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식 : “이런 질문드리면 화낼 수도 있는데, 잘생기다 보니까 주변에 여성들이 있지 않느냐, 여자관계가 복잡하지 않느냐는 세간의 의혹도 있다. 잘생긴 사람들 여자 많다는 거 다 아니까. 직설적으로 질문 드리겠다. 혹시 사모님 이외에 숨겨둔, 몰래 만나시는 분 있습니까?”

오세훈 : “제가 30대 초반부터 공인 생활을 시작했다. 360도 사방팔방 아래위에서 저를 계속 지켜보는 그런 인생을 살았다. 저도 사람인데 왜 유혹을 안 느꼈겠느냐마는 정말 절제하고 사느라고 저도 힘들었다. 조금이라도 오해의 소지가 있는 행동은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게 된다.”

지난 2019년 2월 극우 유튜브 ‘신의한수’에 출연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당시 진행자 신혜식씨와 화기애애하게 나눈 인터뷰 일부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이었다.

‘수준 낮은 질문’의 목적은 손석희 JTBC 사장 이야기를 꺼내는 데 있었다. 신씨는 손 사장을 거론하며 “오 시장님 혹시, 너무 유명해서 나도 (여성을) 차에 태우고 몰래 산 밑에, 그런 적 없으시니까 여쭤보지만 손석희 사장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을 이어갔다. 터무니없이 ‘손 사장의 여성 밀회설’을 꺼낸 것이다.

오 후보는 미확인 일방 주장이 마치 사실인 양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걸 보면 최소한으로 사실관계가 확인된 부분이 있다”면서 “이럴 때는 과감하게 다 오픈해야 한다. 의혹이 있으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고 주장했다.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 2019년 2월 극우 유튜브 ‘신의한수’에 출연했다. 사진=유튜브 신의한수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 2019년 2월 극우 유튜브 ‘신의한수’에 출연했다. 사진=유튜브 신의한수

물론 오 후보는 관련 답변 말미에 “제가 뉴스에서 확인한 것은 (손 사장이) 의혹을 풀기 위해 (프리랜서 김웅 기자에게) 회사 고용이나 일을 주겠다는 취지의 제안을 한 건 팩트인 것 같다”며 ‘여성 밀회설’에는 선을 긋는 모양새였지만 그가 근거 없는 의혹에 동조한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손 사장에 관한 각종 의혹을 제기했던 김웅씨는 범죄자다. 그는 손 사장이 낸 교통사고를 기사화하겠다며 취업을 청탁하고 금품을 요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해 7월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징역형을 확정했다. 

지금은 중도·보수층 지지로 야권 단일 후보가 된 오 후보지만 그도 2년 전 극우 유튜버 방송에 출연해 ‘태극기 부대’에 적극 구애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럼에도 이후 당대표 선거에선 황교안 후보에게 패배했다. 오 후보는 그해 10월 전광훈 목사 광화문 집회에 참석하며 ‘우파 전사’를 표방했지만, 이듬해 4월 21대 총선에서 ‘정치 신인’ 고민정 민주당 후보에게 참패했다.  

오 후보의 극우 행보는 보수정당 주류가 된 극우 지지자 환심을 사기 위한 전략이었다. 정치인에게 비판 질문을 던지는 까다로운 기성 언론보다 자기 입맛에 맞는 극단의 유튜버를 찾아 ‘매운 발언’을 쏟는 것이 지지층으로부터 더 큰 호응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중도층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보다 오 후보를 더 지지한다는 현재 상황은 오 후보의 과거 우파 행보를 생각하면 아이러니하다. 

▲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 2일 진보 유튜버들과 ‘박영선TV’ 방송을 진행했다. 사진=박영선TV
▲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 2일 진보 유튜버들과 ‘박영선TV’ 방송을 진행했다. 사진=박영선TV

‘위기의 민주당’도 유사 행보를 보이고 있다. 수세에 몰리자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이동형TV’, ‘시사타파TV’ 등 친여 성향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오 후보를 겨냥한 네거티브에 열을 올렸다. 지지층 결집에 직접 나선 것이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도 지난 2일 진보 유튜버들과 ‘박영선TV’ 방송을 진행했다.

이날 고발뉴스TV 이상호 기자, 김용민TV 김용민 PD, 박시영TV 박시영 대표, 시사타파TV 이종원 PD, 이동형TV의 박지희 아나운서, 새날의 푸른나무 PD 등 정부·여당 지지자들이 즐겨 찾는 ‘친여’ 유튜버들이 출연했다. 박 후보와 그의 공약은 적극 띄우고 오 후보에는 연신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특히 박시영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는 이 방송에서 사전투표에 민주당 표가 많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가 국민의힘에 고발을 당하는 등 구설에 올랐다. 

민주당은 선거가 임박할수록 기성언론은 믿지 못하겠다는 태도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페이스북에 언론이 의도적으로 박 후보 지지자 수를 축소해 사진을 찍었다는 취지로 게시물을 올렸다. “언론을 믿지 말아야하는 이유”라는 것이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황교안 대표의 자유한국당은 기성 보도가 편파적이라며 삼진아웃제 등 언론인 제재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 대신 황 대표는 극우 유튜버들과 한 목소리를 냈다. 결과는 총선 참패였다. 시원한 ‘사이다’만 찾다보면 균형 감각을 잃게 된다. 공영방송으로서 선거에서 균형감을 견지해야 할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야권 후보를 집중 겨냥한 의혹을 다루면서 박영선 후보 지원 사격에 나선 모양새도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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