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의 민영방송 RTLTV의 뉴스 앵커가 ‘화이자측이 미국 대선 전에 백신을 만들었지만 일부러 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팩트체크 결과 그의 발언은 ‘거짓’이었다. 팩트체크 기사는 뉴스 앵커가 잘못된 정보를 확산시킨 점을 지적하며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네덜란드 신문 트로우(Trouw)는 ‘논란이 된 살충제가 안전하다’는 해당 업체 관계자의 주장을 멘트로 내보냈다. 팩트체크 결과 ‘대체로 거짓’이었다. 팩트체크를 한 이들은 “그의 주장에 따른 근거는 출처를 찾을 수 없었다. 우리의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지금까지 우리에게 응답하지 않았다”고 했다.

▲ 나디아 비쎄르 유럽저널리즘교육협회 이사.
▲ 나디아 비쎄르 유럽저널리즘교육협회 이사.

언론의 오보, 일방의 주장을 전달하는 따옴표 보도를 집중적으로 검증하는 ‘EU팩트체크’에서 진행한 팩트체크 사례다. ‘EU팩트체크’는 범 유럽 팩트체크를 표방한 프로젝트로 전문 언론인이 아닌 예비 언론인인 학생들이 주축이 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언론인들은 24시간 바쁘게 뉴스를 제작해야 하는 환경이라 정확한 출처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나디아 비쎄르(Nadia Vissers) 유럽저널리즘교육협회 이사(EU팩트체크 총괄 코디네이터)의 말이다. 유럽저널리즘교육협회는 예비 언론인 대상 팩트체크 교육과 이를 바탕으로 한 ‘EU팩트체크’ 서비스를 통해 부정확한 정보 확산에 대응하고 있다. 나디아 비쎄르 이사는 지난 2일 시청자미디어재단과 팩트체크넷이 공동주최하는 ‘1회 팩트체크 주간’ 행사에 기조 연설자로 참석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달 31일 비대면으로 나디아 비쎄르 이사를 인터뷰했다.

유럽저널리즘교육협회는 저널리즘 교육 기구로 대학의 언론 학과와 저널리즘 스쿨 등 유럽 30개 국가 70여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협회에 참여한 기관들은 교육과정에 ‘팩트체크 과목’을 개설해야 한다. 협회는 2019년부터 ‘EU팩트체크’를 런칭해 유럽 각국의 대학생들이 현안에 대한 팩트체크를 진행하고 있다. 

나디아 비쎄르 이사는 저널리즘 교육에 나선 이유에 대해 “저널리즘 문제는 유럽 전역의 이슈였고, 국가 간 협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협회를 설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에는 (시민들이) 매스미디어를 수용했지만, 현재는 기자 개인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선호하는 뉴스를 선택하는 시대”라며 “기자들은 어떤 기사를 쓰든 가장 믿을 만한, 선호하는 기자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 EU팩트체크 홈페이지 갈무리.
▲ EU팩트체크 홈페이지 갈무리.

유럽저널리즘교육협회는 ‘EU 팩트체크’를 전면에 내걸고 있다. 나디아 비쎄르 이사는 “주된 목표는 오인정보(Misinformation)에 대응하는 한편 팩트에 기반한 논쟁을 활성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팩트체크는 현업 언론인들의 역할이 아닐까? 그는 기성 언론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현재 언론인들은 24시간 바쁘게 뉴스를 제작해야 하는 환경이라 정확한 소스를 확인하지 못하기에,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기자들이 일을 제대로 못한다는 게 아니라 정확한 검증을 위해 투자할 시간을 내지 못하고, 비즈니스 모델 등의 문제가 있어 팩트체크를 제대로 못하는 환경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새로운 저널리스트 세대를 양성하겠다는 취지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EU팩트체크의 주된 검증 대상은 ‘언론 보도’다. 한국에선 흔히 ‘가짜뉴스’라는 표현을 쓰지만 나디아 비쎄르 이사는 ‘허위정보’ 및 합성사진 등 ‘기술적 거짓 정보’와 ‘오인정보’(Misinformation)를 구분하고 있었다. ‘오인정보’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내용이 사실과 다른 정보로 유명인의 발언과 언론의 오보와 ‘따옴표 보도’ 등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팩트체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그는 “최초의 정보원을 찾는 등 사실들의 뿌리를 찾는 것”이라고 했다. 유럽저널리즘교육협회는 각국의 교육 기관이 동일한 방식의 팩트체크를 할 수 있도록 표준화된 ‘플로우차트’(순서도)를 개발했다. 각국의 학생들은 각자 다른 기관에 소속돼 교육을 받지만 통일된 ‘플로우차트’를 통해 일관된 교육을 받고 활동에 나설 수 있다.

‘플로우차트’는 팩트체크를 세 단계로 구분한다. 첫 번째 단계는 검증할 수 있는 대상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것이다. ‘예측’과 ‘의견’은 검증 대상에서 제외한다. 예컨대 ‘바이든 취임 이후 경제가 10%씩 성장한다’는 주장은 ‘예측’이기에 팩트체크 대상이 아니다. 

▲ EU팩트체크 플로우차트 2단계 갈무리.
▲ EU팩트체크 플로우차트 2단계 갈무리.

두 번째 단계는 ‘검증’이다. 주장이 질적인 내용인지, 양적인 내용인지, 모호하지 않은지 등을 따진다. 이어 ‘발화자 분석’을 하게 된다. 발화자가 중립적인지, 전문적인지를 살핀다. 특히 특정 단체에 소속되거나 정치·경제적 이해관계에 얽혀있는 것은 아닌지 등을 확인한다. 또한 주장이 최초로 나온 출처를 찾고, 이 출처가 주장을 입증하는 내용이 맞는지 확인한다. 이어 주장을 검증해줄 수 있는 전문가를 찾는다. 세 번째 단계는 평가로 검증 결과를 5가지 척도로 분류한다.

EU팩트체크는 ‘초국가적 팩트체크’를 지향한다. 일례로 독일 공영방송 ARD의 뉴스 프로그램 ‘타게스샤우’(Tagesschau)가 영국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영국인이 EU 국가로 이민을 택하는 경우가 늘었다는 리포트를 내보내자 이를 검증했는데 영국의 이민 통계, 독일의 귀화 통계, 국제여객 설문조사 데이터 등 각국의 데이터를 활용했다. 

지난해부터 다른 국가의 학생들이 함께 팩트체크에 나서는 협업도 시작됐다. 두 국가가 동시에 같은 주제에 대해 팩트체크하는 방식으로 현재까지 각국의 7개 학교가 참여했다.

“우리는 글로벌 시대에 살고 있어 국가 간 교류가 활발하다. 이런 상황에서 저널리즘이 특정 사안에 한 가지 관점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여러 문화가 얽혀 있는 복합적인 세계의 이슈를 다뤄야 하기 때문에 협력이 필요하다.” 나디아 비쎄르 이사의 말이다.

*통역 시청자미디어재단 미디어신뢰증진팀 최원석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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