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이 4일 오전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지지층 인터뷰 기사를 보도한 뒤 한 차례 제목을 바꿨다가 한 시간여 만에 삭제했다. 민주당이 ‘강력 조치하겠다’며 논평을 내고 박 후보가 공개적으로 문제 삼는 등 강하게 반발한 뒤 한경닷컴은 전날 보도한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지지자 인터뷰 기사까지 삭제했다.

한경닷컴은 3~4일에 걸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각 당의 보궐선거 유세 현장 스케치 기사를 ‘현장+’ 부제를 달아 차례로 내보냈다. 3일 아침 7시50분께 오세훈 후보 지지자들을 인터뷰한 “‘2번엔 오세훈’ ‘민주당 혼내주자’…고무된 野 지지자들”을 보도했고, 4일 아침 7시20분께 박영선 후보 유세현장 지지자를 취재한 “‘文 잘못없다’ ‘오세훈 이미 실패자’…굳건한 與 지지자들”을 게재했다.

한경닷컴은 4일 두 번째 기사가 보도된 지 1시간40분여 만인 9시께 같은 기사에 다른 제목을 달아 다시 보도했다. 원래 기사는 삭제했다. 바뀐 제목은 “‘여당 실망스럽지만 야당은 최악’..현장서 들은 바닥 민심”이다. 이후 다시 1시간이 지난 10시30분께 한경닷컴은 민주당 유세현장 기사를 삭제했다. 삭제 경위는 밝히지 않았다.

▲한경닷컴은 3~4일 보도한 기사 “‘2번엔 오세훈’ ‘민주당 혼내주자’…고무된 野 지지자들”과  “‘文 잘못없다’ ‘오세훈 이미 실패자’…굳건한 與 지지자들”,  “‘여당 실망스럽지만 야당은 최악’..현장서 들은 바닥 민심”을 삭제했다. 한경닷컴 웹사이트 갈무리
▲한경닷컴은 3~4일 보도한 기사 “‘2번엔 오세훈’ ‘민주당 혼내주자’…고무된 野 지지자들”과 “‘文 잘못없다’ ‘오세훈 이미 실패자’…굳건한 與 지지자들”, “‘여당 실망스럽지만 야당은 최악’..현장서 들은 바닥 민심”을 삭제했다. 한경닷컴 웹사이트 갈무리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연합뉴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연합뉴스

민주당은 같은 날 관련 논평을 내 반발했다. 민주당 지지층 민심을 담은 기사만 삭제한 것은 불공정한 보도라는 취지다. 민주당 공보실은 서면브리핑에서 “박영선 후보 지지자와 관련된 기사는 겨우 1시간 만에 삭제됐다. 문제의 소지가 전혀 없는 기사였지만, 한경닷컴 측이 독자의 항의를 핑계로 삭제한 것”이라며 “한경닷컴이 국민의힘과 오세훈 후보를 위한 기관지인가”라고 했다. 민주당은 “한경닷컴의 불공정 보도행태에 대하여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가장 강력하게 취하겠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영선 후보도 이날 낮 2시 인터넷 언론사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현장 분위기는 여론조사와는 상당히 다르다는 경제지 기사가 있었는데, 포털에 올라온지 1시간 만에 삭제됐다”며 기사 삭제를 문제 삼았다. 박 후보는 “주로 왜곡된 기사, 사실관계 불분명한 기사, 특정한 보수언론 매체 닷컴 기사로 나오더라”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한경닷컴은 전날 보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자 인터뷰 기사도 이날 오후 삭제했다. 4일 오후 3시 기준 한경닷컴 기사는 포털과 홈페이지에서 삭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닷컴은 비슷한 시각인 오후 3시 “여야 지지자들 속내 들어보니…‘野보단 낫다’ vs ‘與 심판하자’”란 제목으로 앞서 두 보도가 다룬 두 당 지지층 코멘트를 종합한 기사를 게재했다.

한국경제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초 기획 취지는 양쪽 후보 캠프 유세현장 기사를 같은 분량과 주제로 내는 건데, 현장 기자와 데스크 사이 소통 문제로 국민의힘 유세현장 기사가 하루 먼저 나갔다. 기본적으로 같이 나가야 할 기사가 시차를 두고 나갔고, 두 기사를 같이 내려야 하는데 다시 소통 문제로 민주당 쪽 기사를 먼저 내리면서 오해가 생겼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독자 항의는 양쪽 지지층에서 모두 왔기에, 그를 이유로 한쪽 기사만 내릴 일은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박 후보 공보실은 ‘가장 강력한 조치’의 의미를 묻기 위한 취재에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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