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독자권익 기구가 지난달 연합뉴스의 4·7 재·보궐선거 관련 보도에 지지율과 거대양당 일변도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평했다.

연합뉴스 대주주인 뉴스통신진흥회가 최근 홈페이지에 공개한 3월 수용자권익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여러 위원이 선거 보도와 관련해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등 거대양당과 지지율 쏠림을 되풀이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소수정당 후보들이 주도적으로 정책공약집을 내놨는데도 소수정당과 정책 관련 보도가 없다시피 했다고 평가했다.

우지숙 위원(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은 지난들 25일 진행된 수용자권익위 정례회의에서 “사실 선거보도에서 늘 이야기됐던 것(지적 사항)이 그대로”라며 “너무 지지율 보도가 많다”고 했다. 우 위원은 “정책이나 이슈 보도가 좀 있었으면 좋겠는데 워낙 지지율 관련된 이야기가 많아 유권자가 판단하는 데 정말 도움이 될지 걱정스럽다”고 했다. 내용 면에서도 “프레임이나 은유를 ‘전쟁’ ‘난타전’ ‘각축전’처럼 늘 이렇게 전쟁이나 싸움의 틀로 접근하는 것도 굉장히 눈에 많이 띄었다”고 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오세훈 국민의힘 당선자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연합뉴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오세훈 국민의힘 당선자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연합뉴스

우 위원은 이어 “제가 가장 놀랐던 부분은 박영선, 오세훈, 안철수 세 후보 말고 다른 후보에 대한 보도는 한 건도 없는 것이었다. 아예 없더라”라고 말했다. “후보들이 어떤 정책 공약을 갖고 나왔는지는 조금 다뤄주는 기사가 연합뉴스에 있을 줄 알았는데, 3월 나온 기사를 딱 하나 찾았다. 그런데 뭐냐면 ‘서울시장 후보 13명 중 5명 전과자…허경영 재산 72억 (3월 24일)’ 기사”라고 지적했다.

강성국 위원(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도 “계속 여론조사 통한 지지율 보도에서 스포츠적인 표현, 전투적인 표현이 많이 발견이 돼서 지적을 했었는데 옛날보다 많이 준 것 같지만 더러 그런 보도가 있다. 개선했으면 한다”고 했다. 

강 위원은 정책 보도가 부족한 데에 “신지예 후보나 진보당 송명숙 후보나 이런 쪽은 좀 정책 공약집이 나와 있었고, 그래서 보도가 공약이 말로 하는 것 밖에 보도가 안 된 것으로 안다”며 “언론이 정책 관점으로 접근하면 지지율이 낮은 후보도 보도될 수 있었을 것인데 아쉽다”고 했다. 우 위원은 “오히려 군소후보들은 준비가 돼 있다. 와서 취재 좀 해줬으면 하는데, (언론은) ‘거물들이 안 한다’는 이유로 아예 보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정치부 데스크는 “군소 후보의 경우 최근 젠더 정책 등을 부각해 별도로 다룬 기사를 비롯해 지속적 관심을 갖고 보도할 예정”이라며 “지지율 보도의 경우 뉴스의 도매상이라는 연합뉴스 특성상 다른 언론들의 수요가 있는 한 서비스 차원에서 다루지 않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 달라. 공정성을 잃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 임하고 있다”고 했다.

법조 기사에 익명 취재원을 남용하는 문제도 지적을 받았다. 설진아 위원장(한국방송통신대 교수)은 “지난달 8일 ‘사퇴 후 LH 투기로 목소리 높인 尹…‘장외 정치 하나?’’ 기사도 보면 취재원이 명확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 내용을 보면 정치본색을 빨리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는데 △법조계 일각 △그를 잘 아는 한 지인 △법조계의 한 관계자의 말”이라며 “독자 입장에서는 익명 출처가 너무 많다. 익명의 취재원을 활용할 때는 주의를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사회부 데스크는 “검찰은 취재와 기사 작성이 대단히 어려운 출입처다. 취재원들이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것을 매우 꺼린다”며 “가급적 실명 위주로 기사를 작성한다는 기조를 유지하지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했다.

뉴스통신사로서 보도 가치가 없거나 공익에 반하는 기사도 여러 건 거론됐다. 설 위원장은 “‘이런 기사도 우리가 읽어야 하나’ 하는 내용(의 기사)”이라며 지난달 18일 보도된 “앤젤리나 졸리 아들 매덕스 연세대 휴학 신청”에 대해 “휴학 사유도 밝혀지지 않았다. 아들이 휴학한 것까지 대한민국 독자들이 알아야 할 뉴스인지 궁금했다”고 했다.

지난달 22일 “알래스카 미중 충돌 속에서 스타 된 ‘얼짱’ 중국 통역관” 기사에도 “미모의 중국 측 통역사가 스타로 떠올랐다는 것이 베이징 특파원 보도로 나갔다”며 “연합뉴스 특파원이 이를 보도한 데에, 미중회담 설전 내용이 궁금한 독자들에게 미모의 통역관 기사를 전달하면서 외교 사안을 인간적 흥미 기사로 대체한 것은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반면 구글의 7시간 ‘먹통’ 현상을 연합뉴스가 신속 보도하고 구글이 국내 OS(운영체제) 76%를 장악하고 있어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점은 좋은 보도로 꼽혔다. 백신 이상반응 관련 기사를 ‘푸시 알람’으로 내보내 강조하던 관행이 완화된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강성국 위원은 “백신 맞은 뒤 반응은 속보로 보도하기보다 분석한 뒤 통계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등 객관적인 보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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