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사주팔자에 직장 다니는 이유 물은 스포츠서울 대주주
사주팔자에 직장 다니는 이유 물은 스포츠서울 대주주
‘핸드폰 끄라’ 한 뒤 부장 직위 거론하며 노조탈퇴·구조조정 협조 요구
ROTC 출신 중용 등 비공식 ‘인사 방침’도 도마

스포츠서울에서 최승욱 대표이사가 사실상 사임한 뒤 대주주 주도 구조조정 국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주주인 김상혁 서울STV 회장이 스포츠서울 기자들에개 개별로 부장 승진을 거론하며 노조 탈퇴를 종용해 논란이다. 경영진에 ROTC 출신 인사를 중용하는 등 비합리적 경영 방침과 인사 개입도 도마에 올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스포츠서울지부가 5일 발행한 노보를 보면 김 회장은 지난달 말 평기자를 차례로 개별 접촉해 면담하면서 앞으로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장직을 맡으라고 제안하는 한편 노조에서 탈퇴할 것을 요구했다.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중간관리자급 기자에게 “내가 널 살릴테니 구조조정을 도와라”라는 취지로 말하고 노조 탈퇴 여부를 그 자리에서 결정하거나 다음날까지 답을 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면담을 앞두고 이들에게 휴대폰을 두고 오거나 끄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언론노조 스포츠서울지부는 “(김 회장이) 대규모 인원 정리를 앞두고 조직적 반발을 우려해 사실상 간을 본 셈”이라며 “급작스러운 최 대표이사 사퇴로 구조조정에 차질이 생기자 본인이 직접 각개 격파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지부는 “이 같은 행동은 엄연히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행위로 정확히 81조(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사도 아닌 대주주가 무슨 권한으로 사원들을 개인 집무실로 불러 회유와 협박을 하느냐”고도 했다.

▲스포츠서울 로고
▲스포츠서울 로고

지부는 노보에서 김 회장의 비이성적인 인사·경영 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김 회장이 ROTC 동기와 후임 등 군 경력을 기준으로 경영진 인사 정책을 펼친다는 지적이다. 김 회장은 ROTC 총동기회 3대 회장 출신인데, 지난 2월 말 퇴사한 이아무개 상무와 강문갑 현 사외이사, 이상배 감사는 모두 학군단 23기 동기다. 사퇴한 최 대표도 ROTC 출신이다.

또 김 회장은 과거 박건승 부회장이 전무일 당시 대표이사 승진을 앞두고 생년월일시를 묻고, 현재 차기 편집국장 물망에 올린 박아무개 경제산업부장에게도 사주팔자를 물었다며 인사 방침의 하나로 삼고 있다고도 지부는 주장했다.

최근 김 회장이 스포츠서울 구성원들을 상대로 직접 진행하는 워크샵과 설문조사도 논란이 인다. 김 회장이 지난달 31일과 지난 5일 편집국 구성원을 4조로 나눠 직접 업무와 무관한 주제로 4차례 워크샵을 진행한 뒤 설문지를 돌렸는데 ‘노조원 성향 파악’ 의도가 짙다는 해석이다.

“4차 산업혁명 의식 설문”이란 제목의 이 설문은 “혁명엔 고통이 따르는데 동참은?”이라며 보기로 여부를 물었다. 다른 문항은 “직장을 갖는 이유”를 묻고 답변 선택지로 △돈벌기 위해 △승진하기 위해 △노동운동을 위해 등이 제시됐다. 회사가 마련한 정책에 대해 △무조건 따를지 △노사합의된 것만 따를지 △따르지 않겠다면 사직해야 할지 등을 묻는 문항도 있었다.

▲지난 5일 발행한 언론노조 스포스서울지부 노보 갈무리
▲지난 5일 발행한 언론노조 스포스서울지부 노보 갈무리. 

스포츠서울의 A 구성원은 “알맹이 없는 강의를 굳이 소규모로 여러 차례 진행하고 이 같은 내용의 설문을 하는 건 다분히 사원 성향을 파악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구성원들은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사측은 6일 지부에 공문을 통해 인원 감축을 전제로 한 급여 반납을 요구했다. 지부는 사측이 반납 예정 기간과 경영 정상화 계획을 제시하는 등 조합원 고통분담을 위한 기본 요건을 채우지 않으면 관련 대화에 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부는 사측이 거듭 희망퇴직 시행과 임금 반납 등 조합원 처우 악화 요구를 내놓으면서, 정리해고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명목상 절차를 밟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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