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감자 요리를 먹는 것과 하루 4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것, 어느 쪽이 우리를 더 불행하게 만들까요? 영국에서 30만 명의 청소년들을 조사했는데 정신 건강에 미치는 비율이 비슷하게 나타났습니다. 둘 다 위험하다는 게 아니라 둘 다 큰 의미가 없다는 결론이었죠.

▲ 스마트폰보다 감자 요리 때문에 더 불행해질 수도 있습니다. 애초에 스마트폰이나 감자나 수많은 요인 가운데 하나일 뿐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죠. Ⓒgettyimagesbank
▲ 스마트폰보다 감자 요리 때문에 더 불행해질 수도 있습니다. 애초에 스마트폰이나 감자나 수많은 요인 가운데 하나일 뿐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죠. Ⓒgettyimagesbank

스마트폰 이용 시간이 많을수록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많았습니다. 수많은 설문 조사와 실태 조사에서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을 너무 오래 이용하는 건 좋지 않다는 결론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럼 이렇게 질문을 바꿔볼까요? 스마트폰을 적게 쓰면 더 행복해지는 걸까요?

미국소아과학회(AAP)가 이른바 ‘2×2 규칙’을 만든 게 1999년입니다. 두 살 미만 어린이에게는 TV든 컴퓨터든 보여줘서는 안 되고 두 살 이상은 하루 두 시간이 넘어서는 안 된다는 규칙이었죠. 하지만 그때는 스마트폰도 모바일 게임도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AAP는 2016년에 이 규칙을 공식적으로 폐기했습니다. 일단 두 살 미만도 화상 통화 등은 가능하다는 쪽으로 바뀌었고요. 두 살에서 다섯 살까지는 1시간 정도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있지만 부모와 함께 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여섯 살 이상은? 아예 이용 시간 제한을 없앴습니다. 이용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라고 봤기 때문이죠.

스마트폰을 오래 이용하는 아이들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비율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차이는 0.4%에 그쳤습니다. 그보다는 수면 시간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비율에 미치는 상관 관계가 훨씬 더 컸습니다. 아침 식사를 꼬박꼬박하는 친구들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정도가 더 컸고요.

조사 마다 조금씩 달라서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이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첫째, 스마트폰을 많이 이용하지만 잠을 충분히 자고 아침 식사도 챙겨 먹는 친구들과 둘째, 스마트폰을 별로 이용하지 않지만 잠을 제대로 못 자는 친구들 가운데 누가 더 행복할까요?

최근의 연구에서 확인할 수 있는 건 스마트폰 이용 시간과 그동안 알려진 위험 사이에 직접적인 상관 관계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같은 조건이라면 잠을 많이 자는 친구가 훨씬 더 웰빙 체감도가 높았습니다.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스마트폰 이용 시간이 길수록 더 행복하다고 느낀다는 상반된 조사 결과도 있었습니다. 잠을 충분히 자고 아침 식사를 잘 챙겨 먹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게 삶의 질에 훨씬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죠.

▲ 스마트폰 이용 시간과 행복하다고 느끼는 비율의 상관 관계는 입증된 바 없습니다. Ⓒgettyimagesbank
▲ 스마트폰 이용 시간과 행복하다고 느끼는 비율의 상관 관계는 입증된 바 없습니다. Ⓒgettyimagesbank

행복하다는 감정은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만드는 결과입니다. 스마트폰 때문에 행복하거나 불행한 게 아니라 시간 날 때마다 스마트폰에 매달리는 것 말고 다른 재미있는 일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죠.

청소년들 우울증도 늘어나고 자살도 늘어나고 있지만 이게 스크린 이용 시간과 관련이 있다는 명확한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소셜 미디어가 낮은 자존감과 불안, 외로움 등 부정적인 감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많습니다. 하지만 이건 스크린 이용 시간과는 다른 문제죠. 애초에 소셜 미디어를 오래 붙들고 있으니 스크린 이용 시간이 늘어나는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둘을 뭉뚱그리면 이야기가 꼬이게 됩니다. 원인과 결과를 혼동해서는 안 되죠.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교의 소니아 리빙스턴 교수는 “스크린 타임은 낡은 개념(obsolete concept)”이라고 말합니다. 감시와 통제가 오히려 아이들을 디지털 시대의 혜택에서 멀어지게 만들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죠. 좋은 육아를 미디어 없는(media-free) 육아라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많은데 디지털 미디어로 연결된 세상에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리빙스턴 교수는 “단순히 스크린이 좋지 않다는 게 아니라 사회적, 인지적, 신체적 활동이 더 좋다는 문제 의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지금의 부모 세대보다 지금의 아이들 세대는 연결이 훨씬 더 중요한 세상에 살게 될 것입니다. 무조건 스마트폰은 나쁘고 오래 들고 있으면 안 된다고 윽박지르기 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격려하라는 조언이죠.

