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또다시 임의적인 기자단이 구성됐다. 당초 법조기자단이 폐쇄적인 형태로 운용돼 가입의 벽이 높고 카르텔을 형성하는 것을 넘어 검언유착 여지가 많다는 문제점이 제기돼 공수처는 이 같은 폐단을 차단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공보 시스템을 정비할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현재 법조기자단에 가입한 매체 소속 기자들이 대부분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형태로 공수처 기자단이 꾸려졌다. 공수처는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체계를 무너뜨리고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의 직무범죄 등에 대한 독립적 수사기구라는 점에서 공보 시스템 역시 기존과는 달라야 한다는 여론과는 반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공수처 기자단은 한국신문협회, 한국방송협회 등 8개 언론 유관 협회 중 가입한 매체를 가입 조건으로 부여했다. 유관 단체에 속하지 못한 매체의 경우 법조 관련 기사 목록을 제출해야 한다. 언론 유관 단체 소속 여부에 따른 매체의 공익성과 법조 기사를 검증 장치로 마련한 것인데 막상 기자단에 참여한 매체를 살펴보니 법조 기자단 소속 매체와 상당부분 겹쳤다.(총 53개 매체 122명)

행정편의주의 문제로 비판을 받는 엠바고도 임의적인 기자단의 권한으로 설정했다. 공수처 기자단는 엠바고 설정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세우지 않은 상태에서 엠바고 파기 시 제제 규정을 마련했다. 3차례 엠바고 파기 시 3개월간 기자단의 지위를 박탈한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기자단 지휘 박탈 기간이 끝나고 공수처 출입기자로 재등록 신청을 하면 공수처 기자단 소속 매체 과반수 투표에 과반수 찬성으로 재등록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기자단 3분의 1 이상의 문제 제기가 있는 ‘중대한’ 엠바고 파기에 대해선 과반수 투표에 과반수 찬성으로 기자단 퇴출을 결정하기로 했다. 종합하면 첫 가입 시 조금 개방의 폭이 넓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기존 법조 기자단 운용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얘기다.

▲ 남기명 공수처 설립준비단장(왼쪽부터),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추미애 법무부장관,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초대 처장이 1월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 제막식에서 현판식을 갖고 있다. ⓒ 연합뉴스
▲ 남기명 공수처 설립준비단장(왼쪽부터),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추미애 법무부장관,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초대 처장이 1월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 제막식에서 현판식을 갖고 있다. ⓒ 연합뉴스

김진욱 공수처장은 “현재 법조 기자단의 배타적 문제, (기관과) 정보를 주고 받는 관행들을 답습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임의적이고 자의적인 권한을 설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수처 기자단은 제2 법조기자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공수처는 선진적 공보제도 등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며 공개적으로 대변인을 공모하고, 홈페이지에 보도자료를 게시했지만 기자단 문제만큼은 ‘성역’으로 남겨둔 셈이다.

언론계에선 공공기관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을 용이하도록 해서 궁극적으로 폐쇄적인 기자단 구조를 깨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기자단 소속 매체만을 공보 대상으로 하면 언론 유착과 카르텔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고 개방형 브리핑제 도입을 검토하거나 출입 기자 구성을 다양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판단한다. 이대로 간다면 공수처 기자단은 기존 법조기자단의 별다를 게 없이 폐쇄적인 형태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공수처가 기존 법조기자단의 또 하나의 출입처로 남게 됐다는 지적이 나올만하다.

특히 공수처는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인데 현재 공수처 기자단의 운용 방향과 공보 시스템으로 볼 때 검찰과 법원 등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공방이 재현될 수 있다. 미디어오늘이 서울고등검찰청과 서울고등법원에 출입기자 신청을 거부당하고 헌법소원심판을 제기한 것은 폐쇄적인 기자단 운용 및 자의적인 권한 행사를 막기 위한 행정적 조치이면서 기자단 폐해를 공론화시키기 위함이다. 공수처는 기자단 문제에 대해서 적극 의견을 피력하고 정보의 개방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중심을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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