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충돌방지법안이 제출된지 8년 만에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2소위원회에서 통과됐다. 그러나 이 법안에서 규제를 받는 적용대상 공직자에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이 빠진 반면 KBS EBS와 국공립학교 교원은 포함되는 등 논란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았다.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2소위(위원장 성일종)는 14일 오후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소위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제출한 법안, 심상정(정의당) 대표발의법안, 박용진(더불어민주), 이정문, 유동수, 배진교 등 6개 법안을 하나로 통합한 대안을 위원회 안으로 전체회의에 제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7차례의 소위원회 회의를 거쳐 통과됐다.

이 법안의 요지는 ‘공직자가 직무를 수행할 때 자신의 사적 이해관계가 관련되어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수행이 저해되거나 저해될 우려가 있는 상황인 이해충돌을 사전에 예방·관리하고, 부당한 사적 이익 추구를 금지’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7차례 회의에서 큰 쟁점 중의 하나는 언론인과 사립학교법상 교직원(교사)을 공직자 대상에 넣느냐 여부였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제출한 애초 법안은 언론인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그러자 ‘김영란법(청탁금지법)에는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사가 포함됐는데, 이해충돌방지법에는 왜 빼야 하느냐’며 공청회 당시부터 강한 문제제기가 나왔다. 여러차례 회의에서 여러 의원들이 언론인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이해충돌방지법상 공직자가 공적 권한을 가진 지위에 있는 사람이어야 사적 이해관계 충돌이 문제가 되지만, 언론인은 그런 권한이 없고, 그런 정보를 얻는다 해도 권한을 가진자로부터 제공받는 제3자의 위치라는 논리다. 다만 소위 위원들은 언론 등의 업무에 공공성이 있으며, 미공개 정보를 취득할 가능성이 높은 업무상 특징을 감안해 언론관련법에 추후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포함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결론적으로 법안에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정무위는 14일 내놓은 부대의견에서 “사학과 언론의 자율성을 존중하여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의 적용 대상에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사 임직원을 포함하지 않고 있으나, 그 업무의 공공적 성격을 고려하여 국민권익위원회는 향후 부처 간 협조 등을 바탕으로 관련 법률 개정을 통해 이해충돌 방지제도 도입에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안을 보면, 사적 이해관계자에 해당될 수 있는 직무관련자는 △인허가 면허 승인 등록 직무 △행정지도 단속 감사 감독 직무 △병역판정검사 및 징집 동원 관련 직무 △조세 과태료 이행강제금 부과 직무 △보조금 출연 출자금 교부금 배정 지급 처분 관계 직무 △공사 용역 또는 물품 등의 조달 구매의 계약 검사 직무 △사건의 수사 재판 심판 결정 조정 중재 직무 △공직자 채용 승진 전보 상벌 직무 △국공립 학교 입학 성적 수행 평가 직무 △공공기관이 평가 직무 △국회의원 또는 지방의회 의원의 소관 위원회 활동 관련 청문, 의한, 국정감사 등 관련 직무 △그박에 국회규칙, 대법원규칙, 헌법재판소규칙,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무 등에 종사하는 16개 관련 종사자다. 이들이 해당 업무와 관계된 이해관계자이면 이를 신고하고 기피신청을 하도록 했고, 하지 않으면 처벌받는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해충돌방지법안 관련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 앞서 성일종 소위원장(오른쪽)이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해충돌방지법안 관련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 앞서 성일종 소위원장(오른쪽)이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이 법의 14조 1항는 ‘공직자가 직무수행 중 알게 된 비밀 또는 소속 공공기관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여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2항은 ‘공직자로부터 직무상 비밀 또는 소속 공공기관의 미공개 정보를 제공받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한 자는 정보로 재산상 이익을 취해서는 안된다’고도 규정했다. 이를 어기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27조 벌칙조항).

제3자는 모든 국민이 해당되지만 언론인이 취재과정에서 얻은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보도가 아닌 사적 이익을 취했다면 이 법에 위반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법안 어디에도 언론인과 사학(사립학교) 교원은 전혀 언급돼 있지 않다.

언론인이 왜 빠졌는지를 두고 정무위 간사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일 밤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해충돌방지법의 핵심은 ‘공적 지위를 갖고 있는 자가 직무상 얻은 정보를 활용해 사적 이익을 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인데, 인허가권 결정 등과 같은 공적 지위에 있느냐에 있어 언론인은 포함시키기가 모호하다”며 “다만 제3자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으니 그 조항으로 처벌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법안이 소위를 통과된 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통화에서 “과잉입법 논란들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런데 문제는 KBS와 EBS의 임직원들 즉 기자 PD는 공직자(공공기관)에 속한 임직원이므로 이 법에 직접적인 적용을 받는다. 배진교 의원은 “KBS 기자들도 언론관련법률에서 이해충돌방지 규정이 생기면 거기서 적용을 따로 받겠지만, KBS와 EBS는 이해충돌방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공기관과 산하기관‘에 포함되기 때문에 언론인이라 해도 두 기관에만 예외조항을 둘 수 없었다”며 “향후 적용 과정에서 어려움이 생기거나 다른 언론사 종사자들과 불균형이 생길 경우 추가 보완입법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배 의원은 “하지만 KBS EBS 소속 언론인도 이 법에 해당될 수 있는 것은 취재과정에서 얻은 미공개 정보로 사적 이익을 취득하는 경우이므로 큰 차이는 없으리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직자윤리법, 청탁금지법, 이해충돌방지법 등이 유사한 법률에 어떤 법엔 언론인이 포함되고 어디엔 포함되지 않아 형평성 문제와 혼란상이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려워보인다. 배진교 의원도 “언론과 사립학교 교원 포함돼 있는 청탁금지법과 같이 가야 하나 이해충돌방지법에는 그 직종을 못담기 때문에 별도의 보완입법을 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게 됐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달 18일 열린 소위에서는 박용진 민주당 의원과 소위원장인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등은 언론과 사립학교 교원도 포함돼야 한다는 취지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으나 최종적으로 사립학교법과 언론관련법에 개정안을 내는 형태로 결론이 났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