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 참패에 더불어민주당 2030세대 의원들이 내부비판하는 입장문에 조국 사태를 포함시켰다가 일부 당원 또는 누리꾼들이 ‘뒤통수 치냐’며 강한 반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2030 의원 5명 가운데 장철민 의원은 “우리 당이 구조적 불평등과 특권적 교육격차 대물림을 주목하지 못했다. 반성의 취지가 몰각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반박했다. 장경태 의원은 “조 전 장관이 잘못했다는 의미가 아닌데,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했다.

장 의원을 포함해 오영환 이소영 장철민 전용기 등 더불어민주당 20~30대 의원은 9일 오전 공동명의로 낸 입장문에서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 마음이 돌아선 원인을 두고 “저희들을 포함한 민주당의 착각과 오판에 있었음을 자인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재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원인이 우리 당 공직자의 성 비위 문제였음에도, 우리 당은 당헌·당규를 개정해 후보를 내고, 피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사죄도 없었으며, 당내 2차 가해를 적극적으로 막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회피하고 외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오만함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검찰개혁과 관련해 “검찰개혁은 종전에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는 정책이었으나, 추미애-윤석열 갈등으로 점철된 추진과정에서 국민들의 공감대를 잃었다”며 “오만과 독선으로 보일 수 있는 행동들이 국민들께 피로와 염증을 느끼게 했음에도 그것이 개혁적 태도라 오판했다”고 지적했다.

조국 사태를 두고 이들은 “조국 장관이 검찰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해서 검찰의 부당한 압박에 밀리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면서 “하지만 그 과정상에서 수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분열되며 오히려 검찰개혁의 당위성과 동력을 잃은 것은 아닌가 뒤돌아보고 반성한다”고 자성했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오영환, 이소영, 장경태, 장철민 등 초선 의원들이 9일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2030의원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오영환, 이소영, 장경태, 장철민 등 초선 의원들이 9일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2030의원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은 ‘인국공 문제’ 역시 청년층이 분노하는 이유를 살피지 않고,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를 그분들께 가르치려고 한 오만함이 청년들과 민주당의 소통을 단절시킨 한 원인이었다고 아프게 자평한다고 했다. 또한 이들은 “이번 재보궐선거의 참패 원인을 야당탓, 언론탓, 국민탓, 청년탓으로 돌리는 목소리에 저희는 동의할 수 없다”며 “책임 있는 정치세력이 선거에서 표로 심판 받고도 자성 없이 국민과 언론을 탓하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 오로지, 우리의 말과 선택과 행동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이들은 이런 어렵고 민감한 문제에 용기 있게 나서지 못했고, 정부와 지도부의 판단에 의존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우리 청년의원들이 더 겸손하게, 성실하게, 용기를 내겠다며 할 말을 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주체세력으로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청년 의원 성명에 일부 당원과 누리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조국백서를 집필한 고일석 더브리핑 대표기자는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제 입장에서는 그들 역시 이미 청년층에 거대하게 자리잡고 있는 ‘허구의 인식’에 오염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커뮤니티 클리앙에는 2030 의원 입장 발표 기사에 많은 댓글이 달렸다. “와...진짜 튀통수에 칼 세게 박네요”(voice82), “항복선언이네요, 이건 너무나 굴욕적입니다, 정말 눈물나네요”(장군멍군), “엉뚱한 사람으로 희생양 삼는군요. 욕 나오려고 합니다”(봄내), “조국 문제였으면 21대 총선에서 당신들 당선될 일 없었어요”(라이넬) 등의 의견이 쏟아졌다.

특히 닉네임 ‘날강두’는 “조국이 문제라면 이른바 조국사태 이후 치뤄진 작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 얻은건 뭐라고 설명할건지, 지난 1년간 자기들이 못해놓고 조국 추미애 희생양 삼을 궁리만 하는건 초선이나 중진이나 똑같다”고 썼고, ‘우아추구’는 “서초동집회에서 조국수호 하던 국민들을 모욕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2030 의원들의 입장발표에 9일 오후 커뮤니티 클리앙에서 해당 기사에 반발하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사진=클리앙 갈무리
▲더불어민주당 2030 의원들의 입장발표에 9일 오후 커뮤니티 클리앙에서 해당 기사에 반발하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사진=클리앙 갈무리

 

이에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저녁 미디어오늘에 보내온 SNS 메신저 답변에서 “조국 장관 문제를 대함에 있어 검찰개혁의 당위성에 사회 구조적 불평등 문제, 특히 특권적 교육격차 대물림의 문제를 우리 당이 주목하지 못했다”며 “이 부분에 청년의원으로서 우리가 천착해 나갔다면 청년과의 공감을 넘어 검찰개혁의 과제도 더 제대로 추진할 수 있지 않았을까 반성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게으름이 문제였다고 생각하고 입장문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당이 조국 장관을 검찰개혁과 동일시하면서 조국 장관과 그 가족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되었다고 생각한다”며 “검찰개혁의 구체적인 내용, 특히나 특수부의 반민주적 기득권을 해체해야 하는 과제의 중요성을 국민께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검찰에게 조국 장관을 먹잇감으로 줬던 것은 아닌지, 무자비하고 폭력적인 검찰의 저항을 검찰개혁의 근거로 삼으려 계산했던 것은 아닌지 당 내부에서는 반성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장 의원은 “조국 이슈에 우리 젊은 의원들이 스스로에 대한 반성을 위해 입장문을 낸 취지가 몰각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는 달리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조국 장관이 잘못했다고 얘기한 것이 아닌데, 왜곡해서 알려졌다”고 해명했다.

장 의원은 “더 처절하게 반성하고, 반성 사죄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였다”며 “그것이 저 개인적으로는 조 전 장관이 잘못했다고 생각지 않고, 의혹내용과 함께 검찰의 반인권적 수사와 검찰개혁의 당위성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고, 좀 더 낮은 자세로 친절하게 더 열심히 설명하지 못했다는 의미”고 설명했다. 장 의원은 “우리는 마치 아무 문제 없는데 왜 그랬냐는 식으로 떳떳하고 당당하게만 하려 한 것이 문제”라며 “하지만 검찰 개혁의 방향 잘못됐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실관계에 대한 인식이 오염됐다는 고일석 기자의 주장에 장 의원은 “그럴 수 있다. 오해가 있거나 부족한 정보가 있다면 더 알아가겠다”고 답했다. ‘조 전 장관의 딸 문제에 공정하지 못했다거나 내로남불의 측면에서 반성한다는 의미가 아니었느냐’는 질의에 장 의원은 거듭 “저는 그런 취지는 아니었다”며 “발표문 워딩 그대로 이해해달라. 해석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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