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장원 KBS 통합뉴스룸국장 지명자가 취재 활동을 둘러싼 소송이나 공격성 비판에서 기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임장원 지명자는 본인에 대한 임명동의 투표를 앞둔 5일 KBS 구성원들 질문에 대한 답변을 공개했다. 

임 지명자는 이날 KBS 기자협회의 공통질문 4건을 비롯해 11개 질문에 입장을 밝혔다. 그는 먼저 ‘공영’ 조직이 저널리즘 영역에서 견지할 태도로 “매체의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진실 추구와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파고드는 저널리즘”을 꼽았다. 

특히 ‘진실 추구’와 관련해 지난해 언론학자 13명이 발간한 ‘저널리즘 모포시스’의 한 대목을 인용했다. “주변적 사실에 대한 과도한 집착, 내가 취재한 사실에 대한 과도한 신뢰, 사실과 사실 사이의 공백을 채우는 과정에서 의견과 사실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는 편의적인 작업 방식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그러한 ‘사실 보도’로는 언론에 대한 불신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부분이다.

임 지명자는 “이른바 ‘조국 사태’부터 ‘코로나19’ 관련 보도에 이르기까지 ‘사실 보도’를 표방하지만 소비자로부터 비판받는 보도가 적지 않다. 비판의 상당 부분은 일부 언론 소비자들의 정파적 태도나 확증 편향에서 비롯되지만,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를 공격하려는 사람들은 비판 과정에서 언론의 위와 같은 속성을 파고든다”며 “사소한 오류로 공격을 받아 보도 전체의 신뢰도가 무너질 수 있음을 무겁게 인식해야 한다는 경고”라 해석했다.

▲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그러면서 “취재기자, 데스크, 담당주간, 취재제작회의 구성원 간에 건강한 의견 교환과 디베이트가 더욱 활성화되도록 하겠다. 곧 도입될 뉴스전문위원실의 팩트체커 시스템을 잘 활용해 제3자의 시각에서 취재물을 들여다봄으로써 취재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생길 수 있는 오류나 방송 사고를 예방하겠다”며 “기자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고 있는 기자협회의 뉴스 모니터 의견에도 더 귀를 기울여 뉴스 제작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진영논리에 근거한 언론보도에 대한 공격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개별 기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질문에 대해선 “단체협약 취지대로 ‘회사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점검할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임 지명자는 “기자 개개인에 대한 이른바 ‘신상털기’나 커뮤니티에서의 모욕성 댓글 공격 등에 대해서도 취재 보도 업무와 관련돼 있을 경우 회사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대응 프로세스를 구축하겠다”며 “예방적 조치도 중요하다. 부당하게 공격당할 우려가 큰 취재시 개인 휴대전화 번호가 노출되지 않도록 취재용 공용폰이 곧 보도본부에 도입된다. 취재활동 보호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겠다”고 약속했다.

개별 질문 중엔 지난 2019년 이른바 ‘알릴레오 보도 건’에 대한 KBS 사측의 후속 조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KBS가 조국 전 장관 배우자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자산관리인 김경록씨 인터뷰를 보도한 뒤, ‘알릴레오’ 측이 KBS 인터뷰가 왜곡됐다는 취지의 김씨 인터뷰를 내보낸 일이다. 

임 지명자는 ‘KBS 방송제작가이드라인’을 인용했다. “제작자가 제작과정에서나 방송 종료 후에, 외부로부터 부당한 압력이나 협박을 받는다면 제작자의 전문가적 양식에 따라 판단하되 신속히 책임자와 협의하며, 필요하다면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때 만약 제작자와 방송책임자 사이에 관점이 달라 의견이 서로 엇갈릴 경우, 양측은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존중하여 합리적인 의견 조정을 이끌어내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대목이다.

KBS가 과거 파업 명분으로 내걸었던 ‘정권 비판 보도’에 충실했느냐는 질문엔 “일선 기자들의 노력으로 과거보다 진일보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학습된 우려’를 불식할 만큼 충분하지는 못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일선 기자들 사이에 ‘이런 아이템은 못 나가겠지’하는 자기 검열 기제가 작동하지 않도록 신뢰를 주는 게 중요한 출발점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기자단 및 출입처 제도를 중심으로 한 취재 관행에 대해서는 “기자단과 출입처 제도는 한두 줄로 입장을 정리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장단점이 존재하고, 제도와 운영의 문제가 얽혀있다”고 밝혔다. 전임 엄경철 통합뉴스룸국장이 “출입처 제도 혁파”를 공언했던 것과 대비되는 답변이다.

한편 임 지명자는 “통합뉴스룸에는 뉴스PD를 비롯해 IT, 콘텐츠, 아카이브, 경영 등 다양한 직종의 동료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이 분들이 없다면 뉴스룸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며 “행여 기자 중심의 조직에서 정당한 처우를 받지 못해 사기가 저하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살피겠다”고 약속했다.

박태서 시사제작국장 지명자 “우리가 잘하는 뉴스에 천착해야”

임 지명자와 함께 임명동의 투표 대상인 박태서 시사제작국장 지명자도 이날 정견을 밝혔다. 시사제작국은 ‘시사기획 창’, ‘사사건건’, ‘일요진단 라이브’, ‘저널리즘토크쇼J’ 등을 제작해왔다. 조만간 ‘저리톡’ 후속격인 ‘질문하는 기자들 Q’가 방송될 예정이다.

박태서 지명자는 “수용자들이 전통매체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고 한다. 거센 도전에 직면한 공영방송 뉴스가 타사와 차별화되기 위해 저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믿는다. ‘어설픈 따라하기‘보다 공영방송만이 할 수 있는 뉴스, 우리가 잘하는 뉴스에 천착해야 한다”며 “공영방송만이 할 수 있는 뉴스와 더불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선거 보도의 공정과 중립에도 전력하겠다. 의도치 않은 사소한 실수와 정치적 논란이 공정성에 회복 불능의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들어 진영 논리가 가세한 수용자들의 확증편향이 심화되고 있다. 언론보도에 대한 사실관계와 다른 부당한 비난은 일상이 됐고, 기자들 개인에 대한 공격이 심화되는데 깊이 우려한다”며 “취재보도 과정에 기자에게 피해가 발생한다면 해결책임은 온전히 회사의 몫이어야 합니다. 피해로부터 보호해주는, 피해 이후 치유방안 등에 대해 기자협회 등과 적극 논의하고 제도적 보완을 경영진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두 지명자에 대한 임명동의 투표는 5일 오전 9시부터 6일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6일 투표가 마감된 뒤 결과가 공고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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