시38분. KBS는 “대부분의 인원들은 현재 출동해 있는 함정, 그리고 지나가던 상선, 해군함정 대부분에 사람들이 구조가 된 상황입니다”라는 해경 항공기 부기장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그리고 KBS는 ‘해군, 탑승객 전원 선박 이탈…구명장비 투척 구조 중’이라는 자막을 10시47분, 10시48분, 10시52분, 10시56분, 11시까지 다섯 차례 내보냈다.

비슷한 시각 안산 단원고. 학부모와 경찰, 기자들은 단원고 강당에 있었다. 단원고 관계자 가족 김아무개씨는 학교 건물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 때 한 여성이 “학생들이 전원 구출됐다”고 소리치며 학교 건물로 뛰어 들어가는 모습을 목격했다. 김씨도 학교 강당으로 들어가 주변 사람에게 단원고 학생들이 모두 구조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 때 누군가 강당 연단에 그를 세웠다. 그래서 마이크를 들고 “학교 관계자의 가족이다. 학생들이 전원 구조됐다고 한다”고 말했다. 10시55분경이었다.

11시1분7초. MBN에서 ‘단원고 측 “학생 모두 구조”’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MBC는 11시1분26초 ‘안산 단원고 “학생들 전원구조”’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MBC는 “수학여행을 떠났던 단원고 학생들 338명 전원이 구조되었다는 소식이 들어왔다는 거 다시 한번 전해드립니다”라며 단정적인 앵커멘트도 내보냈다. MBC는 팽목항 현장에 나가 있던 목포MBC 기자가 “전원 구조가 아닐 수도 있다”고 거듭 보고했지만 묵살하고 ‘전원 구조’ 자막을 계속 내보냈다. 

▲ 세월호 참사 당시 MBC 보도화면
▲ 세월호 참사 당시 MBC 보도화면

YTN도 11시3분58초 ‘학생 전원 구조’ 자막을 올렸다. 그리고 다시 단원고 행정실. YTN을 시청하던 안산단원경찰서는 11시4분 무전으로 ‘YTN 상에 학생 전원 구조된 걸로 확인’이라고 보고했다. 경찰 무전기에서 “학생 전원 구조”라는 내용이 흘러나오자 단원고 행정실에서는 경찰이 전원 구조를 확인한 것으로 판단했다. 행정실의 한 직원이 교무실로 달려가 이 사실을 알렸다. 단원고는 11시6분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단원고] 학생 324명 전원 무사히 구조 완료되었습니다.’ 그러자 11시9분 경기도교육청은 출입기자 79명에게 “[경기교육]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라고 알렸다.

이후 정정이 이뤄졌지만 오보는 계속됐다. 오후 2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가 “탑승객 477명 중 368명을 구조했다”고 밝히자 언론은 이를 그대로 받아썼다. 하지만 실제 생존자는 172명이었다. 황망한 ‘전원 구조’ 오보의 끝은 언론에 대한 불신과 냉소였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당시 ‘전원 구조’ 오보를 낸 방송사 보도 책임자들은 지난 1월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앞서 세월호 유가족 등은 2019년 11월 KBS·MBC·MBN 보도 책임자 등 8명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혐의로 고소했다. 유가족들은 이들 방송사의 오보가 해경과 민간의 구조 업무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은 ‘전원 구조’가 허위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볼 수 없어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박병우 사회적참사특조위 진상규명국장은 16일 통화에서 “전원 구조를 비롯한 언론의 오보 관련해서는 전담팀을 꾸려 조사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현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했다. 앞서 1기 세월호 참사 특조위에서 참사 당시 언론 보도의 적정성·공정성 관련 조사 과제가 있어 조사가 이뤄졌으나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박종대 전 세월호참사 가족대책위 진상규명분과장은 2018년 4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우리는 ‘전원 구조’만 오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상 해경이 상황을 접수하면서부터 전원 구조에 이르는 과정까지 99%가 허위 보도였다”면서 “이 부분은 진상규명이 다시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6일 논평을 내고 “7년 전 그날 이후, 모든 것이 변했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다시 그날 팽목항으로 돌아간다면 우리는 달라질 수 있을까. 팽목항의 울음과 통곡 속에서 모두가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던 우리는 달라질 수 있을까”라고 자문하며 반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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