이를 테면 커먼즈센스미디어 조사에서는 부모들은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에 바로 답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이48%인데 청소년들은 72%가 바로 답을 해야 한다고 답변했습니다. 한 시간마다 한 번 이상 스마트폰을 확인한다는 답변이 부모들은 69%, 청소년들은 78%로 차이가 컸습니다. 애초에 소통의 방식과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죠. 모바일 네이티브 세대는 스마트폰이 곧 삶의 일부입니다.

스마트폰 이용 시간과 별개로 게임 중독을 걱정하는 부모들도 많지만 게임 역시 단순히 오래 한다고 해서 문제가 아니라 일상 생활에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느냐를 살펴야 합니다. 마크 그리피스(Mark Griffiths) 영국 노팅엄트렌트대학교 교수는 “플레이어의 삶에 부정적인 결과가 거의 또는 전혀 없다면 중독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아이들의 스마트폰 중독을 걱정하는 많은 부모들에게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면 “너무 많은 시간을 스크린 앞에서 보낸다”고 답을 한다고 합니다. 그리피스 교수는 “부모들이 자신들이 스마트폰에서 보내는 시간을 낭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행동을 그렇게 평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 사실 아이들은 부모를 보고 배우는 경우가 많죠. 애초에 부모들이 스스로 스마트폰 이용 시간이 낭비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고요. Ⓒgettyimagesbank
▲ 사실 아이들은 부모를 보고 배우는 경우가 많죠. 애초에 부모들이 스스로 스마트폰 이용 시간이 낭비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고요. Ⓒgettyimagesbank

또 다른 연구에서는 오히려 아이들이 우리 엄마 아빠가 스마트폰 중독이라고 생각한다는 비율도 꽤 높게 나타났습니다. 부모가 스마트폰에 과의존하면서 아이들을 나무란다는 이야기죠.

스마트폰을 많이 들여다 보면 뇌가 녹아내리기라도 할 것처럼 엄마와 아빠를 겁주거나 죄책감이 들게 하는 언론 보도도 많았습니다. 우리가 아이를 잘 돌보지 못해서 스마트폰 중독이 되는 거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말이죠. 그런 걱정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세상으로 진입하고 있고 엄청난 문화적 충격을 겪고 있습니다. 혼란스러운 것은 당연합니다. 다행히도 빠르게 적응하고 있고요.

▲ 디지털이 일상인 시대입니다. 우리는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시대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gettyimagesbank
▲ 디지털이 일상인 시대입니다. 우리는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시대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gettyimagesbank

만약 우리 아이들이 스크린 의존도가 높다고 생각한다면 다음 다섯 가지 질문을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1. 첫째, 우리 아이는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잠을 충분히 자고 있나요?
  2. 둘째, 우리 아이는 어떤 형태로든 가족과 친구들과 사회적으로 연결돼 있나요?
  3. 셋째, 우리 아이는 학교 수업에 잘 참여하고 성취감을 느끼고 있나요?
  4. 넷째, 우리 아이는 어떤 형태로든 관심과 취미를 찾고 있나요?
  5. 다섯째, 우리 아이가 디지털 미디어를 재미있게 사용하고 배우고 있나요?

네 가지 질문에 대한 해답이 아마도 다섯 번째 질문에 담겨 있을 수도 있습니다. 리빙스턴 교수는 디지털 미디어가 재미와 학습, 연결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단순히 스마트폰 이용 시간이 늘어나는 걸 걱정하기 보다는 스마트폰 이용 시간이 늘어나면서 노는 시간이나 이야기하는 시간, 지루해 하고 빈둥거리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문제입니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늦어지기도 하고요.

