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사원이 사장을 투표로 선출하는 ‘대표이사 직선제’ 개선 방안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1999년 이래 현 김현대 사장까지 10차례(연임·중임 포함) 자사 사장을 직접 선거로 선출한 한겨레의 지배구조가 이번 기회로 변화를 맞을지 주목된다.

이봉현 한겨레 저널리즘책무실장은 지난 7일자 칼럼에서 자사 직선제에 “사내외에서 현행 경영권 창출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는 계속됐다”며 “2~3년마다 대표이사가 바뀌면서 전임자의 업적과 정책이 계승되지 않고 단절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디지털 혁신같이 꾸준함과 돌파력이 필요한 언론 위기의 시대에는 약점일 수 있었다. 누구를 대표이사로 뽑을지를 두고 사내 갈등이 불거져 조직력이 흐트러지는 일도 생겼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2월 사장 선거에서도 김현대 현 사장을 포함해 사장 후보자들은 임기 중 지배구조 개선 논의에 착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 실장은 “올해 초 새로 구성된 사외 전문가들의 한겨레 자문위원회에서는 따로 분과를 만들어 지배구조 개선을 논의할 계획을 세웠다”고 전했다.

한겨레 창간 원로들도 최근 한겨레에 “지배구조 개선 없이는 한겨레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면서 ‘한겨레 지배구조 제안서’를 전했다. 변형윤·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김중배 전 한겨레 사장,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 장윤환 초대 한겨레 편집위원장 등 25명이 제안서에 이름을 올렸다.

▲ 서울 공덕동 한겨레 사옥. 사진=한겨레
▲ 서울 공덕동 한겨레 사옥. 사진=한겨레

이들은 “사장 직선제는 사내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의미 부여돼 왔지만, 선거 과정의 편가르기로 인해 내부 갈등을 야기하고 매 2~3년마다 대표이사가 교체됨으로써 안정적 리더십을 창출하지 못해 회사의 장기적 발전전략을 세우는 것을 어렵게 만들어온 것 역시 사실이다. 또 대표이사의 잦은 교체와 그에 따른 편집국장의 더 잦은 교체는 한겨레 구성원들이 장기적인 편집방침이라 할 창간정신을 공유하고 유지·계승·발전시키는 일을 어렵게 만들었고, 그것이 지면의 논조를 둘러싼 갈등을 야기했던 것은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들은 “주주총회에서 사내주주들이 선출한 사장을 인준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형식에 그칠 뿐이고 실제로는 최고경영자 선정 과정에 80%가 넘는 사외주주들의 의견을 반영할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기도 하다”며 “특히 창간 당시의 주주들은 출자자로서뿐 아니라 사외인사인 경우에도 한겨레의 후원자, 보급자, 필자 등으로 누구 못지않게 기여한 분들이 많고 여전히 한겨레가 소중히 여겨야 할 자산임에도 아무런 발언권을 못 가지다시피 됐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제 기업으로서의 한겨레의 지속가능성은 물론이고, 한겨레의 창간정신을 지키고 새로운 시대에 발맞춰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도 더 이상 낭비할 시간이 없다”며 “이번 주주총회에서 우리는 김현대 사장에게 스스로 공약한 지배구조 개선을 논의할 단위를 시급히 구성하고 늦어도 2022년 주주총회 전까지 그 구체적 개선방안을 제시해주도록 요청하는 특별결의 채택을 제안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창간 원로들의 제안서를 사내에 공유하고 노조와 우리사주조합, 자문위원회와 함께 올해 말까지 개선 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김현대 사장도 지난달 정기주총에서 원로들의 제안서 내용을 소개하고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논의할 것이라 했다.

이봉현 실장은 “지배구조에 정답은 없다지만 한겨레에 가장 적합한 지배구조를 찾아가는 작업이 주주, 독자, 사원들이 함께하는 열린 대화의 과정이 된다면 언론 위기의 시대를 돌파하는 신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33년간 한겨레 사장 선출제도는 명망가 중심으로 구성된 창간위원회의 추천 방식, 간선제 방식의 경영진추천위원회 제도 등 4차례 변화를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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