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이나 어원을 모른 채 별생각 없이 쓰는 말들이 있다. ‘찐따’와 ‘땡깡’ 등이 그렇다.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이사장 이수성)는 지난 13일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관장 은종군)과 함께 바른용어 사용하기 캠페인을 시작하겠다며 이 두 표현을 장애비하 용어 중 일제 잔재라고 지적했다. 연애매체 보도에 많이 등장하고 유튜버나 청소년들도 해당 표현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들 단체가 지적한 내용을 보면 ‘찐따’는 절름발이를 뜻하는 일본어 ‘찐바(ちんば)’의 잔재 용어로 양다리의 길이가 달라 걷기 불편한 사람, 주로 소아마비를 가진 사람을 비하할 때 사용하다가 현재는 타인을 비하하는 용어로 쓰는 단어다. 국어사전에는 ‘찐따’를 절름발이의 전북 방언이라고 정의했다. 

▲ '찐따'를 사용한 언론보도
▲ '찐따'를 사용한 언론보도
▲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찐따'를 검색한 결과, 관련 신조어들
▲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찐따'를 검색한 결과, 관련 신조어들

 

관련해 ‘찐빠났다’는 군대에서 실수하거나 불량품이 발생했을 때, 자동차 엔진이 이상 작동할 때 등의 상황에 사용한다. 또한 찐따와 결합해 ‘문찐(문화찐따)’, ‘찐특(찐따특징)’이 온라인 상에서 신조어로 사용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땡깡(뗑깡)’에 대해선 “뇌전증을 뜻하는 일본어 ‘덴칸(てんかん)’에서 유래한 말로 억지를 부리며 우기는 모습이 뇌전증의 증상과 비슷해 보인다고 해서 ‘땡깡쓴다’, ‘땡깡부리네’라고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대체어로 ‘생떼’, ‘억지’ 등을 제시했다.

뇌전증은 뇌 신경세포에 가해진 전기 자극으로 일시적 경련·발작이 일어나는 만성질환으로 뇌신경 세포의 불규칙한 흥분에 따른 뇌에 과도한 전기적 신호 발생을 원인으로 본다. 기존에 ‘간질’, ‘지랄병’ 등으로 불리다 사회적 편견이 심하다는 지적에 2014년 6월 뇌전증으로 표현을 바꿨다. 

3월26일은 ‘퍼플데이’인데 이날은 캐나다 뇌전증 장애인 캐시디 매건이 지난 2008년 3월26일 하루 보라색 옷을 입고 뇌전증을 알리기 시작한 것에서 유래했다. 이에 캐나다의 노바스코시아 간질협회와 뉴욕 애니타 카우프만 재단이 동참해 2009년부터 이날을 퍼플데이로 지정했다. 

에이블뉴스 보도를 보면 한국에선 지난달 26일 퍼플데이에 김정철 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부산역 앞에서 뇌전증을 소개하고 편견을 해소하는 행사를 진행하는 등 국내에서도 미약하지만 관련 움직임이 있다. 

간질에서 뇌전증으로 용어는 바뀌었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편견은 해소되지 않아 아직 많은 이들이 장애인등록을 꺼리고 있다. 

보통 뇌전증으로 발작을 일으키는 경우 주변에선 위험한 물건을 치우고 잘 지켜봐 주면 된다. 2~3분 발작이 지나가면 괜찮아지기 때문이다. 이를 잘 모르면 불필요한 행동을 할 수 있다. 

▲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와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13일 '찐따'와 '땡깡'을 쓰지 말자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와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13일 '찐따'와 '땡깡'을 쓰지 말자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아직 뇌전증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들을 비하하는 표현인 ‘땡깡’에 대해서도 어원을 알리는 캠페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들 단체는 “올바른 장애 용어 사용, 함께하는 사회의 첫걸음”이라며 “일제 잔재 용어에서 시작한 장애 비하 용어 ‘찐따’, ‘땡깡(뗑깡)’ 더 이상 사용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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