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언론사들은 2020년 경영이 쉽지 않으리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모바일과 PC, TV 등으로 영상을 보는 시간이 늘어나 방송사에는 오히려 호재였다. 일부 방송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방송사 영업이익은 2019년보다 오름세를 보였다.

미디어오늘은 지난해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경제방송 영업 성적을 두루 살펴봤다. SBS, KBS, MBC, TV조선, JTBC, MBN, 한국경제TV 등의 경영 수치(영업손익 및 매출액 등)를 살폈다. 6일 기준 TV조선과 채널A는 전자공시시스템에 감사보고서를 아직 올리지 않은 상황이다.

TV조선, 지난해 언론사 통틀어 영업이익 ‘1위’

589억원. 지난해 TV조선이 낸 영업이익이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지상파 3사(SBS·MBC·KBS)와 종합편성채널 4사(TV조선·JTBC·MBN·채널A), 9대 종합일간지(조선일보·동아일보·중앙일보·한겨레·경향신문·한국일보·서울신문·국민일보·세계일보), 보도전문채널(연합뉴스TV·YTN) 등을 포함해 전체 언론사 중에서 지난해 가장 큰 영업이익을 낸 언론사는 TV조선이다.

▲2020년 주요 방송사 영업손익. 디자인=이우림 기자.
▲2020년 주요 방송사 영업손익. 디자인=이우림 기자.

TV조선은 2018년만 해도 1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후 2019년엔 144억원으로 영업이익을 내더니 지난해엔 589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

영업이익 지표 개선에는 2019년에 시작한 ‘미스트롯’ 기여도가 크다. ‘미스트롯’ 이후 선보인 예능과 드라마 모두 선전했다. 지난해 선보인 ‘미스트롯2’ ‘미스터트롯’ 모두 30%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트로트 인기에서 파생된 ‘뽕숭아학당’ ‘사랑의 콜센터’와 부부 관련 소재의 프로그램인 ‘아내의 맛’ ‘우리 이혼했어요’ ‘결혼작사 이혼작곡’ 등도 1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예능과 드라마가 선전하자 ‘뉴스9’ 시청률에도 영향을 미쳤다.

▲TV조선 예능 ‘내일은 미스트롯’은 지난 2019년 2월28일 첫 방송했다.
▲TV조선 예능 ‘내일은 미스트롯’은 지난 2019년 2월28일 첫 방송했다.

TV조선의 한 관계자는 “원래 일정대로라면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 등의 우승자들이 전국 순회공연을 다녀 공연 매출도 기대해 볼 수 있었지만, 코로나19로 실행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짚었다. 복수의 TV조선 관계자들은 이번 최대 실적이 반갑지만, 트로트 그 후를 생각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JTBC와 MBN의 영업이익은 각각 195억원 적자, 7억8000만원 적자로 나타났다. 다만 두 방송사 모두 지난해 매출액은 2019년보다 개선됐다. MBN의 경우엔 방송 관련 매출과 분양 매출이 모두 2019년보다 늘었지만, 매출원가도 증가했다. 매출원가 증가는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부동산 분양 사업을 하는데 지출을 많이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설명이다.

지상파 중 최고 이익은 SBS

SBS는 TV조선 다음으로 가장 큰 영업이익을 냈다. 또 지상파 중에서도 최고 영업이익을 냈다. SBS는 지난해 44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19년 6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과 비교하면 390억원 가까이 증가해 월등히 높은 영업이익 수치다.

SBS의 영업이익 개선에는 광고수익과 사업수익의 증가가 영향을 미쳤고, MBC와 마찬가지로 방송제작비와 사업 비용을 줄인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SBS TV와 라디오 광고 매출은 약 3617억원이고, 프로그램 판매 등 기타 매출은 약 3951억원이다. 광고와 프로그램 판매 매출을 모두 합한 금액은 총 약 7568억원이다. SBS 방송제작비는 전년 대비 170억원 줄었다.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 포스터.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 포스터.

지난해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는 30% 가까운 시청률 기록을 세웠다. SBS 측은 “SBS는 핵심 역량인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해 콘텐츠 명가로서 시장의 불황을 돌파했다”고 밝힌 뒤 “SBS의 2049 프라임 타임 시청률과 라디오 청취율은 5년 이상 1위를 유지하고 있고, 특히 드라마는 지상파, 종편, 케이블을 포함하여 전 채널 시청률 1위를 달성하며 콘텐츠 경쟁력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적자 털어내고 흑자 전환한 MBC, 여전히 적자인 KBS

경영 수치를 큰 폭으로 개선한 방송사는 MBC로 지난해 40여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적자를 냈던 MBC가 흑자 전환한 것. MBC는 2018년 1237억원이라는 큰 폭의 영업적자를 낸 뒤 점점 적자 폭을 줄여나갔다. 2019년엔 83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 포스터.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 포스터.

MBC 관계자는 경영 수치 개선 요인으로 “△광고 및 사업 수익 개선 △드라마 제작 편수 감소 △‘놀면 뭐하니’, ‘나 혼자 산다’ ‘구해줘 홈즈’ 등 예능 프로그램의 약진 △‘뉴스데스크’ 시청률 상승 △명예퇴직 등을 통한 인력감축에 따른 인건비 감소 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MBC는 지난해 프로그램 제작비용을 2019년보다 540억원 줄였다. 사업 관련 비용도 2019년보다 122억원 줄였다.

KBS는 지상파 방송사 중 유일하게 14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019년에 75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어려운 실정이다.

코스피 3000시대, 사상 최대 영업이익 낸 한국경제TV

지난해 증권시장은 활황기였다. 이에 덩달아 경제방송 실적도 청신호였다. 한국경제TV는 사상 최대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한국경제TV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82억원으로 2019년보다 45억원 늘었다.

한국경제TV 관계자는 “증시 활황이 영업이익에 영향을 미쳤다. 미디어 사업을 하는 방송사지만 기타 사업 부문은 포트폴리오를 많이 가지고 있다. 미디어 부문 실적도 있지만, 인터넷과 모바일 증권 정보 서비스 제공 사업 부문에서 좋은 실적이 나왔다”고 밝힌 뒤 “미디어 쪽 성장은 한계가 있다. 미디어 기업들은 미디어 분야 외적인 걸 많이 발전시켜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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