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찾던 ‘샤이진보’는 없었다. 4·7 재보선에서 국민의힘이 압승했다. 

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최종 개표결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57.5%를 득표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39.18%)를 18.32%p 차로 눌렀다. 오 후보는 서울시 25개 모든 자치구에서 박 후보를 이겼고, 특히 강남구에선 73.54%를 얻어 박 후보 득표(24.32%)의 3배 수준이었다. 3위는 1.07%를 득표한 허경영 국가혁명당 후보가 차지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의 경우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62.67%를 득표해 김영춘 민주당 후보(34.32%)를 거의 두배로 앞섰다. 

서울·부산시장 선거 결과는 선거 일주일 전 진행한 각종 여론조사나 선거 당일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와 같이 국민의힘 후보들이 큰 격차로 이겼다. 

투표율은 서울이 58.2%, 부산이 52.7%로 각각 나타났다. 광역단체장 재보선 투표율이 50%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울산 남구청장(서동욱), 경남 의령군수(오태완) 보궐선거에서도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했다. 광역·기초의원 재보선에서도 국민의힘 후보가 12곳에서 당선됐다. 호남 4곳에선 민주당 후보, 경남 의령군의원 선거에선 무소속 후보가 각각 당선됐다.

▲ 8일자 종합일간지 1면 모음
▲ 8일자 종합일간지 1면 모음

 

국민의힘 압승에 대통령 레임덕 등장 

내년 대선이 1년이 채 안 남았다. 조선일보는 선거면 “충격의 與, 지도부 총사퇴할 듯…임기말 文은 레임덕 가속화”에서 여권의 몰락을 말했다. 조선일보는 “청와대는 임기말 레임덕 현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민주당은 선거 패배 책임을 놓고 내분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또한 “정부가 추진해온 경제 및 부동산 정책과 이른바 ‘검찰 개혁’ 등 기조를 유지할지 아니면 대대적으로 바꿀지를 놓고 당청간, 또는 당 내부 노선투쟁도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문 대통령 국정운영 스타일 상 정책기조를 크게 바꾸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여당에서는 부동산의 경우 규제중심의 정책,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강행 등 ‘검찰 개혁’ 등에 대해 전면 수정요구가 나올 것이라고 봤다. 

비슷한 분석은 서울신문도 내놨다. 이 신문은 “흔들리는 당청, 정책동력 약화…文 ‘레임덕 시계’ 빨리간다”에서 문 대통령의 레임덕, 당청간 이견 가능성을 말했다. 

▲ 8일자 중앙일보 만평
▲ 8일자 중앙일보 만평

 

조선일보는 여당에 대해 비상대책위원회와 분당까지도 전망했다. 이 신문은 “선거 결과가 나온 이날(7일) 저녁 비공개 긴급 회의를 열고 총사퇴를 결의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이 경우 내년 대선 전까지 당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비대위원장으로는 이해찬 전 대표가 거론된다고도 전했다. 

조선일보는 비대위 체제를 거론했지만 기사를 자세히 보면 누가 이를 주장하는지는 명확하게 나오지 않는다. 적어도 이재명 지사와 당대표를 준비하는 그룹은 차기 대권과 당권의 호흡을 맞춰 안정적으로 순항하길 원할 수밖에 없다. 비대위 체제를 말하더라도 이는 친문 핵심그룹 중 일각에서 나올 수 있는 주장이다. 

실제 조선일보 기사에도 현재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지사도 비대위 체제에 반대한다고 했고, 당권을 준비하는 송영길, 우원식, 홍영표 의원도 비대위 전환에 반발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86그룹’을 중심으로 내부 반론도 적지 않다고 한 것을 보면 당내 주류 일각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추락하는 지지율에 직접 영향을 받고 여당 참패의 책임있는 그룹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한 민주당 당직자 의견이라며 “당이 분당위기까지 갈 수 있다”고 전했지만 분당 역시 쉽지 않은 시나리오다. 차기 대권 1위를 달리는 이재명 지사가 당을 떠날 이유도 없고, 그렇다고 이 지사가 못마땅하다고 그동안 당을 주도해온 친문그룹이 당을 떠날 가능성도 크지 않다. 여당의 분열은 차기 대권 1위주자가 당 밖에 있는 보수야당 입장에서 유리한 시나리오다. 

