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은 저널리즘 원칙을 지키려 노력해 왔다. 언론 비평 매체로서 숙명과 같은 일이다. 노력의 방편은 인상 비평이 되지 않도록 합리적 근거를 대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언론 전체를 혐오하도록 내버려 두는 우를 범하게 된다.

언론의 악마화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진영 문제로 고착화할 빌미를 제공하지 않는 데 있다. 이는 저널리즘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가 많은 특정 매체에 대한 비판의 강도가 센 것과 언론의 악마화는 구분해야 한다. 언론의 문제는 과학적 분석을 통해 잘못된 점을 명확히 짚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네 편 내 편’이 될 수 없다.

여권 인사들이 4·7 재보궐 선거 참패 원인으로 ‘언론’을 지목하고 “언론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공허한 이유도 여기 있다. 언론이 문제일 수 있지만 내 편이 아니라서 문제라는 인식은 잘못됐다. 이들의 주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불평등한 여론 지형을 지적하고 보수 언론의 왜곡 보도를 비판하는 것 같지만, 실은 참패 요인을 외부에서 찾고 언론을 악마화하면서 ‘언론은 분노의 대상’이라고 ‘좌표’를 찍은 게 아닐까 의구심을 갖게 한다.

특히 여권이 미디어 공약을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상황이라는 점에서 언론 개혁은 구호에 그치고, 그 대신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았던 보도에 대한 불만을 ‘언론 탓’으로 몰아가고 있는 건 아닌가 의문이 든다.

여·야 진영으로 나뉜 구도에서 정파적 보도를 쏟아내는 언론은 분명 있다.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아래 불평등을 조장하기도 한다. 채영길 교수(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는 “언론사는 저잣거리의 이야기를 선택해 이를 사실과 주장 또는 의견으로 재생산하여 공적인 담론으로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승인을 지배적으로 수행한다”(커뮤니케이션 불평등의 문제들)고 간파했다.

일례로 강남 아파트에 사는 언론사 간부가 강북 원룸에 사는 신입 기자에게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을 비판하는 기사를 쓰게 하고 ‘정책 무용론’과 ‘세금 폭탄론’을 공적 담론으로 포장한다는 것이다. 언론이 커뮤니케이션에서의 우위를 갖고 불평등을 계속 재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언론이 말하는 표현의 자유도 그 정의를 다시 세워야 하고 불평등한 현실을 고착화하는 ‘공모’에 가담하는지 늘 의심해야 한다는 게 채영길 교수 주장이다. 그래서 더욱 언론의 악마화를 지양해야 한다. 단순하게 ‘언론이 문제’라는 인식이 퍼지면 언론의 진짜 문제를 희석할 수 있다.

▲ 그래픽=안혜나 기자
▲ 그래픽=안혜나 기자

재보궐 선거에서 주도적으로 이슈를 제기한 김어준씨가 여권의 참패에 ‘언론과 포털 탓’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역설적이다. 재보궐 선거 국면에서 그가 제기한 문제는 사실에 기반한 의혹이었다는 점에서 타 언론의 게으름을 질타할 수는 있다. 그러나 언론과 포털의 ‘의도적 감추기를 통한 편향성 문제’를 제기하려면 과학적 분석이 뒤따라야 한다. 좋은 보도와 나쁜 보도를 구분해야 만이 문제가 여실히 드러난다. 언론을 싸잡아 비난하면 불가능한 일이다.

저널리즘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언론에 박수를 아낌없이 쳐주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야 개선의 여지가 있다. ABC협회의 부수조작 의혹과 관련해 부수가 제일 많은 조선일보를 타깃으로 의혹을 제기한다는 의심도 있지만 이는 특정 언론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신문 시장 관행으로 굳어진 언론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고 한겨레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것이 대표적이다.

대다수 신문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한겨레가 “정가를 다 받아야 유료로 보는 일반적 기준에 비춰볼 때 한겨레 부수도 정직하지 못했다”고 고백했기 때문에 “부수인증 제도의 신뢰성, 객관성, 투명성을 높이는 작업에 한겨레를 포함한 모든 신문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제안에 힘이 실릴 수 있는 것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