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부산시장 재보궐선거 참패 책임론에 김어준 TBS 뉴스공장 진행자도 한 몫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의 저격수, 사실상 선거대책위원장, 선대본부 노릇했으니 졌다는 평가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그런 목소리가 있을 수 있다는 견해와 함께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거리를 두는 반응도 나왔다.

이현상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는 9일자 ‘[이현상의 시시각각] 경이로운 김어준의 정신세계’에서 “신뢰를 의심받는 김어준을 네거티브 저격수로 내세운 것은 여당의 패착이었다”며 “김씨가 생태탕 재료를 제공하면 민주당은 열심히 우려냈다”고 썼다. 이 칼럼니스트는 “사실상 여당의 선거대책위원장 역할을 담당한 김씨의 그늘에 ‘진짜’ 선대위원장 이낙연은 묻혀 버렸다”고 주장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지난 8일자 신동아 온라인 칼럼 ‘진중권 “민주당, 져도 참 더럽게 졌다”’에서 “어차피 이길 수 없는 선거라면 표차라도 줄여야 하고, 그러려면 과오를 겸허히 인정하고 죄값을 치르는 마음으로 되도록 깨끗한 선거전을 벌였어야 한다”며 “그런데 끝까지 이겨보겠다고 사상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를 시전했다. 패해도 참 더럽게 패했다”고 비난했다. 진 전 교수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사실상 선거대책본부 노릇을 했으니 한심한 일”이라며 “그 음모론자의 지휘 아래 후보와 당과 지지자들이 한 몸이 되어 미심쩍은 익명의 증인들을 앞세워 유권자를 기만하려 했다”고 썼다. 그는 이어 “상왕격의 이해찬 전 대표 지도를 받는 586운동권 주류가 김어준의 방송을 매개로 강성 지지층을 세뇌시켜 당내에서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당 밖으로는 이견을 가진 이들을 ‘토착왜구’로 몰아 입을 틀어막는 기제가 아예 민주당의 골격으로 굳어졌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이 9일 국회 소통관에서 4ㆍ7 재보궐 선거 참패에 대한 반성 기자회견을 한 뒤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맨 왼쪽이 한준호 의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이 9일 국회 소통관에서 4ㆍ7 재보궐 선거 참패에 대한 반성 기자회견을 한 뒤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맨 왼쪽이 한준호 의원. ⓒ연합뉴스

이 같은 혹독한 평가에 민주당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초선 의원인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오후 ‘초선의원 공동 입장문’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후 미디어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나오는 얘기에 민주당이 쉽게 의존했던 것 아니냐’는 질의에 “이번 선거결과에 많은 다양성을 담지 못하고, 당이 그동안 국민과 괴리감이 있었다는 자아성찰은 있었지만, 김어준에 의존한다는 전제조건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 의원은 “민주당의 170명의 의원이 김어준에 의해 움직인다는 얘기가 될 수 있는데, 전 그건 옳지 않다고 본다”며 “강성지지자들의 문자가 오는 것은 맞고, 그 분들의 의견이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다뤄지는 것이 맞을 수도 있으나 당이 그것을 보고 나서 전략과 정책을 세운다? 그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 의원은 “그리고 그게(김어준 뉴스공장이 선거에–기자 주)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래도 내곡동 의혹을 뉴스공장이 주도적으로 제기하지 않았느냐’는 미디어오늘 질의에 한 의원은 “그건 선후가 바뀐 것 같은데, 내곡동은 문제가 있으니 제기한 것이고, 관련해서 김어준이 다룬 것이지, 거기서 나온(방송에서 나온) 문제제기를 그 아이템을 우리가 받아서 전략으로 쓰지는 않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내곡동 의혹이 과잉된 것 아니냐’는 지적은 어떻게 보느냐는 질의에 한 의원은 “그런 지적이 있을 수 있으나 저는 그렇게 안 본다”며 “큰 선거를 치르면서 작은 걸 갖고 전략이 흔들리지 않는다. 정책을 만드는 팀이 별도로 있는데, 그 사람들이 김어준 방송만 보고 정책을 바꾸거나 그러겠느냐. 김어준에 움직였다는 그 전제조건에 기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 의원은 “국민의힘이 조선일보에 의존하지 않듯이 국회에서 선거를 치러야 하는 사람들은 각각의 경험과 전략을 가지고 선거를 치르지, 일부 특정 매체만 보고 여론이라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첫 비상대책위원회 이후 백브리핑이 끝난 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오는 내용에 당이 거기에 휘둘린다거나 이곳을 중심으로 하는 극성스런 목소리에 휘둘린다’는 주장이나 생각을 어떻게 보느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다소 유보적인 답변을 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그렇게 주장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다”며 “당내에도 있고, 의원들도 있고, 그런 것까지 다 포함해서 ‘그렇게 지적하는’ 사람도 있고, ‘너무 밀어붙인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고, 이걸 잘 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런 지적을 경청할 부분도 있다는 뜻인가’라는 이어진 질의에 최 수석대변인은 “그건 이후 비대위에서 논의하고, 여러 부분을 전당대회에서 후보들이 ‘이런 부분에서 모자랐다고 생각한다, 너무 휘둘리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잖느냐”며 “반대로 ‘아니다, 이렇게 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 연합뉴스
▲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 연합뉴스

초선의원들 “강성지지층에 흔들리고, 거기에 의식해 제대로 목소리 못냈다”

이와 함께 강성 지지층에 흔들리고, 당내 친문 인사들이 실제 더불어민주당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것도 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9일 오후 민주당 초선의원들의 반성 기자회견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강성 지지층에 의해 흔들린다는 것에 대한 반성도 있었느냐’는 기자 질의에 한 초선의원은 “그런 얘기도 충분히 있었다”며 “강성 지지층을 의식해서 제대로된 목소리를 충분히 대변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기자회견문에 그런 내용이 왜 없느냐는 질의에 고영인 의원은 “초선들이라고 해서 모든 사안에 대한 의견일치를 보기 어렵다”며 “모든 의견을 나눴는데, ‘일동’으로 낸 것이 기자회견문”이라고 설명했다.

사과와 반성할 것을 왜 미리 못했느냐, 지도부 권위적이어서 그랬느냐는 한겨레 기자 질의에 한준호 의원은 “그동안 다양성을 담아내지 못했고, 조직이 정당성을 잃었다”며 “2030 남성 투표 결과를 보면 우리가 그들과 동떨어진 것 아닌가, 당이 기득권이 된 것 아닌가, 초심으로 돌아갈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고 답했다. 한 의원은 이어 “당의 강압으로 인해 그런 (고언을 못한) 것이 아니라 한편에서는 그대로 보고도 우리 스스로 의견을 못 냈다”고 반성했다.

고영인 “강성지지층 문자와 요구에 친문그룹도 생각 다양해”

이와 관련, 초선 의원인 고영인 의원은 기자회견 후 미디어오늘 기자와 만나 ‘실제 친문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모든 결정이나 방향을 전하느냐, 이번 선거도 그런 영향을 받았느냐’고 묻자 “시스템대로 지도부 구성이 이뤄져 있고, 거기에 따라서 움직인다”며 “기존엔 문재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친문이 아닌 사람이 없을 정도의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그 시스템에 맞게 이뤄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친문과 강성지지층의 성향과 철학과 정책결정이 비슷하느냐는 질의에 고 의원은 “우리 내부가 굉장히 분화돼 있다”며 “강성 지지층이 내부에 문자를 보내면서 여러 가지 요구들이 있는데, 그것에 대해 친문 그룹 내에서도 다양한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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