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기자회견을 두고 “핵심은 민주당 찍지 말라는 것”이라고 주장한 진행자 발언으로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의견제시’ 결정을 받았다.
선거방송심의위는 2일 심의 회의를 열어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가 지난달 18일 고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 기자회견을 다루며 한 발언에 대해 공정성 위반으로 경징계에 해당하는 의견제시를 결정했다.
방송 전날인 17일 피해자는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서 “사건의 이유가 무엇인지 잊혀져가는 이 현실에 답답함을 느낀다. 저라는 존재와 피해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듯 전임 시장의 업적에 대해 박수치는 사람들의 행동에 무력감을 느낀다. 이 사건을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시며 사건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발언에 상처를 받는다”고 했다.
피해자는 “본래 선거가 치러지게 된 이유가 많이 묻혔다. 저의 피해 사실을 왜곡하고 오히려 저를 상처를 줬던 정당에서 시장이 선출됐을 때, 제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든다”며 “지금까지 이어지는 상식과 멀어지는 일들로 인해 너무도 괴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서하고 싶다. 잘못한 일들에 대하여 진심으로 인정하신다면 용서하고 싶다. 제게 행해지던, 지금까지 행해졌던 모든 일에 사과하라”라고 했다.
김씨는 다음날 뉴스 브리핑에서 이 소식을 다루며 “어제 메시지의 핵심은 민주당 찍지 말라는 것 아닌가”라며 “그동안의 본인 이야기와 어제 행위는 전혀 다른 차원이 되는 거다. 그동안의 얘기와 어제 행위, 둘이 섞이는 건 선거 기간의 적극적인 정치행위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본인이 그러고 싶으면 그럴 자유는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 그 순간부터는 별개 정치행위에 대한 비판은 다른 차원이 되기 때문에, 그걸 비판한다고 2차 가해라고 하면 안 된다”며 “여기 굳이 나서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김씨는 이후 방송을 마무리하면서 앞서 자신의 발언을 다시 언급하며 “간단하게 할 말이 있어 가지고 (그러는데), 제가 브리핑 때 박원순 피해자 기자회견 관련해 논평을 했는데 요지는 선거기간 정치적으로 읽힐 수도 있다는 점을 제가 전달하기 위한 발언”이라고 했다.
선거방송심의위는 김씨의 주장이 진행자의 주관적인 해석이라고 판단했다. 조항제 위원장은 “이번 선거를 왜 하게 됐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양측 공방에서 사라진 것 같다”며 “(진행자가) 결과론적 해석을 강하게 이야기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여성민우회 추천인 이윤소 위원은 “‘민주당을 찍지 말라’는 것은 진행자의 주관적 해석”이라고 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추천인 정재욱 위원은 “김어준씨 발언이 과하다는 지적이 많다”며 “기자회견까지 연 피해자 입장에선 왜 이번 보궐선거가 이뤄지는지 말하는 과정에서 근본적 문제제기를 한 것과 (이 발언이) 연결돼 있다. ‘민주당 찍지 말라’로 (풀이)한 건 과도한 해석”이라고 했다. 정 위원은 “타사 기사를 보면 피해자가 얘기한 취지가 민주당 찍지 말라는 취지로 읽히지 않는다”고 했다.
선거방송심의 결과는 경징계인 행정지도와 중징계인 법정제재로 나뉜다. 의견제시 결정은 행정지도에 속한다. 법정제재를 받은 방송사는 재승인·재허가 심사 때 감점을 받는데, 보궐선거의 경우 방송평가에만 반영이 된다.