미챌 롭(Micheal Robb) 커먼즈센스미디어 소장은 “모든 스크린이 동일하지 않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단순히 몇 시간을 봤느냐가 아니라 뭘 봤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죠. 어떤 것은 교육적이고 어떤 것은 그냥 재밌는 것이고 어떤 것은 좋은 콘텐츠죠. 물론 시간 낭비거나 정말 위험한 콘텐츠도 많습니다. 그래서 좋은 콘텐츠를 찾아볼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 스크린 이용 시간 제한은 효과가 없을 뿐더러 오히려 부모를 멀리하게 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아니라 내용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gettyimagesbank
▲ 스크린 이용 시간 제한은 효과가 없을 뿐더러 오히려 부모를 멀리하게 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아니라 내용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gettyimagesbank

미디어의 개념과 범주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영상을 찍고 편집하고 친구들과 공유하고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다면 오히려 창의력과 사회성을 키우는 훌륭한 학습이 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빼앗으려 하지 말고 엄마와 아빠가 아이들과 함께 무엇을 볼 것인지 이야기하고 의견을 나눌 수도 있습니다.

억지로 스마트폰 이용 시간을 통제하기 보다는 4C로 분류하는 다음 네 가지 콘텐츠를 찾아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좋습니다. 연결(Connection)과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창의성(Creativity), 그리고 문맥(Context)입니다.

인터넷 중독 또는 과의존을 이야기할 때 크게 세 가지를 중요하게 봅니다. 첫째는 현저성(salience), 일상 생활에서 얼마나 스마트폰 이용이 두드러지고 중요한가를 보는 거고요. 둘째는 조절실패(self-control failure),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지도 중요합니다. 셋째는 문제적 결과(serious consequences), 단순히 이용 시간 보다는 실제로 일상 생활에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가 봐야 한다는 거죠.

물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스마트폰을 보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깊이 잠들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죠. 또한 공부를 할 때는 아예 스마트폰을 엎어놓는 게 좋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멀티 태스킹이 잘 안 되죠. 두 가지만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 스마트폰을 붙들고 놓지 않는 아이들, 하루 몇 시간이 적절할까요? Ⓒgettyimagesbank
▲ 스마트폰을 붙들고 놓지 않는 아이들, 하루 몇 시간이 적절할까요? Ⓒgettyimagesbank

많은 부모들이 스마트폰 과의존을 걱정해서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앱을 이용하지만 실제로 효과가 크지 않거나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스크린 타임 제한은 얼마든지 우회할 경로가 많고(아이들은 이런 거 잘 찾습니다) 부모의 감시와 통제를 의식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됩니다(시간만 지키면 되니 ‘이런 걸 봤어요’, ‘이런 거 보고 싶어요’라고 이야기할 필요가 없게 되죠). 무엇보다도 시간 총량을 두면 제한된 시간에 더욱 더 흥미롭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좇게 만드는 효과도 있죠.

미국소아과학회의 제니 라데스키(Jenny Radesky)는 “부모가 아이들의 미디어 멘토가 돼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아이들이 직접 미디어를 만들고, 연결하고, 배우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도록 부모가 이끌어줘야 한다는 이야기죠. 부모들이 잘 모르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배우면서 길잡이가 되어 줄 수 있습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1주일에 한 번 정도 스마트폰과 태블릿과 TV까지 모든 디지털 기기들을 내려놓고 ‘언플러그드(unplugged)’ 놀이 시간이나 가족 시간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 볼 수 있겠죠. 이른바 디지털 디톡스(detox, 해독)라고도 합니다. 가끔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에서 빠져 나와서 내가 무엇을 보고 듣고 어떻게 생각했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좀 더 시간을 가치있게 보내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부모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지루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계속해서 말을 건네고 시도해 볼 필요는 있습니다.

집단 따돌림을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루머의 루머의 루머(13 Reasons Why)’ 같은 콘텐츠를 함께 또는 따로 보고 공동의 화제를 만드는 것도 좋을 거고요. ‘가족 미디어 계획’을 함께 설계해 보고 합의를 만들어 가는 과정도 소중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워싱턴포스트 테크 에디터 엘리슨 슬레이터 테이트(Allison Slater Tate)의 조언을 한 줄로 요약해 볼까요? 스크린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지만 우리가 무엇을 보고 그것이 무엇을 대신하느냐가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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