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자사 노조에 ‘경영진 임명동의제’ 조항 삭제를 요구하며 단협 해지를 통고하자, 전국언론노조는 5일 “태영자본의 철없는 정치 망동”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창현 현 언론노조위원장은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장 출신이다.

언론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박정훈 SBS 사장은 지난 2일 오후 언론노조 SBS본부에 ‘단체협약 해지’를 통고했다. 사측은 단체협약 해지 통고 핵심 이유를 ‘임명동의제’라고 밝혔다. 단체협약 조항 중 임명동의제를 삭제해달라는 사측 요구를 노조가 수용하지 않아 해지를 통고했다고 한다”면서 “두레박을 깨부수고는 우물물은 떠먹게 해 주겠다는 해괴한 논리다. 한 마디로 태영자본의 철없는 정치 망동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SBS 사측은 지난 2일 언론노조 SBS본부에 단협 해지 통고를 하며 그 책임이 윤 위원장에 있다고 주장했다.

SBS가 ‘경영진 임명동의제’를 수용한 까닭은 2017년 대선 이후 당시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이 회사를 상대로 무한투쟁을 선언하며 경영진 고발 등 조치로 노사관계를 최악으로 몰았다는 데 있다는 것이다. 노사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경영진 임명동의제를 대승적으로 받아들였지만 그럼에도 윤 본부장과 언론노조 SBS본부가 SBS 대주주와 사장, 경영본부장 퇴진 운동을 벌였다는 논리다. 노조가 노사 합의를 깨뜨렸다는 주장이다.

▲ 서울 목동 SBS본사 사옥. ⓒ 연합뉴스
▲ 서울 목동 SBS본사 사옥. ⓒ 연합뉴스

SBS는 2일 “회사가 단협에서 임명동의제 삭제를 요구한 것은 노조의 일방적 (경영진 임명동의제 등을 담은) 10·13합의 파기로 인해 경영진 임명동의제 근거가 없어진 데 따른 정당한 조치”라며 “반드시 지켜져야 할 원칙을 준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는 5일 “SBS가 방송 역사상 최초로 도입한 사장 임명동의제는 소유·경영 분리와 방송 공정성, 독립성을 실현해 온 기념비적 제도”라고 평가한 뒤 “SBS 사측 스스로도 지난 2017년 임명동의제 도입 당시 획기적 소유 경영 분리 제도화라며 자화자찬은 물론 방통위에 재허가 조건으로 반영해 달라고 제출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사측의 달라진 입장을 꼬집은 것이다.

언론노조는 “임명동의제도를 파괴한다는 명목으로 노사 간 단체협약을 해지 통고한 것은 SBS를 다시 지배주주인 윤석민 회장의 노리개로 전락시키고, 태영자본 애완견으로 만들겠다는 의사에 다름 아니다”라며 “태영 윤석민 회장, 그 하수인들은 미디어산업 격변기에 하라는 투자는 차일피일 미루고, 방송 사유화를 위해 악질적 노조 파괴 수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의 공적 책무, 미디어기업의 새로운 미래보다는 건설자본과 정치권의 유착, 방송을 사업의 도구로 삼는 ‘무뢰한’ 시대로 다시 회귀하고 싶은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윤석민 회장과 그 하수인들에게 경고한다. 즉시 단협 해지 통고를 철회하고 노사관계를 원상회복하지 않으면 전국언론노조는 태영 자본의 방송계 퇴출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며 “언론노동자들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태영자본의 후안무치한 행태에 철퇴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방통위를 포함한 정부와 여야 정치권에도 강력히 촉구한다”며 “호시탐탐 정치권력과 유착해 방송사업권을 무기삼아 사익을 추구하려는 건설자본 횡포를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민영방송 지배주주에 대한 규제 강화와 개혁 요구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