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기자회견을 두고 “핵심은 민주당 찍지 말라는 것”이라고 주장한 진행자 발언으로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의견제시’ 결정을 받았다.

선거방송심의위는 2일 심의 회의를 열어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가 지난달 18일 고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 기자회견을 다루며 한 발언에 대해 공정성 위반으로 경징계에 해당하는 의견제시를 결정했다.

방송 전날인 17일 피해자는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서 “사건의 이유가 무엇인지 잊혀져가는 이 현실에 답답함을 느낀다. 저라는 존재와 피해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듯 전임 시장의 업적에 대해 박수치는 사람들의 행동에 무력감을 느낀다. 이 사건을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시며 사건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발언에 상처를 받는다”고 했다.

피해자는 “본래 선거가 치러지게 된 이유가 많이 묻혔다. 저의 피해 사실을 왜곡하고 오히려 저를 상처를 줬던 정당에서 시장이 선출됐을 때, 제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든다”며 “지금까지 이어지는 상식과 멀어지는 일들로 인해 너무도 괴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서하고 싶다. 잘못한 일들에 대하여 진심으로 인정하신다면 용서하고 싶다. 제게 행해지던, 지금까지 행해졌던 모든 일에 사과하라”라고 했다.

▲지난달 17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고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자리가 마련돼 있는 모습. 사진=민중의소리
▲지난달 17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고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자리가 마련돼 있는 모습. 사진=민중의소리

김씨는 다음날 뉴스 브리핑에서 이 소식을 다루며 “어제 메시지의 핵심은 민주당 찍지 말라는 것 아닌가”라며 “그동안의 본인 이야기와 어제 행위는 전혀 다른 차원이 되는 거다. 그동안의 얘기와 어제 행위, 둘이 섞이는 건 선거 기간의 적극적인 정치행위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본인이 그러고 싶으면 그럴 자유는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 그 순간부터는 별개 정치행위에 대한 비판은 다른 차원이 되기 때문에, 그걸 비판한다고 2차 가해라고 하면 안 된다”며 “여기 굳이 나서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김씨는 이후 방송을 마무리하면서 앞서 자신의 발언을 다시 언급하며 “간단하게 할 말이 있어 가지고 (그러는데), 제가 브리핑 때 박원순 피해자 기자회견 관련해 논평을 했는데 요지는 선거기간 정치적으로 읽힐 수도 있다는 점을 제가 전달하기 위한 발언”이라고 했다.

선거방송심의위는 김씨의 주장이 진행자의 주관적인 해석이라고 판단했다. 조항제 위원장은 “이번 선거를 왜 하게 됐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양측 공방에서 사라진 것 같다”며 “(진행자가) 결과론적 해석을 강하게 이야기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여성민우회 추천인 이윤소 위원은 “‘민주당을 찍지 말라’는 것은 진행자의 주관적 해석”이라고 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추천인 정재욱 위원은 “김어준씨 발언이 과하다는 지적이 많다”며 “기자회견까지 연 피해자 입장에선 왜 이번 보궐선거가 이뤄지는지 말하는 과정에서 근본적 문제제기를 한 것과 (이 발언이) 연결돼 있다. ‘민주당 찍지 말라’로 (풀이)한 건 과도한 해석”이라고 했다. 정 위원은 “타사 기사를 보면 피해자가 얘기한 취지가 민주당 찍지 말라는 취지로 읽히지 않는다”고 했다.

선거방송심의 결과는 경징계인 행정지도와 중징계인 법정제재로 나뉜다. 의견제시 결정은 행정지도에 속한다. 법정제재를 받은 방송사는 재승인·재허가 심사 때 감점을 받는데, 보궐선거의 경우 방송평가에만 반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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