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공무원 폭행, 협박·강요 등 혐의로 기소된 충북 제천 주재 기자들 재판에서 피해 공무원이 나와 폭행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청주지법 제천지원 형사단독 정경환 판사는 13일 오전 10시 충청매일 A기자와 내외경제TV B기자의 폭행·협박 사건 공판을 열고 피해자인 제천시 공무원 김아무개씨와 안아무개씨의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A기자는 2019년 4월 제천 한 카페에서 김씨와 안씨를 만나 김씨를 때리고 안씨에겐 협박을 가한 혐의로 기소됐다. B기자는 2020년 4월 제천시청에서 안씨를 협박했다는 이유로 강요 혐의가 적용됐다. 

공무원 안씨는 이날 재판에서 2019년 4월 폭행 사건 당시를 떠올리며 “(A기자는) 김씨가 오자마자 ‘야 이 XXX야, 니가 나 씹고 다닌다며’, ‘XXX야’라고 말하며 그의 목을 손날로 서너 대 때렸고, 또 계속 때렸다”고 증언했다. 

이어 “(나는) ‘어떡하지, 큰일 났다, 신고할까’ 고민을 하다가 탁자 위에 전화기를 들었더니 A기자가 ‘눈깔아 XXX야. 너도 똑같은 XX야. 니들 두 XX 다 회계과에서 기어나가’라고 말하며 주먹으로 때리려 했다”고 증언했다. 당일 안씨를 먼저 만난 A기자가 김씨를 불렀고, 김씨가 자리에 도착하자마자 폭행을 했다는 증언이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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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김씨도 유사한 취지로 답했다. 다만 그는 수사기관 조사에선 “A기자로부터 차여 허벅지 윗부분에 10cm 길이의 멍이 심하게 들었고 10일간 근육통도 있었다”고 진술했으나 법정에선 “멍이 그다지 크지 않았고 원래 이런 일이 있으면 일주일 정도는 (통증이) 가지 않느냐”고 진술을 바꿨다. 

김씨는 A기자에게 맞아서 상해를 입었느냐는 질문에도 “아니다”라고 답했다. 또 A기자로부터 사과를 받았다며 “폭행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도 밝혔다. 김씨는 A기자가 폭행한 이유로 "내가 자신과 자기 형(제천시 공무원)을 험담하고 다닌다고 오해해서 때렸는데, 오해였다"고 밝혔다.

안씨는 B기자에 대해서도 “내가 뭐했던 사람인지 알면서 왜이리 뻣뻣하냐”, “주변에 물어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거 아니냐”, “그건 지금 니 목을 쥐고 니 가정에 목줄이 담긴 건데, 그거를 내가 잡고 흔드는데” 등과 같은 말로 자신을 협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B기자가 자신에게 회계과에서 나갈 것을 요구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B기자는 이보다 3주 전 안씨가 한 전기업체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의혹 보도를 냈다. 이후 3주 동안 B기자는 안씨가 있던 회계과와 시청 인사·감사 관련 부서에 연락해 ‘안씨는 불량 공무원이며 자신에게 사과해야 할 일이 있다’고 주장했다. 안씨는 “이에 각 과의 과장들이 ‘너 때문에 시청 이미지가 훼손된다’거나 ‘잘못했다고 하고 빨리 끝내라’고 종용했다”고 전한 뒤 “그러나 끝까지 싫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안씨는 결국 B기자 요구에 따라 ‘사실확인서’를 썼다. 자신이 전기업체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내용으로 안씨는 B기자가 불러주는대로 썼다고 밝혔다. 안씨는 그 전날 회계과장이 B기자 전화를 받고 자신에게 연락해 ‘나도 힘들다. 니가 사과하면 끝난다’고 거듭 종용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안씨의 사실확인서 작성이 협박에 의해 의무 없는 일을 한 것이라며 B기자에게 강요 혐의를 적용했다. 

안씨는 “(당시 B기자가) 나에 대해 ‘자신도 뭔갈 쥐고 있어야 한다’는 식으로 말했다. 내가 각서를 써주면 의혹 기사도 내려주고, 관련 국민신문고 민원도 내려준다고 했다”며 “정신적 평온을 찾고 싶었다. 쓰기 싫었으나 ‘좋다. 다 해준다는데 속옷까지 벗어준다’는 심정으로 확인서를 써줬다”고 증언했다. 

B기자가 주장한 안씨의 향응 접대 혐의는 지난해 12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B기자는 지난해 가을 자신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안씨를 뇌물수수로 고발했다. 

이날 A기자 관련 증인신문은 그의 혐의 중 일부에 한해서만 진행됐다. A기자는 폭행치상, 협박 혐의 외에도 도박장개설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다음 공판에선 공무집행방해 혐의와 관련된 증인 2명의 신문이 예정돼있다. B기자 강요 혐의와 관련된 증인 2명도 추가로 출석할 예정이다. 다음 공판은 내달 11일 오후 4시에 열린다. 이번 논란으로 현재 A기자는 일시 정직, B기자는 직무배제를 받고 업무를 중단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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