▲ 8일자 경향신문 만평
▲ 8일자 경향신문 만평

 

여당 경고한 한겨레, 야당 채찍질한 조선 

이번 재보선에서 여당이 졌고, 제1야당이 이겼다. 다만 여당의 패배를 강조하느냐, 야당의 승리를 강조하느냐는 논조의 차이다. 

여당의 패배를 강조할 경우 여당의 쇄신을 주장하게 된다. 한겨레는 “심판론 분출한 4·7재보선, 여권 뼈깎는 쇄신을”이란 긴 사설에서 집값폭등과 여권의 위선에 분노한 민심을 전하며 “민주당에 민심의 경고를 뼈저리게 받아들이고 변화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또한 한겨레는 “문 대통령의 레임덕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커졌다”며 “전면 개각을 포함해 대대적 쇄신에 주저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찬수 한겨레 선임논설위원은 칼럼 “‘염치’에 관하여”에서 “서울·부산시장 선거 결과는 정부·여당에 ‘염치’를 회복하라는 준엄한 경고일 것”이라며 “코로나 와중에 심해진 격차를 완화하고 사회안전망을 확대할 것, 정부·여당이 먼저 ‘내로남불’의 덫에서 벗어나기 위해 뼈를 깎는 대변신할 것” 등을 요구했다. 

▲ 8일자 조선일보 사설
▲ 8일자 조선일보 사설

 

국민의힘은 이번 재보선에서 분명 승리했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자세를 낮출 것을 요구했다. 사설 “野, 중도·청년층지지 이유 잊으면 바로 몰락할 것”에서 “국민은 국민의힘을 지지한 것이 아니라 문 정권을 심판한 것”이라며 “국민은 지금 야당에 믿고 맡길 수권 능력이 있느냐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뒤 “한때 북한 김정은 못지 않았다는 야당에 대한 비호감도가 이번 선거로 사라졌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라고 경고했다. 

조선일보는 “야당 내에선 승리를 틈타 노쇠한 당, 영남당으로 되돌아가 개인 사욕을 채우려는 시도가 속출할 것”이라며 “야당이 이번 승리에 취해 청년층이 혐오하는 모습으로 원점 회귀하면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몰락할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김창균 조선일보 논설주간은 “文 정권의 코로나 복권, 1년 만에 쪽박됐다”란 칼럼에서 “4·15 총선 대박이 4·7 쪽박으로 돌변하는 데 채 1년도 필요하지 않았다”며 “선거 압승은 역풍의 씨앗을 품고 다는 이치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이번 보궐선거가 야당에 주는 교훈이기도 하다”고 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승리한 여당이 1년 만에 참패한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주문이다. 김 논설주간은 “‘포스트 문재인’ 시대의 깃발 주인을 가리기 위한 경쟁은 이제 새로 시작된다”며 겸손한 태도로 대권을 준비할 것을 요구했다. 

조선, 윤석열·안철수 껴안는 야권통합론 

재보선 이후는 곧바로 대선체제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야권의 향후 방향을 제시했다. 선거면 “초선 56명 오늘 野쇄신 촉구 회견…중도·청년층 마음 얻는게 관건”에서 “내부 쇄신과 함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의 대선 주자를 포함한 야권 대통합 작업도 시급하다”며 국민의당과 합당부터 마무리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 8일자 조선일보 선거면
▲ 8일자 조선일보 선거면

 

조선일보는 “야권 대선주자 선두를 기록중인 윤 전 총장도 당장은 아니지만 국민의힘을 통해 대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라며 “국민의힘이 쇄신을 이어가면서 각각 공정·정의와 중도·실용 이미지를 선점하고 있는 윤 전 총장과 안 대표가 합류한다면 야권의 파이 전체가 커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같은면 하단 “단일화 드라마 쓴 안철수, 졌지만 이겼다”란 기사에는 보수진영내 안철수 대표에 대한 인식이 비교적 잘 드러났다. 부제는 “국민의힘과 화학적 결합 틀 마련, 중도 확장성은 확인했지만 경선 패배로 정치인 한계 노출”이었다. 이 기사에서 다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을 거론하며 ‘화학적 결합’도 말했다. 

조선일보는 국민의힘 한 의원의 의견이라며 “내년 대선도 야권 대연합을 이뤄내야 승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 대표가 대선 과정에서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하지만 단일화 경선 실패로 정치인으로서의 한계도 보여줬다”고 진단했다. 이번 재보선처럼 불쏘시개 역할 정도로 보는 관점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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