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서울 서초구 대형교회인 사랑의교회에 서울시장에 도전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예배에 참석한 사진이 보도됐다. 몇몇 매체에서 두 후보가 악수하는 모습이나 두 후보가 나란히 있는 장면 등을 보도하면서 이날 예배에 대한 궁금증이 퍼졌다. 

이날 예배는 기독교 68개 교단 연합으로 진행하는 부활절 연합예배로 지난해는 새문안교회에서 진행했고 올해는 사랑의교회에서 하기로 지난 2월 결정했다. 주요 교단의 목사나 장로가 설교와 기도를 하는 형식으로 이날 오후 4시부터 1시간35분 가량 진행했다. 

이날 행사엔 두 후보만 참석한 건 아니었다. 문재인 대통령 메시지를 전달할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실무를 담당한 김제남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서초구가 지역구인 윤희숙·박성중 국민의힘 의원, 같은당 송석준 의원, 이 교회 장로인 김회재 민주당 의원, 국가조찬기도회장인 김진표 민주당 의원과 부회장 송기헌 민주당 의원 등도 참석했다. 김덕룡 전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 수석부의장과 안상수 전 인천시장도 자리했다. 

▲ 앞줄 왼쪽부터 박지원 국정원장,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정현 사랑의교회 담임목사. 사진=유튜브 말씀을 연주하라 갈무리
▲ 앞줄 왼쪽부터 박지원 국정원장,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정현 사랑의교회 담임목사. 사진=유튜브 말씀을 연주하라 갈무리

 

대회사를 맡은 소강석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총회장은 “부활절 역사상 처음 국정원장이 왔다”며 “부르지도 않았는데 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표적인 친기독교 의원으로 알려진 김진표 의원에 대해선 “많은 오해를 받으면서도 종교인 과세 문제에 적극 대처해주셔서 감사하다”며 “교계가 자랑하고 응원하는 분”이라고 소개했다. 김진표 의원은 지난 2017년 종교인 과세를 2년 유예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종교인 과세를 막으려 노력한 대표적 정치인이다. 이날 오정현 사랑의교회 담임목사는 김 의원 옆자리에 앉았다. 

이날 행사를 언론에선 어떻게 전했을까. 

교계언론 뉴스앤조이는 “'위법 건축물'에서 열린 부활절 연합 예배… 오정현 목사 "영적 공공재로 쓰임받아 감사"”라는 기사에서 사랑의교회가 위법 건축물인 사실과 오 목사가 이를 부정하는 발언을 한 사실을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대법원은 지난 2019년 10월 사랑의교회에게 지하공간 도로점용을 허가한 서초구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최종 판단했다. 허가 당시인 2010년 서초구청장은 박성중 현 국민의힘 의원으로 대법원 판결에 따라 사랑의교회는 점용 부분을 원상회복하든지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뉴스앤조이는 오 목사가 “사랑의교회가 영적 공공재로 쓰여 감사하다”고 한 발언을 문제 삼으며 “이는 대법원 판결을 또 한번 정면 부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적 공공재’란 지난 2012년 건축 반대 당시 오 목사가 공사를 강행하기 위해 ‘사회법 위에 영적 제사법이 있다. 서초 예배당은 영적 공공재’라고 언급한 데서 나온 말이라고 전했다. 

도로 불법 점용 문제는 한겨레도 지적했다. 한겨레는 대법 판결에 불복해 추가 소송에 돌입한 상황을 설명하며 “이런 상황에서 3000억원을 들여 만든 사랑의교회에 유력 서울시장 후보들이 찾아가 부활절 연합예배를 드린 것은 의미심장하다. 한국사회의 강고한 대형 교회권력과 정치권이 얽힌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왼쪽부터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사진=유튜브 말씀을 연주하라 갈무리
▲ 왼쪽부터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사진=유튜브 말씀을 연주하라 갈무리

 

뉴스앤조이는 목사들이 동성애 혐오와 차별금지법 반대 이야기를 한 것도 전했다. 

한기채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은 “자살, 낙태, 살인, 성폭력, 동성애, 아동과 노인 학대로 사회 생명력이 급속히 약화되었다. 창조질서를 회복하지 못하고 만물의 청지기 역할을 감당하지 못했으니 용서해 달라”고 말했고, 양일호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대신 총회장은 “교묘하게 위장된 법을 만들어 모든 사람을 그 길로 이끌려 한다”고 했다. 신정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총회장은 “동성애로 대체되는 세속화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이는 기독교 주요교단 목사들이 위법 건축물에서 버젓이 예배를 진행하며 유명 정치인들 앞에서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거나 반인권적 발언을 하며 세를 과시하거나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볼 수 있다. 

이날 예배에서는 코로나로 행사 참석인원이 제한되자 사랑의교회 평신도 찬양대가 노래하는 모습을 과거 녹화한 영상으로 방영했는데 찬양대원이 무려 7000여명이었다. 사랑의교회 대예배당은 6600석 규모로 보조예배당들을 합하면 총 1만석 규모로 알려졌다. 

▲ 4일 부활절 연합예배에서 방영한 7000여명의 사랑의 교회 찬양대원들의 찬양 사전녹화 영상. 사진=유튜브 말씀을 노래하다 갈무리
▲ 4일 부활절 연합예배에서 방영한 7000여명의 사랑의 교회 찬양대원들의 찬양 사전녹화 영상. 사진=유튜브 말씀을 연주하라 갈무리

 

CBS노컷뉴스는 “부활의 빛으로 다시 하나 되는 한국교회”란 기사에서 부활절 연합예배 소식을 충실하게 전달했다. 다만 마지막 단락에서 “무난하게 진행되던 부활절연합예배는 서울시장 후보들을 소개하면서 옥의 티를 남겼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교단지들은 이러한 문제들이 아닌 연합예배 취지와 목사들 메시지에 집중했다. 

대회장을 맡은 소강석 총회장이 속한 교단지 기독신문은 “부활절을 계기로 한국교회가 희망의 빛을 비추어 설 곳을 잃어가고 있는 교회가 회복하고 코로나19를 종식하여 일상이 회복되기를 기도하고 찬양했다”며 방역수칙을 엄수해 진행한 사실을 강조했다. 

설교를 진행한 신정호 예장통합 총회장이 속한 교단지 한국기독공보는 “코로나19 확산세와 7일 재보궐 선거로 정치권마저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위기 속 부활하신 예수님을 찬양하며, 만물을 회복하실 하나님께로 돌아갈 것을 일제히 선언했다”며 “신정호 총회장은 한국교회와 성도들을 향해 세상 속에서 소금과 빛의 역할을 감당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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